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고 싶다"는 한지민 미친 연기 통했다…'힙하게' 인기 비결

어환희 2023. 9. 6. 17: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JTBC 토·일 드라마 ‘힙하게’ 속 봉예분(한지민)은 사람이나 동물의 엉덩이를 만지면 과거가 보이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갖고 있다. [사진 스튜디오 피닉스·SLL]


100년 만에 떨어진 유성을 맞은 수의사가 고양이의 엉덩이를 만지자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고양이가 보고 들은 것이 마치 CCTV 영상처럼 눈앞에서 시간순으로 펼쳐진다.
JTBC 토·일 드라마 ‘힙하게’는 사람이나 동물의 엉덩이를 만지면 과거가 보이는 초능력을 갖게 된 수의사 봉예분(한지민)이 서울에서 좌천돼서 온 형사 문장열(이민기)와 함께 마을에서 일어난 연쇄살인 수사를 벌이는 이야기다. 4회 만에 시청률 7%(닐슨, 전국)를 찍더니 최근 방영한 8회까지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비현실적인 초능력에 엉덩이를 만져야 한다는 설정까지, 방송 전에는 다소 난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석윤 감독은 지난달 10일 제작발표회에서 “다른 사이코메트리 수사물과 차별화를 두고, 쉽게 과거를 보기보다는 초능력을 발휘하는 데 핸디캡(불리한 여건)을 줘서 거기서 오는 다양한 상황을 풀어가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방송을 통해 앞뒤 정보를 얻는다면 의문점이나 우려의 시선이 없어질 것”이라면서 ‘맥락’을 강조했다.

드라마는 주인공이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서사를 풀어간다. 봉예분은 초능력을 통해 자신의 병원을 찾는 반려동물 주인의 답답함을 풀어 준다. 말 못하는 동물의 입장을 사이코메트리로 읽고, 이상 행동을 보이게 된 계기를 짚어내는 식이다. 절친 배옥희(주민경)의 남자 친구 문제를 해결해 주고, 납치된 여성을 구하는 등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풀어나가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초능력을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에 사용하면서 시청자와 친밀도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한지민은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허당기 있는 봉예분의 모습을 표현한다. [사진 스튜디오 피닉스·SLL]


시청자를 드라마에 몰입하게 하는 데는 배우 한지민의 역할이 크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엉덩이를 만져야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단 점은 여전히 불편한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코믹스러운 캐릭터와 해학적인 유머 코드”라면서 “특히 배우가 아낌없이 무너지면서 캐릭터를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이 밝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짚었다.

질주하는 소 위에 올라타거나 창틀에 몸이 끼이는 등 허당기 있는 봉예분 캐릭터를 한지민은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풀어낸다. 그는 제작발표회에서 “봉예분은 상황마다 진지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대놓고 우스꽝스럽다기보다는 감정에 집중해 연기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진짜 많이 웃었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고 싶다”며 코믹 연기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5551 커플’로 불리는 원종묵(김희원)과 정현옥(박성연)은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패러디하며 코믹스러운 중년 로맨스를 선보인다. [사진 스튜디오 피닉스·SLL]
'언니 부대'로 뭉치며 드라마의 감초 역할을 하는 배옥희(주민경)과 김용명(김용명). [사진 스튜디오 피닉스·SLL]


영화 '조선 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 드라마 '눈이 부시게'(2019, JTBC)에 이어 세 번째로 김석윤 감독과 만난 한지민은 “사람마다 웃음 포인트가 달라 코미디 연기는 감히 엄두를 못 냈었는데, 현장에서 감독님 디렉션(지시)을 믿고 따랐다”고 밝혔다. 예능 PD 출신인 김 감독은 ‘올드미스 다이어리’(2004, KBS) 등 다수의 시트콤을 연출했다. 그가 만드는 드라마는 장르를 불문하고 시청자를 웃게 만드는데, 전작인 '눈이 부시게', ‘나의 해방일지’(2022, JTBC)도 재치있는 연출로 사랑받았다.

‘힙하게’에선 웃음이 더욱 강화됐다. 인물들이 ‘티키타카’식으로 대사를 주고 받으며 익살스러운 상황을 극대화한다. 배옥희를 돕기 위해 틈틈이 뭉치는 ‘언니 부대’에선 어떤 미션에도 “네, 언니”를 외치는 개그맨 김용명이 활약한다. ‘5551 커플’로 불리는 원종묵(김희원)과 정현옥(박성연)은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tvN, 2022)를 패러디하며 중년 로맨스를 선보이는데, 이 또한 웃음을 넘어 강렬한 중독성을 발휘한다.

‘힙하게’는 범죄 청정 마을인 무진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을 다루며 스릴러 장르로 전환된다. [사진 스튜디오 피닉스·SLL]


코미디와 함께 장르적으로 이 드라마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축은 스릴러다. 범죄 없는 청정 농촌 마을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은 그 자체로 예상치 못한 사건이자 보이지 않는 진실이 있음을 암시한다. 첫 회, 첫 장면으로 나온 봉예분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사연을 포함해 평소 무뚝뚝한 할아버지, 지역사회에 헌신하는 듯 보이지만 다른 속내가 있어 보이는 정치인, 외지에서 온 미스테리한 청년 등 각 인물의 숨겨진 모습은 드라마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부분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초능력으로 과거를 본다는 것은 결국 실체를 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면서 “겉보기엔 범죄 없고 평화로운 마을처럼 포장돼 있지만, 진실은 깊숙이 숨겨져 있고 드라마는 그것을 파헤치는 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본을 쓴 이남규 작가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이 있다면 상대의 속마음을 쉽게 알 수 있지만, 그런 초능력이 없어도 (진짜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존재한다”면서 “‘힙하게’는 사람들 사이에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래서 오히려 사이코메트리가 필요 없다고 얘기해주는 드라마”라고 작품의 의도를 설명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