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원로 고언에 習, 노발대발…“전임들이 남긴 문제가 다 내탓이냐"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APEC 참석도 불투명"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산당 원로그룹의 직언을 듣고 대로(大怒)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 주석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취임 후 처음으로 불참하기로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당지도부 출신의 원로그룹은 지난 여름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 앞서 회의를 소집해 현 중국 지도부에 전달해야 할 의견을 모았다. 총의를 모은 원로집단 대표 몇 명이 베이다이허 회의에 참석해 시 주석에게 “더 이상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며 이례적으로 강하게 조언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의 전·현직 지도부가 7월말부터 8월초까지 여름철 휴양지 허베이성 친황다오 베이다이허에서 모여 휴가를 즐기며 주요 현안을 비공개로 자유롭게 논의하며 대강(大綱)을 결정하는 자리다. 장쩌민 전 주석이 지난해 사망하고, 후진타오 전 주석은 지난해 10월 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이후 행적이 묘연해 시 주석으로서는 영향력이 강력한 원로 정치인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충언에 앞장선 원로는 장 전 주석의 최측근이었던 쩡칭훙 전 국가부주석으로 전해졌다. ‘무명소졸’에 가깝던 시 주석이 단숨에 정상에 오르는 길을 여는 데 막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원로그룹이 지적한 문제는 중국 경제침체뿐 아니라 정치·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주요 현안이었다. 원로그룹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이 본격화한 이후 현재 중국은 미증유의 성장둔화 국면에 봉착했고 부동산 불황이 깊어지고 있으며 청년실업률은 통계를 공표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인민해방군은 올해 7월 로켓군 사령관들이 일제히 낙마하는 바람에 혼란에 빠졌고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주도해온 외교부 수장 친강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경질됐다고 덧붙였다. 나라 안팎의 분위기가 뒤숭숭해지자 결국 원로들이 나서 시 주석에게 ‘쓴소리’를 한 셈이다.
원로그룹의 직언을 듣고 발끈한 시 주석이 다른 자리에서 측근들에게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고 닛케이는 보도했다. 시 주석이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의) 과거 3대가 남긴 문제가 모두 (나에게) 덮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년이나 노력해왔는데 문제는 정리되지 않는다. 이게 내 탓인가”라고 격노했다는 전언이다.
닛케이는 “내정에 혼란의 조짐이 있다”며 “이 와중에 G20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직접 참석하면 체면을 잃을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경제에 대한 세계 각국의 우려가 시 주석 면전에서 직접 다뤄질 수 있는 탓이다. 이에 시 주석 측근그룹이 “권위 있는 지도자를 지금 보내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결국 경제 실무를 총괄하는 리창 총리가 대리 참석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시 주석은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정상회의에서도 예정된 비즈니스 포럼연설을 막판에 취소하고 대독하게 했다. 닛케이는 “만약 회의장에서 중국경제에 대한 돌발 질문이 시 주석에게 직접적으로 던져지면 시 주석의 체면을 구길 수 있다는 우려에 연설이 취소됐다는 견해가 있다”고 전했다.
G20정상회의에 불참하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미·중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거론된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제한 등 대중 압박이 지속되는 어려운 국면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는 것이 시 주석에게는 도움이 될 리 없다는 얘기다. 인도의 부상을 언짢게 보고 있는 중국이 인도가 주최하는 G20회의를 시 주석의 참석으로 빛낼 수 없다는 의도도 숨어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중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도 시 주석의 방미는 불투명하다. 실제로 중국 국가안전부는 4일 “발리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륙하려면 미국이 충분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만난 데 이어 APEC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 간 만남이 있으려면 미국의 대중 전략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압박을 한 것이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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