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수 잘못하면 끌어내리는 게 민주주의"…與 "대선불복"

단식 7일차를 맞이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링 위에 오른 선수들이 국민의 뜻에, 국리민복(國利民福)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하는 것인데, 그게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설명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시사한 듯한 발언에 국민의힘은 “대선 불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앞 단식투쟁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의 발언은 6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김어준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민주주의라고 하는 건 결국 민주 국민, 주인인 국민이 지켜내야 된다”며 한 얘기다. 이 대표는 “지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사실”이라며 “결국은 링 위에 올라가 있는 선수들이 국민들을 위해서 일하는지를 감시하고, 잘못할 경우에는 지적하고, 정말로 국민의 뜻에 국리민복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하는 것인데, 그게 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 탄핵을 언급한 데 이어 이 대표까지 탄핵에 동조하는 듯한 강경 발언으로 윤석열 정부 비난 수위를 끌어 올리는 모습이다. 전날 설훈 의원은 고 채수근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언급하며 “직권남용이 분명하고 대통령이 법을 위반한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며 “탄핵 소지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두관 의원도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을 죽이는 반민족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기다리는 것은 탄핵 밖에 없다”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과 관련해 “만약에 저들이 다수당이 되거나 하게 되면 법과 제도까지 통째로 뜯어고칠 것 같다”고 우려하며 “뭔가 장기 집권이나 무력에 의한 영구 집권을 꾀하는 게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든다”고도 말했다.

이 대표 발언이 전해지자 국민의힘은 “사실은 대선 불복을 외치고 싶은 이 대표의 속마음을 대변한 것 아니겠느냐”(신주호 상근부대변인)고 꼬집었다. 이날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를 ‘회초리를 든 무서운 의붓아버지 같은 모습’에 빗댄 것을 두고서도 “잘못은 본인이 저지르고 갑자기 재혼가정을 비하하고 있다”(백경훈 상근부대변인)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당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회의에서) 탄핵과 관련한 이야기는 없었다”며 “대통령실이나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 수사에) 만약 개입했다면 직권남용이고 국기 문란, 국정농단이란 차원에서 설훈 의원이 문제제기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당 차원의 윤 대통령 탄핵 추진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국회 앞 단식투쟁천막에서 열린 진교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자 공천장 수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이어 국회 본청 앞 단식투쟁 천막에서 당 최고위원회를 주재하며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국민 5000만이 모두 주권자로서 권력을 행사한다면 무정부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발언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의 경질을 촉구했다. 김 장관은 이후 “국민은 투표를 통해서 대통령을 뽑고 지역구 대표인 국회의원을 뽑아서 대표를 통해서 권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이 대표는 “명백하게 국민 주권을 부정한, 헌법 제1조를 위반한 발언”이라고 질타했다.

이 대표의 강경 기조에 맞춰 친명계 원외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날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 전원 해임건의안 의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윤석열 무능독재 정권에 엄중히 요구한다. 국민 다수의 뜻과 삶을 저버릴 바엔 차라리 퇴진하라”면서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을 향해 레드카드를 꺼낼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11일까지 민주당 의원들의 찬반 의사를 확인한 뒤 12일 명단을 공개하겠다고도 압박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외교국방통일)에 참석해 앉아 있다. 강정현 기자

민주당 의원들이 연이어 대통령 탄핵을 언급한 데 대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심각한 대선불복 행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잊어버리려고 하면 탄핵을 얘기하는데 탄핵이라는 게 헌법을 위반했거나, 탄핵 사유가 있어야 한다. 정상적으로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에 대해 해서는 안될 말”이라고 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계속해서 탄핵을 언급하는 야당의 행태는 헌법 위에 국민의 선택으로 탄생한 선출 정부에 대한 내란선동행위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