'총알슛+개그골'…황선홍호, 감독 부임 '한 달' 된 카타르에 0-2 '홈 충격패'→스스로 '와르르' 무너졌다 [U-23 아시안컵 리뷰]
(엑스포츠뉴스 창원, 김정현 기자)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을 향한 황선홍호의 첫 걸음이 크게 꼬였다. 성적에 반영되지 않지만, U23 아시안컵 본선에서 상대로 만날 수 있는 카타르에게 홈에서 참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22 축구 대표팀은 6일 창원축구센터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예선 B조 1차전 카타르와의 맞대결에서 상대에게 두 골을 헌납하며 0-2로 완패했다.
이번 대회에선 예선 11개 조의 각 조 1위 팀과 조 2위 중 상위 4팀, 그리고 본선 개최국 카타르까지 총 16팀이 U-23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한다.
한국은 내년에 6회째를 맞는 U-23 아시안컵에서 4강에 가장 많이 오른 팀이다. 2020년 태국 대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누르고 우승한 것을 비롯해 2016년 카타르 대회에선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3년과 2018년 대회에선 각각 4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열린 지난 2022년 우즈베키스탄 대회에선 8강에서 일본에 0-3으로 참패, 국내 축구계에 큰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특히 한국과 달리 일본은 파리 올림픽 준비를 위해 U-23 아시안컵임에도 21세 이하 선수들로만 엔트리를 구성한 터라 더욱 패배의 아픔이 컸다. 내년 카타르 대회에서 지난해 수모를 갚기 위한 출발점이 바로 이번 창원에서 열리는 1차 예선이다.
2024 AFC U-23 아시안컵 본선은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을 겸해 내년 4월에 열린다. 대회 상위 3팀이 올림픽 본선에 직행하며, 4위 팀은 아프리카 예선 4위 팀과 올림픽 출전권을 두고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한국은 내년 카타르 대회 본선에서 3위 안에 들어 파리 올림픽 본선 티켓을 거머쥐면 세계 최초로 올림픽 남자축구 종목 10회 연속 본선행을 이룬다.
한국은 이번 대회 예선에서 카타르, 키르기스스탄, 미얀마와 같은 B조에 속했다. 이번 예선 중 본선 개최국인 카타르와의 경기는 친선경기로 간주해 경기 결과가 순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본선에 충분히 만날 수 있는 상대인 만큼 이번 경기의 중요성은 황선홍호에게 높았다.
하지만 한국은 제아무리 친선경기 성격을 띄는 카타르전이더라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한국은 카타르의 짜임새 있는 수비를 전혀 뚫지 못했고 오히려 허무하게 2실점을 허용하며 충격패를 당했다.
한국은 4-1-4-1 전형으로 나섰다. 백종범 골키퍼를 비롯해 민경현, 조성권, 조위제, 이태석이 수비를 구축했다. 중원에 이진용이 홀로 수비를 보호했고 2선은 엄지성, 강현묵, 오재혁, 전병관, 최전방에 허율이 출격했다.
이에 맞서는 카타르는 4-3-3 전형으로 맞섰다. 유세프 암둘라 골키퍼를 비롯해 압달라 시렐카팀, 모하메드 에마드 아이사쉬, 자셈 압둘살람, 하산 파드랄라가 수비를 구성했다. 압둘아지즈 하산, 압델라흐만 자키, 오사마 압둘카림 알타이리가 중원을 지켰고 공격진에 타밈 안수르 알압둘라, 일리예스 브리밀, 아흐메드 알라위가 나섰다.
친선 경기지만 본선 경기를 가상하고 치르는 카타르전은 전반 초반부터 쉽지 않았다. 카타르가 강한 압박과 패스로 소유권을 가져오면서 오히려 우위를 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초반 어려움을 이겨내고 볼 소유 시간을 늘리며 공격을 시도했다. 측면 공격에서 활로를 찾은 한국은 전반 12분 왼쪽에서 이태석의 낮게 깔린 크로스를 전병관이 슈팅으로 가져갔지만,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2분 뒤엔 허율이 왼쪽 측면으로 침투 후 다시 낮은 크로스를 시도했다. 전병관이 조금 길게 간 공을 슈팅까지 연결했지만, 정확도 있는 슈팅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한국은 다시 측면에서 기회를 만들었다. 24분 왼쪽 방향 전환 이후 엄지성이 침투 이후 컷백을 시도했다. 허율이 슈팅을 시도했지만, 고포스트를 맞았다. 앞서 엄지성의 위치가 오프사이드였지만, 슈팅을 놓친 건 아쉬움으로 남았다.
카타르는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며 전진을 시도했다. 전반 29분 소유권 싸움에서 성공한 뒤 알타이리가 오른발 감아차는 슈팅을 시도했고 백종범이 몸을 던져 막았다.
한국은 결국 카타르의 공격 한 방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전반 38분 왼쪽에서 한 번에 넘어온 롱패스를 알라위가 가슴으로 침착하게 컨트롤했고 정확한 오른발 슛으로 오른쪽 골문 구석을 찔렀다.
