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카다시안도 가방보다 주사?…루이뷔통 제친 '유럽 시총 1위'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만든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유럽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에 등극했다. 세계 최대 명품 업체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를 제치면서다. 위고비는 체중을 10% 이상 줄일 뿐만 아니라 심장마비·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20%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덴마크 증권시장에서 노보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74% 오른 1310.8덴마크크로네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이날 달러 기준 4280억 달러(약 567조원)에 달했다. 이와 달리 LVMH 주가는 프랑스 증시에서 0.41% 내렸다. LVMH의 시총도 3830억 유로(4190억 달러)로 유럽 2위로 밀려났다.
주가 오르며 시총 덴마크 GDP까지 추월
올해 위고비를 출시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전 세계적 인기를 끌면서 노보 주가는 약 41% 상승했다. 2021년 6월 노보는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위고비를 출시한 뒤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최근 노보는 위고비를 영국에서도 선보인다고 밝혔다. 스티브 바클레이 영국 보건사회복지부 장관은 4일 “위고비 출시로 체중 관련 질병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을 줄이는 동시에 의료보험 시스템(NHS)에 대한 압박도 덜어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만은 예방 가능한 암의 두 번째로 큰 원인이며 NHS에 65억 파운드의 비용을 유발한다”며 “새로운 시대에 위고비는 의약품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노보는 100년 전인 1923년 덴마크에서 설립된 제약회사로, 당뇨병과 비만 치료 시장에서 최대 매출을 올리는 생산업체다. 세계 비만 치료 시장에서 50%, 당뇨 시장에선 3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두 분야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약 88%를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관련 시장의 매출이 연 1300억~14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주가가 상승하며 노보의 시총은 덴마크의 국내총생산(GDP)인 4060억 달러 수준마저 넘어섰다. 로이터에 따르면 덴마크는 지난달 31일 제약 산업의 성장을 주요 요인으로 꼽으며 연간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6%에서 1.2%로 올려 잡았다.
위고비 뭐길래
올 2분기 위고비의 판매액은 약 7억3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배 증가했다. 노보의 다른 비만 치료제 ‘오젬픽’의 매출도 59% 증가한 약 21억5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 스스로 주사하는 비만 치료제다. 주요 성분인 세마글루티드는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 GLP-1을 흉내 내는 ‘GLP-1 유사체’로, 음식물이 소화계를 천천히 이동하도록 하고 식욕을 억제하도록 중추신경계를 자극한다.
위고비를 주사하면 포만감이 느껴지고 식사량은 줄어 결국 체중이 10% 감소한다는 게 노보 측 연구 결과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모델 킴 카다시안도 위고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품귀현상도 있었다.
지난달 8일에는 위고비가 비만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노보는 비만(체질량지수가 평균 27㎏/m² 이상)이지만 당뇨 병력이 없는 45세 이상 성인 1만7600명을 대상으로 5년간 주 1회 위고비 2.4mg 또는 위약을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심장마비 또는 뇌졸중 위험을 20% 줄이는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한국 출시는?
위고비의 국내 출시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지난 4월 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위고비를 승인한 뒤 내년 10월까지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위고비가 비만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며, 건강한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위고비 치료가 끝나도 식단과 운동을 하지 않으면 체중이 다시 불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 인구는 2020년 기준 약 9억8880만명이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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