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하이닉스 쫓겠다"…메모리 3위 마이크론도 HBM에 야심
메모리 반도체 세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부상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추격’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6일 과기신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루동휘 마이크론타이완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AI 시장의 수요 증가에 맞춰 HBM 생산을 위한 첨단 공정과 패키징 기술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며 “업계 최초의 8단 24GB HBM3 2세대 제품을 개발해 샘플을 고객사에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제품의 대역폭은 초당 1.2TB(테라바이트) 이상이며, 전송 속도는 초당 9.2Gb(기가비트)를 초과한다. 이는 시중의 HBM3 솔루션보다 50% 높은 수치”라며 “AI 애플리케이션에 더 효율적인 제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마이크론은 또 대만 타이중에 HBM 고급 패키징 허브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대만은 마이크론 D램 반도체의 65%를 제조하는 생산 거점이다. 특히 반도체 제조 생태계를 탄탄히 구축하고 있는 대만의 환경을 활용해 패키징 허브를 조성, 제조부터 패키징까지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타사에서 제조한 그래픽처리장치(GPU)나 중앙처리장치(CPU) 같은 제품 패키지도 테스트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루 회장은 “HBM 시장 규모는 아직 D램의 10% 정도이지만 앞으로의 성장성이 매우 높다”며 “향후 32GB인 12단 HBM3e를 출시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마이크론의 HBM 시장 점유율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메모리 불황으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인원 감축에 나섰던 마이크론은 현재 본사의 정리해고를 중단한 상황이다.
다만 마이크론의 ‘HBM 야망’이 얼마나 시장에서 통할지는 미지수다. 익명을 원한 한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업계 최초라고 하는 건 현재 시중에서 양산 중인 4세대 HBM3와 비교해서 말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기술이 앞섰다는 의미로 볼 순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5세대 HBM3E를 개발해 고객사에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도 올해 안에 5세대 제품인 HBM3P를 고객사에 샘플로 공급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0%로 선두였다. 이어 삼성전자 40%, 마이크론 10% 순이었다. 올해에는 한국 두 기업이 46~49%로 시장을 양분하고, 마이크론은 4~6%로 점유율이 쪼그라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반도체 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웨이퍼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글로벌웨이퍼스의 도리스슈 회장은 이날 개막한 국제반도체 전시회 ‘세미콘 타이완’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반기에도 여전히 고객들이 재고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면서도 “전반적인 압박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자동차·전자제품 및 생성 AI의 성장으로 내년 1·2분기에는 반도체 업계가 상당히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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