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세종·제주 일회용컵 반환율 3배 껑충…전국으로 확대될까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시작한지 9달만에 컵 반환율이 3배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제주와 세종의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점차 정착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전국 확대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6일 환경부에 따르면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보증금 제도를 처음 시행한 지난해 12월에는 일회용컵 반환율이 12%에 그쳤지만 8월에는 62%로 높아졌다. 9개월간 제주와 세종에서 반환된 일회용컵은 313만7636개로 집계됐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카페 등에서 일회용컵 음료를 사면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더 내도록 하고, 일회용컵을 반납하면 300원을 돌려주는 제도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범 도시에서 어느 정도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두 지역은 제도 시범 시행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회용컵을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 삶의 방식에 적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분들이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점점 많아진다고 말한다"고 했다.
환경 단체들 "환경부 플라스틱 규제 소극적" 비판
컵 보증금제 적용 대상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도 여전하다. 100개 이상 가맹점을 보유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보증금제 대상이지만, 이외 프랜차이즈 브랜드나 개인 카페 등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프랜차이즈 점주나 개인 카페 점주나 대부분 비슷한 처지의 소상공인"이라며 "프랜차이즈 카페 사장은 보증금 300원도 받아야 하고, 컵 회수에 노동력과 비용을 더 써야 하다보니 저가 커피를 파는 개인 카페에게 손님을 빼앗긴다"고 말했다.
제주와 세종만 차별을 받는다는 불만도 있다. 고 이사장은 "전국적으로 차별 없이 제도가 시행돼야 하는데, 아무리 요구를 해도 환경부에서 전국 시행을 위한 로드맵이 있다는 얘기를 못 들었다"고 했다.
"시범 운영해보니 비용 많이 들어…제도 보완 고민해야"
환경부는 당장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두 곳에서 보증금제를 시행하는 데에도 생각보다 많은 행정력과 비용이 들고 있다. 무턱대고 시행 지역을 넓히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1년 간 시범 운영을 한 뒤 결과를 분석해야 다음 계획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홍수열 소장은 "현재 보증금제는 환경부가 개별 카페들을 일일이 관리하면서 운영하고 있어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앞으로 국제적인 탈(脫)플라스틱 압박이 거세질 것이고 고통스러워도 가야 하는 길인 만큼 시범 시행 결과를 냉정히 평가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일회용컵 회수 관리 의무를 지도록 하는 방안, 사업장 성격에 따라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하거나, 플라스틱 세금을 부과하는 등 제도를 다양화하는 방안 등을 놓고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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