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지역 가교 역할… 복음·복지 동행 주선
“믿지 않는 사람들은 성도들을 통해 하나님을 보게 됩니다. 즉 성도들이 삶을 통해 하나님을 투영해 내야 하는 것이지요. 기독교 사회복지는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드러내는 지표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교회가 지역사회와 이웃을 섬길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는 기독교 사회복지 전문기관이 있다. 부산에서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가족센터 등 15개 복지기관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주는사랑복지재단’(대표이사 김경헌 고신교회 담임목사)이다. 주는사랑복지재단은 탁월한 운영 능력으로 매년 위탁받는 기관이 늘고 있다. 교회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회와 지역사회가 연결되도록 가교 역할을 하며, 현장에서 뛰는 김익현(61·사진·부산북교회) 관장을 지난달 23일 부산 강서구 명지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났다.
김 관장은 ‘주는사랑재단’ 이사로 재직하면서 복지기관과 부산진구, 사상구, 강서구 등의 지역교회 70여 곳이 연대하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해 교회가 공공 사회복지기관과 공식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70여 개 교회는 복지관과 함께 여름엔 삼계탕, 겨울엔 김장, 명절 당일에 복지관에서 명절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갈수록 신앙적 색채를 드러내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시대에 고무적인 일이다. 김 관장은 교회가 가진 양질의 인적·물적 자원이 사회복지 자원으로 활용되는 것이 매우 가치 있다는 사실을 20여 년 동안의 복지사업을 통해 입증해 냈고, 그 결과 주민들과 관청으로부터 더 신뢰받는 기관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처음에는 복지관이 왜 교회와 일을 하느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사회복지기관이 서비스 편중을 막기 위해선 거점기관이 필요한데 교회는 인프라까지 갖춰져 있는 제일 좋은 거점 장소라는 것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는 사회와 동떨어진 곳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일원이자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좋은 복지자원이라는 것을 피력했고, 교회와 함께하는 사업들이 만족도가 높다 보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다.
‘주는사랑복지재단’ 산하 복지관에서는 매월 지역교회와 함께하는 찾아가는 생신 잔치를 연다. 복지관이 해당 지역동의 대상자를 선정하면 교회는 공간 데코레이션과 정성껏 마련한 식사를 제공하며 진정한 축하 자리를 마련한다. 순복음범천교회는 코로나 기간을 제외하고 지난 2017년 5월부터 시작해 31회에 걸쳐 가장 많은 생신잔치를 열었다. 그동안 821명의 어르신이 생신상을 받았다.
김 관장은 “5년 전 생신잔치에 참여한 어르신의 딸로부터 전화가 와서 멀리 있어 어머님의 생일을 못 차려 드렸는데 어머니가 교회의 생일잔치를 통해 너무나 행복해 하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어르신들이 행복해 하고 감동을 받기 때문에 이제는 교회에서 행사가 열린다 해도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르신들을 위로하고 인격적으로 대접하는 좋은 사업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김 관장은 이러한 사업들이 교회가 공공 사회복지기관과 함께해야 할 사역들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교회에 등록하거나 교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공간에서 목회자를 만나고 좋은 인식이 쌓이는 경험이 지역사회에 좋은 인상으로 남기 때문이다.
간혹 큰 성과를 기대하는 교회들로서는 이런 복지 사역은 투자 대비 결실이 낮은 사업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교회들과의 협력을 위해 자주 지역교회를 찾아가는 김 관장은 이런 부분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그는 “교회를 찾아가면 ‘후원금 받으러 왔나’하고 경계하기도 하고 건성으로 듣기도 한다. 돈이 필요한 거 같으면 교회를 설득하는 것보다 기업을 설득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며 “교회는 함께 일하기엔 말도 많고 탈도 많고 복잡하다. 그렇지만 교회와 함께 사회복지 사역을 감당하는 것이 신앙적으로 훨씬 가치 있고, 함께 할 때 믿는 이로서의 보람이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에 힘이 들어도 교회와 함께 일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관장은 사회복지 분야에 투신한 이후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일에 집중해 왔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은 이웃사랑으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을 신앙의 지표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김 관장은 교회와 한 개인의 신앙 척도는 ‘이웃사랑에서 드러난다’고 확신한다. 그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라는 것을 이해시키고 설명해 내지 못하면서 선교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반문하면서 “이웃사랑은 이웃이 소중해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이웃사랑의 지표를 잘 지켜내는 것인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웃사랑은 하나님의 존재를 고백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행위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설교 말씀을 듣는 것, 찬양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이웃 사랑인데도 불구하고 이웃사랑은 헌신도가 높고 어렵기 때문에 등한시 되고 있다”며 “하나님께서 이 세상과 나를 주관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믿는다면 이웃사랑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기독교뿐만 아니라 여러 종교에서 사회복지기관을 수탁해 운영한다. 타 종교의 사회복지 사업 운영방식과 기독교 사회복지 활동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김 관장은 출발과 과정, 그리고 결론까지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타종교와 기독교의 사회복지는 교리만큼이나 다르다”며 “기독교 울타리 안에 있는 사회복지는 본질적 측면이나 형식적 측면, 양이나 질 모든 면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잘하는 것만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현장에서 뛰는 김 관장도 여전히 아쉽다고 말한다. 김 관장은 “기독교가 사회복지 영역에서 압도적으로 잘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도 이런 것이 쉽게 드러나는 일이 아닌데다, 공격하는 세력도 있다 보니 잘하고 있는 일들이 평가절하 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면서도 “낙담하지 않는 믿음의 정신을 가진 복지기관과 교회가 협력하고 연대함으로 복음과 교회의 확장을 도모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이동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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