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野의원들에 "공부 좀 하세요 여러분"…목소리 높인 이유 [대정부 질문 2일차]
6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선 여야가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등을 둘러싸고 강하게 충돌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향해 “육사의 정신적 뿌리는 신흥무관학교인가 국방경비사관학교인가”라고 묻자, 이 장관은 “육사에 대한 것은 국방경비사관학교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육사의 정신적 뿌리를 신흥무관학교로 봤던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에 안 의원은 “헌법이 계승하고 있는 광복군과 신흥무관학교를 부정하는 반헌법적·반국가적 발상”이라고 비판했고, 이 장관은 “국방부나 육사가 홍범도 장군의 독립운동에 대한 업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다만 육사의 정체성을 생각했을 때 홍범도 장군은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서도 “사건을 은폐·축소했다”는 야당과 정부 측 인사들의 공방이 오갔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이 “군사 최고 지휘부 의사가 개입돼 수사 결과가 바뀌었다”고 몰아세우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법에 따라 진행됐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그러자 기 의원은 “허위보고”라며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국방부 장관과 관료들에 의해 놀아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총리는 “천만에요, 어떻게 그런 무책임한 말씀을 하시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이종섭 장관에게 “군사법원법 상 (민간) 수사기관이 사실을 알면 신속하게 이첩하도록 돼 있다”며 “수사기관이 주체라고 했지 여기 장관·사령관이 어디있느냐”고 몰아세웠다. 이에 이 장관은 “장관도 지휘·감독할 권한이 있지 않느냐”며 “누구를 넣어라 빼라, 이렇게 지침 준 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한·미·일 동맹에 관한 입장차도 극명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이 “한·미·일 동맹의 확장 억제 정책이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었냐, 착각아닌가”라고 말하자 한 총리는 “천만에요, 의원님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자 한 총리는 의원석을 향해 “공부 좀 하세요, 여러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김 의원이 “세계 6위의 우리 국방력과 (일본 없는) 한·미동맹만으로 도저히 우리나라를 지킬 자신이 없냐”고 물었을 때도 한 총리는 “패배주의에 빠지지 마세요”라고 언성을 높였다.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을 놓고도 한 총리는 물러서지 않았다. 김경협 의원이 “문재인 정부와 비교했을 때 나아진 경제지표가 있느냐”고 하자 “전 정부 5년동안 400조가 넘는 빚에 의존했다. (윤석열 정부도) 문재인 정부처럼 하면 당장 회복된다. 하지만 우린 절대 그렇게 못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질의를 마무리하면서 “솔선수범해 사퇴하라. 깊게 한번 생각해보라”고 하자 한 총리는 “생각할 의도가 전혀 없다”며 잘라 말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가능성에 대한 대화도 오갔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의 회담 가능성을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이종섭 장관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회담을 통해 북·중·러 군사합동훈련의 실시 여부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 대신 참석한 장호진 외교부 1차관도 북·러 군사협력 가능성을 묻는 임종헌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북·러 군사협력 가능성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며 늘 있어왔고, 우리 정부는 그것이 유엔 안보리 위반이라는 점을 러시아에 계속 주지시켜왔다”고 밝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영향이 미미하다는 내용의 논문이 문재인 정부 시절 정부 압박으로 철회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성일종 의원은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속 연구진은 2020년 10월 15일 원자력학회에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가 우리 바다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요지의 논문을 발표했다”며 “그런데 이 논문이 게재되니까 문재인 정부에서 압력을 가해 철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놀라운 것은 이 논문을 썼던 연구원이 인사 징계를 받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이에 대해 “규정이나 법의 위반 사항이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과 야당 의원 사이에선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태 의원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7년째 미루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 “가해자이자 폭압자인 김정은 편을 들면서 북한인권문제만 나오면 입을 닫고 숨어버리는 민주당은 ‘민주’라는 이름을 달 자격도 없는 정당”이라며 “민주당은 반(反)국가적인 행태로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는 것”이라고 비판 게 시발이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다”, “부역자야”, “말 똑바로 하라”며 비난했고, 태 의원은 “뭐 쓰레기? 발언 조심하라”라며 발언한 의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석에선 “어따대고 삿대질이냐”며 웅성거렸고, 장내 분위기는 격앙되자 사회를 맡은 정우택 국회부의장이 “인신공격적인 발언은 하지 말아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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