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전환’ 스타트업에서 배운다… 빠르게·다르게·선택과 집중
빠르게·다르게·선택과 집중…필승 비결
해외여행 갔을 때 전문 가이드가 아니라 현지에서 오래 산 교민이나 유학생 등이 그들만의 코스로 여행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전개한 스타트업이 있다. 마이리얼트립이다. 코로나19 발발 전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했다. 그러다 감염병 시대가 도래하면서 2020년 기준 전년 대비 거래액이 96% 하락했다. 그런데 이 회사, 최근 급반전했다. 일단 해외여행 모델에 국내 여행 상품을 빠르게 덧붙였다. 이렇게 모은 고객들은 지난해 하반기 격리 없는 해외여행이 가능해지자 마이리얼트립을 통해 다시 해외로 나가기 시작했다. 거래액은 우상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해외여행 초성수기인 올해 7월에는 단 한 달 만에 920억원을 기록, 역대 최대 거래액을 달성했다. 동시에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는 이동건 대표는 “빠른 태세 전환, 고객 혜택 확대 등 살아남기 위해 했던 많은 도전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활짝 웃었다.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 마이리얼트립처럼 오히려 내실을 다져 흑자전환에 성공한 스타트업이 적잖다. 이들 기업 사례에서 어떤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까.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처 투자액은 4조4447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7조6442억원)보다 41.9% 급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벤처 투자 트렌드도 확 달라졌다. 주요 투자자는 이제 ‘흑자를 내느냐’를 따지기 시작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스타트업에 있던 주도권이 투자사로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투자자가 투자에 신중해졌다”며 “무엇보다 수익성을 강조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새삼 주목받는 이들이 흑자전환 스타트업이다.
어려운 시기 역발상으로 빠르게 시장을 개척한 이들이다. 매경이코노미가 최근 1년 새 흑자전환한 스타트업 사례 40여개를 모아 분석하고 4가지 유형으로 정리했다.
첫째, ‘밸류 애드(추가 가치 더하기)’ 유형이다. 예전만 해도 가입자 수, MAU (월간 이용자 수) 등 외형 데이터만 있으면 투자 유치가 쉬웠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지자 덩치만 키워왔던 플랫폼 스타트업이 추가 서비스, 유료 기능을 확대하는 식으로 ‘돈 버는 구조’를 만들었다. 차량 공유 서비스 회사 쏘카가 쏘카스테이, 쏘카페이 등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며 실적 반전을 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둘째 ‘발 빠른 피벗팅’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회사가 많다. 피벗팅은 빠른 태세 전환을 뜻한다. 2017년 콤부차 사업을 했던 부루구루는 너무 빠른 시장 진입으로 적자를 보자 지난해 과감히 수제맥주, 하이볼 등 젊은 층에서 인기 있는 주류 사업으로 바꿔 흑자전환했다. 부루구루는 2021년 매출액 11억원, 영업손실 5억원이었다가 지난해 매출액 172억원, 영업이익 39억원으로 환골탈태했다.
셋째, 버티컬 전략도 흑자전환 비결 중 하나다. 틈새, 단일 업종에서 기회를 모색, 전문성을 극대화해 단골 고객을 만드는 방식이다. 4050 중년 여성을 타깃으로 한 패션 플랫폼 ‘퀸잇’은 창업 3년 만인 올해 3월부터 월 거래액 200억원, 월 단위 흑자에 성공했다.
끝으로 ‘ESG 트렌드에 올라타기’ 전략도 유의미했다.
자원순환 용기 사업을 하는 더그리트, 수질·위생 개선을 위한 성분 측정 기술 스타트업 ‘파이퀀트’ 등은 친환경 바람을 타고 꾸준히 고객에게 어필한 결과 해당 분야 선두권 회사로 인정받으며 흑자전환 스타트업 대열에 올라탔다.
스타트업 ‘선배(?)’ 기업의 비결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 최근 1년 새 흑자전환한 상장사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금호타이어, 한성기업, 알멕 등은 해외 시장을 공략,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불황, 위기일수록 경영자는 업의 재정의, 시장의 재발견 등 종전 접근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며 “특히 지금은 이종 업계에서 언제든 해당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빅블러’ 시대인 만큼 시대 흐름에 집중하면서 언제든 회사 방향과 성격을 바꿀 수 있는 유연함과 빠른 실행력이 필요하다”고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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