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자신감 채워준 ‘애즈버리에서의 2박3일’…“큰 뜻 담긴 역사현장 생생하게 재연”
올해 2월 8일 미국 켄터키주 윌모어에 위치한 애즈버리대학교에서 ‘애즈버리 부흥’(Asbury Revival)이 시작됐다. 관련 소식은 유튜브 등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얼마 후부터는 한국의 기독교인들도 모이면 애즈버리 이야기를 꺼냈다.
3월 초 윤학렬(57·사진·파주순복음삼마교회) 감독도 교회 지인 7명이 모인 자리에서 “애즈버리에 하나님의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때 이야기를 나누던 한 지인이 윤 감독에게 “지금 바로 애즈버리로 가세요”라며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하기 위해 따로 마련해 둔 600만원을 윤 감독 계좌로 송금했다고 한다. 그렇게 갑자기 찾아간 애즈버리대학에서 윤 감독은 하나님의 시나리오를 확인하며 영화 ‘부흥’을 시작할 수 있었다. 두 달여 간 미국 촬영차 출국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윤 감독을 서울 사무실에서 만났다.
윤 감독은 199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된 후 시트콤 ‘오박사네 사람들’ ‘LA아리랑’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인기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원형서사를 공부하며 무속인과 굿, 샤먼에 빠졌고 점점 무속인을 인간문화재로 세우는 데 앞장서게 됐다. 어느새 무속인들은 윤 감독에게 드라마 제작사를 차려줄 만큼 사이가 돈독해졌다.
2008년 가까이 지내던 기독교인 권사가 “감독님은 하나님의 사람입니다”라며 전도하기 시작했다. 인상이 저절로 구겨졌지만 그 무렵 몇 명으로부터 “감독님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기분이 묘해졌다. 얼마 후 그 권사의 소개로 카페에서 한 강도사를 만났고 강도사가 기도를 시작하자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며 중학교 때 모습이 천천히 보였다. 중학생이던 윤 감독은 약수동 산길을 걷다가 너무 추운 나머지 교회 예배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온몸으로 온기를 느끼며 예배당 맨 뒤에 앉아 십자가를 향해 작은 소리로 말했다.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면 나는 왜 이렇게 힘들어요?”
기억에도 없던 장면이 보여지고 난 후에는 기도가 저절로 시작됐다. 눈을 떠보니 40분이 지나 있었고, 조금 전 카페로 들어올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달려가 수천만 원짜리 부적을 비롯해 집 곳곳에 붙어 있는 부적을 모두 떼버렸다. 이후 무속인들이 차려준 회사가 공중분해 되면서 법적 문제에 휘말렸지만, 마음만은 아주 평안했다.
이듬해 윤 감독은 영화 ‘철가방 우수씨’를 제작했다. 우연히 뉴스를 통해 고(故) 김우수씨의 삶과 안타까운 교통사고 소식을 접한 후 ‘우리 시대의 예수’라는 생각으로 그의 삶을 조명했다. 고아로 자라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하며 불우한 어린이들을 끊임없이 도운 김우수 역의 최수종을 비롯해 김수미 등 출연 배우들이 재능기부로 영화에 동참했다. 또 ‘부활’의 김태원은 음악으로, CJ배급사는 한국영화 최초로 전국 극장 배급을 재능기부 하며 당시 나눔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에도 영화 ‘1919유관순’ ‘이프패밀리’ 등을 제작하며 꾸준히 기독교 메시지를 전한 윤 감독은 올해 3월 ‘애즈버리 부흥’ 소식을 접했다. 윤 감독이 애즈버리 대학을 방문했을 때 부흥 현장은 모두 끝난 상태였다. 학교라도 둘러봐야겠다는 마음으로 한국인 목사와 학교를 둘러보다가 우연히 채플 담당 목사를 만났다. 한국인 목사는 윤 감독을 “한국의 유명 감독으로 부흥 현장을 촬영하고 싶어서 왔다”고 소개했고, 채플 담당 목사는 즉석에서 학교 홍보담당자 ‘에번’을 소개해줬다. 그리고 에번은 윤 감독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 저녁 7시에 채플을 통해 성령을 만난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홈커밍 행사가 있습니다. 그곳에 당신을 초대하겠습니다. 당신은 신학대학 티모시 총장도 만날 수 있습니다.”
우연은 또 이어졌다. 티모시 총장으로부터 “한국은 특별한 땅이다. 이 부흥의 불길이 한국에 전이 되길 바란다”는 얘기를 들으며 걷다가 한 사람과 부딪쳤다. 그는 이번 부흥이 일어난 일반대학 총장 ‘케빈’이었다. 윤 감독은 애즈버리의 일반대학과 신학대학 두 곳의 총장을 선약 없이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교내식당에서는 선교학과 김삼 교수를 우연히 만났다. 김 교수는 “교내식당을 5년 만에 처음 왔다. 부흥의 시작 때 그 자리에 있던 학생 대부분이 선교학과 제자이며, 나 또한 부흥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그 자리에 있었다”며 식사를 마치는 즉시 교수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이 모든 일이 애즈버리에서 2박 3일 동안 일어났다. 윤 감독은 “만나야 할 사람을 모두 만나게 하시고, 들어야 할 것을 모두 듣게 하신 하나님”을 경험하며 인터뷰를 바탕으로 ‘부흥에 대한 기록’ ‘부흥의 땅’ ‘부흥의 얼굴’ ‘시대별로 쓰시는 부흥자’ ‘청년부흥’ ‘미래부흥’ 등의 자료를 찾아 연구했다. 그렇게 기획한 영화 ‘부흥’에 애즈버리뿐 아니라 웨일즈, 원산, 평양, LA 아주사, 시카고 무디, 보스턴, 인도와 아프리카 등 현대 기독교 역사에 일어난 부흥 현장을 담기로 했다.
영화 ‘부흥’ 제작 소식에 KAM선교회(데이비드차 대표)는 후원금을 전달했으며 국내외 기독교 인사들도 인터뷰에 동참의 뜻을 밝혔다. 이영훈 목사, 유기성 목사, 손성무 목사, 김은호 목사, 박동찬 목사, 김원철 목사, 황성주 박사, 류응렬 목사, 이성자 목사와 함께 존 파이퍼 목사 및 미국과 유럽의 신학자가 인터뷰에 나선다. 또 현재 ‘1903년 원산대부흥’을 드라마로 만들기 위해 최수종, 정운택, 최강희 등 기독교 연기자를 섭외하고 있다.
영화 ‘부흥’은 미국 영국 인도 호주 아프리카 등 4개 대륙 12개 국가에서 촬영을 마친 후 내년 하반기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송출된다. 윤 감독은 “미운 오리가 백조인 것을 몰랐듯이 영화 ‘부흥’을 통해 나와 우리가 하나님이 선택한 사람임을 믿고, 다시 한번 부흥의 때를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박성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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