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이차전지를 미래 먹거리로… ‘포항의 꿈’ 가로막는 물·전력난
올 5조 유치… 4년내 14조원 목표
철강산업으로 우리나라 산업화에 기여한 경북 포항시는 지역 산업 구조의 다변화와 지속 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위한 먹거리로 이차전지를 낙점하고 2016년 에코프로 유치를 시작으로 이차전지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포항시는 올해에만 이차전지 분야에 총 5조원 이상의 투자유치를 달성했다. 대부분 공장이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와 영일만산업단지에 입주할 계획이다. 지난 7월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전후방 기업들의 후속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시는 2027년까지 14조원의 투자를 유치할 방침이다.
그러나 배터리산업이 물과 전력 사용이 많아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공업용수 확보다. 포항시는 공업용수 대부분을 임하댐 원수에 의존하고 있다. 이용률이 평균 98.9%(최대 107.9%)로 포화상태다. 지역 내 하수처리 재이용수(1일 10만t)도 대부분 포스코와 포항철강공단 등에 공급해 추가적인 여력이 사실상 없는 상태이다.
시는 이차전지 기업들이 입주하더라도 2026년까지는 공업용수 공급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산업단지에 대한 공업용수의 안정적인 공급과 도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주요 취수원이 포화상태에 이르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40년 국가수도기본계획에 따르면 임하댐의 포항권역 예비량은 하루 2만1000㎥에 불과하다. 영일만산단은 첨단 신산업 투자 유치로 공업용수 요구량이 급격히 증가한 상황이다. 시는 1610억원 정도를 들여 2026년도까지 하루 6만㎥를 공급할 계획이다. 2026년까지 1단계 양덕정수장 생활용수 전환공급, 2단계 유강수계정수장 성능회복 및 수계변경, 3단계 양덕정수장 공업용수 정수시설 증설 등을 진행하고 있다.
블루밸리국가산단의 경우 하루 2만1000㎥의 용수를 확보했지만, 2025년까지 1만9000여㎥가 더 필요하다. 시는 장기적으로 추가 산단 조성 및 확장까지 감안하면 약 4만㎥이 더 필요해 장래에는 총10만㎥ 가량의 공업용수가 추가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추산한다.
포항시는 공업용수 확보를 위한 취수원 다변화 등에 나서고 있다. 시는 수자원공사에 산단 추가 조성에 맞춘 원수 배정 확대, 해수담수화시설의 조기 건립 등을 지속해서 요청하고 있다.
대규모 용수 확보를 위해서는 다목적댐 건설이 방안 중 하나지만 막대한 비용과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시는 해수담수화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하루 7만㎥ 공급시설을 갖추기 위해 사업비 2800억원 정도가 들 것으로 판단한다.
이차전지업은 일반 제조업보다 전기 소모가 5배 정도 많다. 영일만산단과 블루밸리국가산단 모두 일반제조업을 고려해 전력 공급 계획을 세웠다.
시는 2025년까지는 전력 공급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차전지 기업이 본격 가동하는 2026년부터는 심각한 전력부족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한다. 두 산단 모두 송전설비 등을 건설해야 하지만 한국전력은 적자를 이유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공업용수와 전기 부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이강덕 포항시장은 수시로 기획재정부를 찾아 관련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예산 배정 등을 설득하고 있다. 정부는 4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포항 이차전지 특화단지에 핵심 인프라인 용수공급시설 구축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대해선 용수, 전력, 도로, 폐수 등 핵심 기반시설을 총사업비 5~30% 범위에서 국고를 지원할 수 있다.
“전기·물 지자체 차원 해결 힘들어… 정부 전폭적 지원 필요”
이강덕(사진) 경북 포항시장은 "국가 첨단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핵심 인프라 구축이 중요한 만큼,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지난 7월 정부의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과 수소 연료전지 클러스터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라는 국책사업 2개를 동시에 유치하면서 대한민국 신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열 대도약의 전기를 맞고 있다.
이 시장은 "2027년까지 약속된 투자액만 14조원이며 입주 희망 기업을 포함하면 지역의 산단은 거의 분양이 완료될 정도로 포항은 이차전지 최적 도시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산단 확보 등 신산업 전반의 종합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과 함께 '신산업 개발전략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을 추진 중이다.
그는 "기업 입주 및 문의가 이어지고 특화단지 지정으로 향후 더 많은 투자가 예상돼 전기, 용수, 폐수처리 등 속도감 있는 인프라 확보가 절실한데 이를 지자체 차원에서만 감당하기는 어렵다"면서 "특화단지 지정에 따른 정부 지원을 받게 됐지만 더욱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이차전지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선점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철강산업으로 대한민국 발전을 이끈 포항이 제철보국에 이어 전지보국으로 신산업의 혁신 발전을 다시 한번 이끌 것"이라며 "국가 경제 발전에 지속 기여하기 위한 중요한 토대인 전기, 용수 공급대책 등 이차전지 산업 인프라 구축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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