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등장... 기억나는 대통령의 '식용견' 발언 [이게 이슈]

이현우 2023. 9. 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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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이슈] '개 도살' 종식-'농장동물'의 동물권 논의, 절실

[이현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아래 국민행동)'의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국민행동은 8월 30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는 발의된 개 식용 종식 특별법안 및 관련 법안을 반드시 이번 임기 내 처리해야 하고, 정부는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가적 로드맵을 수립하고 법 위반 사항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감독으로 행정기관으로써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라고 발표했다.
ⓒ 박운선(동물보호단체 행강 대표) 제공
 
지난 8월 30일,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아래 국민행동)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 식용 종식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동물권 단체인 동물해방물결, 동물자유연대, 하이 등이 참석했다. 

국민행동은 다음 세 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국회가 개 식용 종식 특별법안 및 관련 법안을 이번 임기 내에 처리할 것. 둘째, 정부가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가적 로드맵을 수립하고 법 위반 사항은 적극적으로 감독할 것. 셋째, 개 식용 관련 불법 행위를 엄중히 처벌할 것.

기자회견 말미에 김건희 여사가 참석하여 화제가 되었다. 마이크를 쥔 김 여사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죽어가는 동물들이 있습니다"라고 동물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불법 개 식용, 절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이처럼 대통령 배우자가 개 식용 문제 전면에 나선 건 이례적인 일이다.

필자는 이번 기자회견을 보며 세 가지 의견을 보태본다. 먼저 298명 국회의원에게 부탁한다. 개 식용 논쟁이 과열될 때마다 대다수 정치인과 중앙부처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핑계로 한발 물러선다. 언제까지 사회적 합의를 기다릴 것인가. 만장일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동물권을 지지하는 필자와 같은 이들은 대한민국 동물권 현실을 보며 이미 속이 새까맣게 타고도 남았다. 하루속히 개 식용 관련 법안이 제정되길 바란다. 오히려 모호한 법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 사회적인 갈등 비용을 더욱 낭비하고 있다. 

지난 4월 14일에는 태영호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6월 28일에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안(이하 개식용종식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들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298명의 국회의원이 함께 힘써주길 바란다.

'개 식용' 종식을 넘어 '개 도살' 종식으로
 
 반려동물 문화와 산업이 변화하지 않는 한, 개의 고통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 pexels.com
 
둘째, 개 식용 종식을 넘어 개 도살 종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개 식용보다는 개 도살이라는 용어가 개를 대하는 이중적인 우리 사회의 폐부를 정확히 찌른다.

개식용종식법이 제정되면 식용 목적의 도살과 판매가 금지된다. 하지만 개가 식용 때문에만 도살되고 고통받고 있는가. 

반려동물 양육 인구의 증가로 개식용 종식이 힘을 얻고 있지만, 모순적이게도 반려동물 양육 인구 증가는 개의 고통을 양산해 왔다. 

반려동물 문화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는 현상에 따라 반려동물 산업이 성장했다. 더 많이 키울수록 더 많이 버려졌다. 푸들이 인기가 많아지면 푸들 생산이 늘어나고 몰티즈와 함께 살고 싶은 이들이 많아지면 몰티즈 생산이 늘어난다. 당연히 버려지고 죽임당하는 푸들과 몰티즈도 늘어난다.

게다가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품종견 생산 과정에서 필히 모견의 임신과 출산은 반복된다. 판매되지 않은 강아지는 폐기 처분되거나 개 도살장으로 간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식용견은 따로 있다"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개 도살장에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관련 기사: "식용 개 따로 키우지 않느냐" 윤석열 발언은 '거짓', https://omn.kr/1vtmu)

우리는 '애완'의 시대를 넘어 '반려'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반려동물이랍시고 품종견을 선택한다. 마치 상품을 고르듯 말이다. 반려동물 문화에 인간의 욕망이 교묘하게 깃들었다. 얼마나 기가 찰 일인가.

