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먹는 물' 탄생시킨 김노식 전 의원 별세

[한국경제TV 박근아 기자]

한때 우리나라에서 물을 사서 마신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국내 생수 판매가 허용된 것은 1990년 8개 생수판매업체가 보사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994년 3월 대법원이 업체측 손을 들어주며 규제를 철폐하라고 한 덕분이었다.

당시 생수판매업체를 운영하면서 협회 대표로 소송을 이끈 김노식(金魯植) 전 의원(삼승음료 회장)이 6일 오전 6시30분께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78세.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고인은 안동 경안고, 경기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생 때인 1968년 한국대학생회장단연합회 회장을 지냈다. 범화종합건설 부사장과 용마건설·설악음료·백룡음료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기업인으로 활약했다. 2012년부터는 삼승음료를 운영했다.

1994년 생수 시판이 허용되기 전에는 외국인들만 생수를 사 마실 수 있었다. 88올림픽을 앞두고 잠깐 14개 업체에 생수 판매를 허용한 적이 있었는데 고인이 운영한 설악음료 역시 1987년 당시 '국내 시판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다.

고인은 1988년부터 한국광천음료협회장을 맡아 생수 합법화를 주도했다. 8개 생수판매업체가 1990년 8월 보사부 장관을 상대로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냈고, 대법원이 1994년 3월8일 "외국인에게만 생수를 팔 수 있도록 허용한 보건사회부 장관의 고시는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후 임의단체인 광천음료협회가 1995년 한국샘물협회로 거듭났고, 고인은 이 단체 초대 회장을 지냈다.

정치권 진출을 시도한 고인은 1978년 제1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민주공화당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했지만, 1981년 11대 총선에서 민주한국당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 비례대표로 당선됐다가 공천헌금 문제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유족은 부인 김연호씨와 사이에 2남1녀로 딸 김정민씨와 아들 김민기·김재현씨, 사위 김훈영, 며느리 이서영 이경은씨 등이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