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수술 후 담배 피워도 될까? [곽상호의 손·손목 이야기]

헬스조선 편집팀 2023. 9. 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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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외래에서 듀피트렌구축 수술을 한 지 2주째인 환자의 봉합사를 제거할 일이 있었다. 워낙 피부 문제가 많은 수술이라 봉합사를 제거할 때면 늘 고민되곤 하는데, 이분은 봉합사를 제거하는 도중 피부가 조금씩 벌어짐이 관찰됐다. 그제야 문득 환자에게서 담배 냄새가 나는 것을 느끼고 “흡연하면 피부가 늦게 아문다”라고 했더니, 환자가 매우 놀라며 “금연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이처럼 수술 직전에는 인지하지 못해 수술 전 미처 금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던 경우도 있고, 금연을 당부했지만 생각처럼 쉽게 끊지 못하는 환자들도 있다.

그런데 정형외과 수술에 도대체 왜 담배를 피우면 안 될까? 일단 담배를 피우는 건 뼈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끼친다. 첫째, 흡연은 뼈 밀도를 낮추는 데 영향을 준다. 골다공증성 골절이 발생할 수 있는 척추 및 고관절은 비교적 고령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지만, 흡연자에게는 이 부위의 골다공증성 골절이 예상보다 상당히 이른 시기에 발생할 수 있다.

둘째, 골절 이후 불유합 확률이 높아진다. 평소라면 붙어야 할 골절이 지연유합(평균 예상기간보다 뼈가 더디게 유합)하는 경우가 있다. 도대체 이유를 알 수가 없어 현재 복용 중인 약, 다른 질병 등을 물어보다가 결국 수술 후 일정 시간이 지나고 흡연을 다시 시작한 사실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그제서야 ‘수술 후에도 금연해야 함’을 강조해서 얘기하곤 한다. 특히 손은 주상골 불유합 수술 이후 80~90%밖에 되지 않아 유합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금연이 매우 중요하다. 주상골 수술을 받는 환자에게는 반드시 금연을 권장하고 있다.

셋째, 흡연은 혈류 등에 영향을 끼쳐 다양한 연부조직 문제를 일으킨다. 대표적인 부위가 회전근개다. 흡연은 어깨의 회전근개 손상이 쉽게 발생하게 하고, 발생 후 잘 찢어지게 한다. 동시에 보존적 혹은 수술적 치료를 한 후 치유를 방해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수부외과 파트에서 주로 수술하는 손상 중에는 혈류의 회복이 중요한 피부 이식이나 피판술(혈관을 가지고 있는 조직을 이동시켜서 연부조직 손상을 덮는 수술)이 있다. 두 수술은 금연하지 않으면 수술 후 1~2주 내에 수술한 피부 혹은 피판이 괴사하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기본적인 수술 상처가 잘 낫지 않아 간혹 외래에서 수술 2주째 봉합사를 제거한 후 예기치 않게 상처가 벌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대부분 수술 후 흡연 사실이 뒤늦게 발견된 경우다. 정형외과 수술 후 금연은 필수다. 특히 앞선 경우처럼 수술할 때 피부 문제가 흔하게 발생하는 듀피트렌구축이나 피부가 얇은 곳의 수술을 한다면, 수술 전후 금연은 꼭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흡연은 수술 전후의 부작용을 증가시킨다. 전신마취를 할 때 흡연자는 뇌경색, 심장합병증, 폐합병증 등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중환자실을 이용하거나 사망에 이르는 확률이 비흡연자보다 상당히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술 후 피부가 벌어지지 않았어도 수술 부위 감염이 증가함이 보고된다.

수술 전후 흡연을 하는 것은 뼈 자체, 연부조직 상태, 수술 전후 부작용을 고려할 때 반드시 피해야 할 일 중 하나이다. 최근 전자담배가 흡연의 대체재로 각광받고는 있지만, 전자담배도 장기간에 걸쳐서 부작용이 줄어든다는 데이터는 없다. 니코틴과 카르보닐 같은 핵심 구성성분이 뼈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만 증명되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수술 후 뼈의 상태, 연부조직, 수술 전후 합병증이 우려된다면 전자담배 역시 피해야 한다.

많은 환자가 수술 후 뼈가 빨리 붙는 음식이나 약제, 수술 상처가 좋아지는 다양한 치료 방법을 추가로 원한다. 이러한 보충적 요법의 효과는 비교적 미미한 반면, 흡연으로 인한 악영향은 금연을 통해 확실히 예방할 수 있다. 외상 및 질환으로 정형외과 수술이 예정되어 있다면, 금연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으로 고려해야 한다. 만약 담당 정형외과 의사가 수술 전에 미처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언제까지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하는지를 먼저 문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고자: SNU서울병원 곽상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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