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 징계' 고민 길어지는 법무부…8시간 심의에도 또 결론 못냈다
법무부가 변호사 검색 서비스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징계한 대한변호사협회의 조치가 정당한지 8시간 넘게 심의했지만, 이번에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6일 회의를 열고 변협 징계를 받은 변호사 123명이 낸 이의신청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지난 7월 회의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회의엔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와 변협 관계자들, 징계 받은 변호사 11명이 출석했다. 법무부 변호사징계위는 이날 변호사법상 사건 수임이 법률 상담을 포함하는 개념인지 등 법리적인 문제에 대해 양측에 질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협은 2021년 5월 로톡 같은 법률서비스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할 수 있도록 광고 규정을 개정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에 걸쳐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무더기로 징계했다. 로톡 가입 변호사들은 견책부터 최대 과태료 1500만원의 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1월~올해 6월 징계 변호사 과태료 평균(251.4만원)의 5배가 넘는 금액이다.
지난해 말 해당 변호사들의 이의신청을 접수한 법무부 변호사징계위는 한 차례 심의 기간을 연장해 지난 6월까지 내부 심의를 진행했고, 7월엔 로톡과 변협 관계자들을 불러 입장을 청취했다.
그런데 법무부는 이번에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법무부는 “사실상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최종 결론을 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로톡 서비스의 구체적 운영방식, 헌법재판소·검찰·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기관의 판단, 국내·외 유사 플랫폼 사례 등을 면밀히 검토해 변호사가 로톡에 가입하여 활동한 것이 변호사광고규정에 위반되는지에 관해 충실히 논의를 진행했다”고 했다.
변협 “1년 반 1800건 수임…제대로 했을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되는 동안, 변협과 로톡은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 앞에서 장외 여론전을 이어갔다. 정재기 변협 부회장은 회의에 출석하면서 “법조윤리협의회에 신고된 사건 중에 평균보다 많은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 중 상위 30%가 민간 플랫폼을 통해 수임한 것이 확인됐는데, 1년 반 동안 1800여 건을 수임한 변호사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연 그 변호사가 1800여 건의 사건을 제대로 검토하고 수행했을지 의문”이라며 “법무부가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엄보운 로앤컴퍼니 이사는 “온라인상에서 변호사와 의뢰인이 서로를 찾는 당연한 일로 변호사가 마음 졸여야 하고, 기업이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는 나날이 계속되지 않게 법무부가 결단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로톡 “법률서비스 접근성 증대…징계 취소돼야”
변협 징계를 받고 이날 회의에 직접 출석한 강문혁 변호사는 “민간 법률서비스 플랫폼은 국민의 권익 향상이나 법률서비스 접근성을 비약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는 수단”이라며 “변협의 이번 징계는 마땅히 취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변호사는 “변협은 법률서비스 플랫폼은 오로지 변협이 출시하고 담당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변호사를 징계한 것”이라고 했다.
1급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탄 채 징계위에 참석한 이성준 변호사는 “정도(正道)를 지켜 변호사 활동을 해왔다고 생각한다”며 “로톡을 이용하는 것이 변호사의 공공성을 해친다거나 공정한 수임질서를 해친다고 한번도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로톡 같은 플랫폼이 더 많이 생겨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변협, 8년째 '로톡과의 전쟁'
또 변호사들의 플랫폼 가입을 차단하고 징계의 근거가 된 변협 광고규정 일부는 지난해 5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 변협의 유권해석에 위반되는 광고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한 것이 문제였다. 헌재는 “‘변협의 유권해석에 위반되는’이라고만 규정할 뿐 그에 따라 금지되는 광고의 내용이나 방법을 정하지 않고 있고, 이에 해당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변호사법이나 관련 회규를 살펴봐도 알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유남석·이석태·이영진·이미선 재판관은 해당 규정이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반된다는 보충 의견을 냈다. 변협 유권해석이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갖추지 못해 언제든지 변협 의사에 따라 쉽게 변경될 가능성이 있고, 규정 위반이 곧바로 독자적인 징계사유가 되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결국 꼭 필요한 한계 외에는 폭넓게 변호사 광고를 허용해야 바람직하다는 것이 헌재 입장이다.
이밖에 공정거래위원회도 “회원들에 특정 법률플랫폼 서비스 이용을 금지한 것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제한에 해당한다”며 지난 2월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각 10억원을 부과했다. 변협은 이에 불복해 공정위를 상대로 서울고법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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