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대 '오르카 프로젝트' 누가 따낼까…K-방산, 폴란드 총출동

김수민 2023. 9. 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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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수의 방산 기업들이 5일(현지시간) 폴란드 키엘체에서 개막한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에서 육해공 첨단 무기를 대거 선보였다. 최근 급부상한 ‘K-방산’의 입지를 확인하는 한편, 미국‧영국‧독일 등 방산 강국과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유럽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제31회 폴란드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MSPO) 현대로템부스에서 LIG넥스원의 안티드론체계가 탑재된 다목적무인차량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제31회 폴란드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MSPO)의 한화그룹 부스에 전시된 장보고-III 모형 앞에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폴란드 대통령도 인정한 ‘K-방산’


이번 행사에는 총 30개국, 350여 개 업체가 참가했다. 현대로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국항공우주산업(KAI)·LIG넥스원·기아·풍산 등 국내 주요 방산 업체는 단독 부스를 마련했다. 보성공업·연합정밀·팔월삼일 같은 중견·중소업체도 참가했다. 야외 전시장 한복판엔 K-방산의 상징인 K-2전차가 위용을 과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무기 수출은 한 번의 수주와 판매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수명 주기에 따라 대개 수십년간 기능과 전력 유지·강화를 위한 하드웨어 유지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이뤄지고, 여기에 소모품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이날 국내 기업 전시관을 곳을 둘러보며 한국 무기 체계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두다 대통령에게 3000t급 잠수함인 ‘장보고-III 배치(Batch)-II’의 잠항 능력과 다목적 수직 발사관 등 기술력을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한화의 육해공 방산 토털 솔루션이 양국의 우호 증진과 기술 협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폴란드 국영 방산 기업 PGZ와 K9 자주포 현지 생산 및 후속 군수 지원, 레드백 기반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와 다연장 로켓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폴란드의 ‘오르카(Orka) 프로젝트’를 겨냥한 행보다. 폴란드는 3000t급 잠수함 3~4척을 새로 도입하는 3조원대 규모 오르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군함)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산하 한화디펜스(K-9 자주포·장갑차), 한화시스템(AESA 레이더)이 강점을 내세우는 분야다.

강구영 KAI 사장은 KF-21 한국형 전투기, 소형 무장헬기(LAH) 등 주력 제품을 두다 대통령에게 소개했다. 두다 대통령은 “빠른 납품에 따른 폴란드 공군 조기 전력화에 매우 만족한다”고 평가했다. KAI가 지난 7월 인도한 폴란드 수출형 FA-50 1·2호기는 폴란드 국군의 날(8월 15일)에 유럽 하늘 첫 비행에 성공했다. 강 사장은 한국 취재진에게 “FA-50을 유럽 전역으로 확장할 기회를 찾고 KF-21을 새로운 제품으로 부각하겠다”고 밝혔다. FA-50은 국산 초음속 경공격기이고 KF-21은 국산 4.5세대 전투기다.

김경진 기자

국방 예산 급증…폴란드 교두보 삼아 유럽 공략


현대로템은 폴란드에서 운용 중인 K2 전차 및 성능 개량형 K808 차륜형 장갑차 실물을 전시했다. 지난해 8월 K2 전차 180대 수출 계약을 체결한 이후 현재까지 28대가 인도된 기종이다. 2025년 말까지 납품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LIG넥스원은 항공 탑재 유도 무기인 KGGB와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현궁·신궁 등 지상 유도 무기를 대거 선보였다. 기아도 ‘한국형 험비’로 불리는 소형 전술 차량 KLTV 등을 공개했다.

폴란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 무기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다른 주변 국가도 군사력 증강에 나서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국방 예산은 기존 전망치 대비 2조 달러(약 2조6000조원), 무기 획득 예산은 6000억 달러(약 780조원)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폴란드는 올해 국방 예산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최고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4%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업체들이 폴란드를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로 삼은 배경이기도 하다.

두다 대통령도 이날 개막 인사에서 “내년에 우리는 국방비로 1370억 즐로티(약 43조5800억원)를 쓸 계획”이라며 “이는 GDP의 4%가 넘는 금액”이라고 했다.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은 자유·인권·평화의 가치를 공유하는 폴란드와 방산 협력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1993년 개막해 매년 열리는 폴란드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 파리 유로사토리, 런던 DSEI와 함께 유럽 3대 방산 전시회로 꼽힌다. 주최국(host nation)과 주도국(lead nation) 제도를 두고 있는데, 올해 한국은 주도국 지위로 참가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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