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억대 전세사기 '건축왕' 보석 신청 기각 "증거인멸 전력 있어"

지난 4월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가 주범인 ‘건축왕’ 첫 공판 전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인천 미추홀구에서 430억 원대 전세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이른바 ‘건축왕’ 일당이 구치소에서 풀어달라며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6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서는 건축왕 사건과 관련해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건축업자 A씨(61) 등을 비롯해 공범 3명에 대한 보석심문기일이 진행됐다.

앞서 A씨 측은 “지난 3월 구속기소된 이후 6개월 가까이 지났다”며 “이달 중순 1심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최근 보석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구속된 상태여서 피해 복구를 하는데 제약이 있다”며 “책임지는 자세로 피해를 수습하려면 석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을 풀어주면 안 된다’는 검찰의 의견을 수용해 피고인들의 보석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추가로 기소된 공소사실에 대해 새로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검찰은 공판에서 “재판 중인 전세 사기 사건의 피해자만 565명, 피해액이 약 430억원에 이르는 중한 범행임에도 피해 변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피해자 4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도 있는 등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수사과정에서 휴대폰 은닉, 공범 회유 시도 등 증거인멸 행위를 한 전력이 있고 아직 재판에서 핵심 공범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피고인들의 보석을 불허하고 구속을 유지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 일당은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533채의 전세 보증금 430억원을 세입자에게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아울러 A씨는 회사 자금 117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 받는다. 그는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2700채를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렸다.

검찰 관계자는 “다수 서민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전세 사기 사건에 대해 엄정한 수사와 죄책에 맞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