물론 품종견과 함께 산다고 해서 모두 펫숍에서 구매한다고 볼 수 없다. 유기동물을 입양하거나 지인에게 분양받은 이들도 있을 테다. 하지만 왜 반려동물의 종은 유행을 타는지, 버려지는 개가 많아지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품종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개의 고통을 양산한다. 어떤 목적으로든 개를 교배하고 판매하고 도살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금지해야만 한다. 

반려동물 문화와 산업이 변화하지 않는 한, 개의 고통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사지 말아야 하고 버리지 않아야 하며 품종견을 선호하는 문화도 경계해야 한다. 개 식용만 외치는 건 수박 겉핥기다. 단순히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의 고통으로부터 책임을 면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동물과 공존하는 시대, 개 아닌 동물에도 관심 가져야
 
 트럭에 실린 도살 직전의 돼지들
ⓒ 이현우
 
마지막으로 김 여사를 비롯해 많은 시민들이 개 말고도 다른 동물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대한민국에는 개 이외에도 다른 동물 문제가 산적해 있다. 우리는 책 제목처럼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또한 사자와 호랑이는 왜 동물원에 가두고, 토끼와 쥐는 실험 대상으로 삼을까. 

김 여사가 "지금 시대는 동물과 우리 인간이 다 같이 공존해야 하는 시대"라고 언급한 것처럼 개 이외의 동물도 공존해야 한다. 개만 동물에 해당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따금 동물원에서 탈출한 맹수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사살된다. 이런 걸 안전한 공존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실험동물은 어떻게 태어나고 실험되고 처분되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실험실이라는 지극히 은폐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식탁에 올라오는 축산동물은 어떤가. 동물보호법상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은 동물에서 제외된다. 우리가 먹는 돼지, 소, 닭 등은 동물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쯤이면 육견협회나 윤 대통령이 말했던 "식용견은 따로 있다"는 논리가 법령에서는 상식인 걸까. 식용은 따로 있다는 논리가 우리 식탁에 이미 깊숙하게 침투해 있는 것이다. 

동물보호법과 시행규칙에 따라 동물도축세부규정이 있다. 세부규정에는 하차, 계류, 도살 과정의 세부사항이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지켜지고 있지 않다. 

도살장에 가면 계류장에서 돼지, 소를 내리기 위해 쇠꼬챙이로 동물을 찔러대는 모습을 두 눈으로 목격할 수 있다. 농장에서 새끼 돼지를 땅에 내리쳐 죽인다는 사실도 책 <고기로 태어나서>을 통해 알 수 있다. 다큐멘터리 <도미니언 Dominion>에는 죽지도 않은 돼지를 칼로 찔러 방혈하는 장면도 나온다. 완전히 기절한 동물에 한하여만 방혈을 실시해야 한다는 규정은 허수아비일 뿐이다. 

규정을 어긴다고 해도 별다른 처벌이나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처벌과 불이익이 주어지는지 명확하게 법령에 제시해야만 한다. 이를 감시하고 관리할 체계도 갖춰야만 한다. 

이뿐인가. 농장동물의 동물권은 정말 바닥을 친다. 도살 직전 농장동물에게 먹고 마시는 행위조차도 제한된다. 축산물위생관리법 상, 돼지나 소는 도살하기 전 12시간 이상 굶긴다. 도살 과정에 체내 음식물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도살장으로 운송될 때 물도 공급되지 않는다. 기본적인 욕구가 통제되고 고통과 스트레스 속에 죽임을 당한다.

진정 동물과 공존하는 시대를 열려면, 개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목소리를 내주어야 한다. 어쩌면 윤 대통령이 "식용견은 따로 있다"고 주장한 것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사랑하는 동물, 먹는 동물, 입는 동물을 구분하고 있지는 않은가.

개 식용 종식의 문턱에 이르렀다. 곧 개 도살장과 보신탕 집이 사라질 것이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동물원, 실험실, 농장동물 사육장, 도살장 안에도 여전히 다른 동물이 갇혀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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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 계정(@rulerstic)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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