실점 직후에도 한국은 백패스 실수로 위기를 맞는 등 불안한 시기를 겪었다. 41분엔 박스 안에서 혼선을 빚으며 다시 알라위에게 실점할 번 했다.
한국은 쉽사리 카타르의 수비진을 넘지 못했고 결정력 역시 떨어졌다. 추가시간 4분 동안 한국의 공격은 무뎠고 오히려 카타르에게 슈팅을 다시 허용했다. 전반은 그대로 종료됐다.
황선홍호는 후반 시작과 함께 변화를 줬다. 강현묵과 전병관을 빼고 백상훈, 홍윤상을 투입했다. 같은 자리의 변화였다.
후반 초반은 한국의 흐름이었다. 공격 진영에서 볼 소유 시간을 늘려가면서 슈팅 기회를 만들었다. 엄지성이 있는 왼쪽에서 주로 공격이 이뤄졌다.
카타르는 수비 진영에서 한 번 풀어나오면 위협적인 슈팅까지 연결했다. 후반 6분 알라위가 열린 공간에서 중거리 슛을 다시 시도했고 백종범이 다이빙을 떠서 막아야 했다.
한국은 공격 진영에서 답답함이 이어지자 후반 15분 수비진을 보호하던 이진용을 빼고 공격력이 좋은 독일 분데스리가 2부 소속의 이현주를 투입했다.
하지만 답답함은 계속 이어졌다. 카타르가 오히려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공격 시간이 길어졌고 후반 21분엔 스로인 상황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범하며 허무하게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스로인이 한국과 카타르 선수들의 공중볼 다툼 뒤 골문 안으로 향했는데 골키퍼 백종범이 잘못 나와 볼이 그의 키를 넘어 골망을 출렁였다. 개그 같은 실점이었다. 공식적으로 만수르 압둘라의 득점이었지만, 백종범의 판단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상대 압박을 풀어나오는 것조차 어려움을 느낀 한국은 쉽사리 전진하지 못했다. 한국은 중앙으로는 하프라인을 넘는 게 버거울 만큼 조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엄지성이 홀로 고군분투하며 왼쪽에서 활기를 불어 넣어야 했다. 후반 30분 그는 왼쪽 박스 근처에서 프리킥을 만들고 드리블 돌파로 공간을 만드는 등 고군분투했다.
한국은 조금씩 공간을 만들어갔다. 후반 34분 오른쪽 측면에서 낮은 컷백 패스를 중앙으로 들어온 엄지성이 슈팅으로 연결했다. 높이 떴지만, 후반 들어 제대로 만든 슈팅 기회였다.
후반 41분 박창우가 박스 부근에서 오른발 중거리 슛을 시도했고 골키퍼가 몸을 던져 막았다. 이후 공격 상황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부정확한 패스와 크로스가 흐름을 끊었다.
후반 추가시간 45분 왼쪽에서 이태석이 만든 낮은 크로스가 허율에게 향하며 만회골의 기회를 엿봤지만, 이 슈팅도 부정확하게 하늘 높이 향했다. 허율은 그대로 쓰러지며 좌절했다.
추가시간 내내 부정확한 공격이 이어진 한국은 카타르에게 제대로 체면을 구겼다. 이 연령별 대표팀에서 한국은 카타르에게 상대 전적 1승 2패로 열세에 놓였고 무엇보다 미얀마, 키르기스스탄을 꺾고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하더라도 내년 3월 열리는 본선에서 이들을 상대하기엔 버거워보이는 경기력으로 실망감만 남겼다.
한국은 오는 9일 오후 8시 같은 장소에서 키르기스스탄과 2차전을 치르고, 12일 오후 8시 역시 창원축구센터에서 미얀마와 3차전을 벌여 본선행을 타진한다. 미얀마, 키르기스스탄보다는 한 수 위 전력을 갖춘 것으로 보이지만 카타르전 졸전을 보면 중앙아시아 복병으로 간주되는 키르기스스탄을 무난히 따돌릴 수 있을지엔 물음표가 붙는다.
아울러 본선에 간다고 해도 7개월 뒤 얼마나 전력을 끌어올려 파리 올림픽 티켓을 딸 수 있을지 의문점이 남는 경기가 됐다. 본선에선 이날 한국을 이긴 카타르를 비롯해 일본, 우즈베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이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과 만만치 않은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 축구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세계 최초의 올림픽 남자축구 10회 연속 본선 진출이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이날 카타르전을 통해 되새기게 됐다.
올림픽과 달리 U-23 아시안컵의 경우 23세 이상 와일드카드 3명 참가 룰이 없기 때문에 이번 대회 멤버 위주로 담금질 해서 내년 4월 본선에 출전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당장 19일부터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U-24 대표팀과 금메달에 도전하는 황 감독은 U-22 대표팀 참패로 인해 고민이 하나 더 늘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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