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파독 60년 끝나지 않은 설움… “평생소원인 고국방문 꼭 이뤄드려야죠”
올해는 한국과 독일의 수교 140주년이자 광부와 간호사들이 독일 근로자로 파견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조국을 재건하기 위해 외국의 차관이 절실했던 대한민국은 1963년부터 독일에 근로자(광부, 간호사, 간호조무사)들을 파견하기 시작했다. 이때 2만1000명 정도가 독일에 취업했다. 이 파견 근로자들을 담보로 대한민국은 독일로부터 3억 달러 차관을 들여오게 됐다. 그때 받아 온 차관은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을 건설하는데 마중물이 됐고 산업화를 이루는데 큰 역할을 했다. 파독 근로자들이 송금한 급여가 연간 5000만 달러 규모로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원동력이 됐다. 오는 10월 2일 파독 근로자 초청행사를 계획한 ㈔파독근로자복지재단 이사장 손병덕(74·다산중앙교회) 장로를 지난 31일 재단사무실에서 만났다.
손 장로는 “파독 근로자 중 60년 동안 고국에 한 번도 못 오신 분들이 있다. 대부분이 고령이라 앞으로 한국에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형편이다. 이분들의 마지막 소원이 고국에 한번 오는 것이다. 조국을 위해 헌신한 근로자들을 꼭 초청해서 놀랍게 발전된 대한민국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리고 당신들의 헌신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도록 곳곳을 보여드리고 싶다. 아마 이분들은 금번에 왔다 가시면 다시는 고국을 방문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밝혔다.
손 장로는 1977년에 광부로 독일에 가서 25년 동안 생활하다가 국내로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와 2016년에 파독근로복지재단을 설립해 고국에 돌아오지 못한 회원들의 귀국을 위해 노력했다. 손 장로는 “파독 광부들은 지하 1000m 깊이로 들어가 섭씨 36도 이상의 높은 지열의 갱도에서 고통을 참으며 석탄을 채굴했다. 일을 하다가 건강이 안 좋아져 돌아가신 분들도 꽤 있었다.
간호사들은 독일의 병원에서 온갖 힘든 일들을 도맡아 처리하면서도 조국과 가족을 위해 모진 고생을 감내했다. 이제 그분들은 팔순이 넘은 고령으로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독일에 살고있는 파독 근로자들 중에는 고국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면서 아직까지 고국의 땅을 밟아 보지 못하고 어렵게 생활하시는 근로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번 10월 2일 행사에 초청되는 분들은 독일에 거주하는 근로자 43명과 국내 거주 근로자를 포함해 96명이다. 이들을 최고 예우로 대접하기 위해 호텔과 만찬, 관광, 환영행사, 기업탐방 등을 준비하고 있다. 소요되는 예산은 4억3000만원 정도다.
손 장로는 “앞으로 길어야 15년 뒤엔 파독 근로자들은 이 땅에서 모두 사라진다. 파독 근로자에 대한 지원은 시간을 끌 사안이 아니다. 이들은 조국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했지만 국가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정부를 비롯해 파독 관련 기업, 단체에 협조를 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행사 재원 마련이 어려워 각계 각층에 절실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손 장로에 따르면 현재 독일 내 거주하는 파독 근로자 규모는 1세대가 3000명 정도이며 후손들은 4만8000 여명이 살고 있다. 국내에는 1만3000명 정도가 생존해 있다. 파독 60주년인 지금 독일에 있는 분들 중에는 최저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도 상당수다. 당시 파독 광부의 경우 군제대 후 파견됐기 때문에 연금이 적고 급여 대부분은 고국으로 송금했기에 노후준비가 안 되어 빈곤층으로 사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웃 간 교류가 없어 혼자 살던 분이 숨진 뒤 6개월 후에 발견된 때도 여러번 있었다고 한다.
손 장로는 “현재 독일에 머무르고 있는 파독 근로자들은 남은 삶을 고국으로 돌아가 살다가 고국 땅에 묻히는게 소원이다. 파독 60주년을 맞아 올해 정부와 기타 단체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의 소원을 이루고 편히 가실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 장로는 파독근로복지재단센터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 들어와서 살고 싶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을 갖고 있는 분들이 모여 살 수 있는 주거시설이다. 또한 파독 근로자 기념관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기념관 건립은 2018년 국회 입법이 됐는데 시행령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중단된 상태이다. 2016년 파독 근로자에 대한 유공자 대우를 담은 법안이 국회에 상정됐으나 통과가 안 됐고, 새로 법안이 발의됐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손 장로는 “독일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계시는 산업 영웅들의 마지막 소원을 풀어드리기 위한 이번 초청 행사에 국민 여러분들의 많은 동참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김변호 목사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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