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홍범도 대신 백선엽? 국방장관의 '열린' 답변

이경태 2023. 9. 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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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부질문-외교·통일·안보] 육사 내 백선엽 조형물 설치 여부 질문에 "육사 정체성" 강조

[이경태, 남소연 기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육사(육군사관학교)의 정체성이란 것은 북한 공산집단에 대한 것이니. 거기와 비교했을 때는 또 다른 평가가 가능하다고 본다."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6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친일 행적이 있는 고 백선엽 장군 관련 조형물의 육군사관학교 내 설치 가능 여부를 묻는 말에 내놓은 답변이다.

2018년 지청천·이회영·이범석·김좌진 등 다른 독립영웅들과 함께 육사 교정 내 설치된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소련공산당 가입 등을 이유로 철거하는 만큼 다른 역사적 논란이 있는 백선엽 장군 관련 조형물도 육사 내 설치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었는데, 오히려 '육사 정체성'에 비춰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놓은 셈. 백 장군은 일제강점기 시기 간도특설대 장교로서 항일무장 독립군을 토벌한 전력 등으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됐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백선엽 장군의 간도특설대 문제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남로당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것도 역사논란이 있으니깐 백선엽 장군 역시 육사 내 동상으로 기리면 안 되지 않나"라고 물었다.

이 장관은 이에 "백선엽 장군이 간도특설대 소속은 맞다"면서도 "육사의 정체성이란 것은 북한 공산집단에 대한 것이니. 거기와 비교했을 때는 또 다른 평가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사실상 해당 답변으로만 보자면, 추후 육사 내 조형물 재배치 과정에서 백선엽 장군을 기리는 조형물이 충분히 배치될 수 있다는 뉘앙스였다.

참고로 이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 때는 "육사에 맥아더·백선엽 장군 동상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기본적으로 없었다"고 답한 바 있다. 다만, 그때 당시에도 "장관 생각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생각해보지 않아서 지금 답변드리기 제한된다. 현재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육사 정체성 봤을 때 홍범도 장군 흉상 적절치 않은 측면 있어"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이종섭 장관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이전 논란에 대한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도 '북한에 대한 대적관을 확립해야 할 육사의 정체성'을 계속 기준점으로 강조했다.

그는 관련 질문에 "육사의 정체성이나 생도 교육 차원에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며 "국방부나 육사가 독립운동의 업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홍범도 장군이 북한을 이롭게 한 적이 있느냐"는 안 의원의 질문에도 "(홍 장군은) 북한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결국 김일성의 6.25 전쟁을 사주한 것이 스탈린 공산당"이라며 "(홍 장군은) 정확히 말하자면 (소련공산당이) 레닌과 스탈린으로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스탈린의 집권 이후에 소련공산당에 입당했다"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이 "육사가 현재 여러 국가로부터 (생도) 수탁교육을 하고 있지 않나. 공산국가인 베트남 학생들이 육사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면 육사의 대적관을 망가뜨리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을 때, 이 장관은 "전세계 모든 국가를 상대하는 게 아니라 북한에 대해서만 특별히 그런 걸(대적관)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이번 논란은) 육사의 정체성이라는 걸 가지고 따지면 된다"고 답했다.

안 의원은 "홍범도 장군이 소련공산당에 입당한 건 60세 즈음이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라면 20·30대에 가입했어야 했다. 이건 누가 보더라도 당시 협동농장을 운영하면서 쟁기와 씨앗 등을 얻고 한인들을 먹여살리려고 했던 거 아니냐"고 재차 따졌다.

하지만 이 장관은 "저희들이 역사논쟁이나 이념논쟁을 하자는 건 아니다"며 "다만 육사의 정체성을 놓고 생각했을 때 홍범도 장군이 적절치 않은 측면이 있다고 해서 좀 더 홍 장군의 업적을 좋은 방법으로 선양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기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기념물 재배치 실무 총괄자가 뉴라이트? 아니다"

한편, 이종섭 장관은 "홍범도 장균 흉상 철거를 결정한 육사 '기념물 재배치 위원회' 실무 총괄자가 박근혜 정부 당시 뉴라이트 논란을 부른 국정교과서 현대사 집필진 중 한 명인 나종남 육사 군사사학과 교수"라는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나 교수는 뉴라이트 성향으로 평가받는 한국현대사학회 창립준비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바 있고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기념해야 한다는 뉴라이트 인사들이 주로 참여한 <대한민국 건국의 재인식>의 집필에도 참여한 인사다. 하지만 이 장관은 "2018년 육사에 홍범도 장군 흉상을 만들 때부터 논란이 됐고 지난해 국정감사 때 문제제기가 되고 해서 육사에서 판단해 (흉상에 대해) 재검토 하게 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장관은 관련 질문에 "언론에 나온 내용을 확인해봤는데 (홍범도 흉상 이전은) 개인성향에 따라 결정된 것이 아니었다"며 "(나 교수의) 개인성향도 그처럼 편향된 성향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뉴라이트 운동 등도 (보도에서) 언급되고 (나 교수가) 소속된 것처럼 나오지만 그것도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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