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7개월간 임금체불 6148억... 이거 한국 얘기입니다
[이건희 기자]
"2015년에 한국에 왔습니다. 3년 8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3천7백만원 넘게 돈을 받지 못했는데,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임금체불 때문에 기타(G-1)비자를 받고 있는데 일도 못하고 고향에도 가지 못해서 힘들었습니다. 본국의 가족들에게도 도움을 주지 못하고, 나도 불행한 상황에 있습니다. 국회의원 분들이 해결책을 찾아 모든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합니다." <캄보디아 노동자 A씨>
▲ 이은주·고영인·이탄희 의원과 이주노동119 주최로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피해증언대회 및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
ⓒ 이주노동119 |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피해 증언대회 및 대책 토론회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렸다. 증언대회에 참석한 A씨는 고용허가제로 입국해서 농촌에서 4년 8개월간 일했지만 사업주로부터 받은 임금은 950만 원이 전부다. 최저임금으로만 따져도 체불임금의 규모는 6000만 원가량에 달하지만, 고용노동청은 체불확인원을 발급하면서 3700만 원만 인정했다. 사업주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벌금형 처벌을 받았을 뿐, 현재까지 A씨는 단 한푼의 임금도 받지 못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에 "유감"
"2019년 이후 한해 평균 1000억 원이 넘는 임금체불 통계가 나오고 있다. 이주노동자체불비율은 12%에 달하는데 국내노동시장에서 이주노동자 비율이 4%인것을 감안하면 심각한 상황이다. 차별문제, 체류문제 등 여러가지 조건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주노동자 현실에서 정부가 더 노력하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법무부에 토론회 참여를 요청했는데 불참했다. 한동훈 장관에게 유감의 뜻을 전달하였다. 입법부 일원으로 정부운영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
농업이주노동자도 대지급금 혜택 받을 수 있게 해야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이찬 활동가(지구인의 정류장)는 임금체불 보증보험이나 대지급금 혜택에서 제외돼 있는 농업노동자 사례를 중심으로 발표하면서, 고용허가제 노동자 임금체불 피해를 줄이고 피해구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네 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첫째, 노동청에서 체불임금확인서가 발급되는 즉시 모든 피해노동자에게 대지급금이 지급되도록 관련제도를 정비(외국인노동자 고용사업장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등)할 것. 둘째, 피해노동자의 구제활동 기간만큼 체류기간을 연장할 것. 셋째, 피해구제가 불가한 체불피해 노동자에게 취업활동기간을 연장할 것. 넷째, 고용노동부는 사업자등록이 있는 사업자 중 산재보상보험 의무가입에게게만 고용허가를 할 것.
정리하면, 현재 외국인 노동자 임금체불 문제에 대비하고자 시행하는 대지급금 지급과 임금체불보증보험의 혜택을 농업노동자가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농업노동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구제가 불가한 경우 취업이 가능한 체류 자격을 부여해 임금체불 노동자 피해 규모를 줄이고, 권리구제가 가능하도록 기회를 부여하자는 취치라고 할 수 있다.
"강제징용 피해국가에서 이제 살만하니 가해국가?"
"대한민국은 강제징용과 관련한 피해국가다. 일제강점기 시대 받지 못한 임금을 받기 위해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피해자들이 애를 쓰고 있다. 그런 강제징용 피해국가가 이제 좀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고 해서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아시아 16개국 청년들에게 가해의 형태를 보이는 것에 대해 우리 사회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 "
정부가 알선독점하면서 사업장변경도 제한하는 구조... 정부가 책임져야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노동자들은 일면식도 없는 한국의 사업주와 계약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알선과 계약은 한국의 고용노동부가 독점하는 구조다.
16개국 외국인노동자는 사장님에 대한 신뢰보다 한국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입국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피해의 책임이 정부에게도 있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정부가 알선을 독점하는 한,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는 한 임금체불 전액을 정부가 책임지고 지급하고 구상권을 행사하여야 한다"며 "그렇지 못하다면 체불청산 기간동안 취업이 가능한 체류자격 부여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선영 팀장(국가인권위원회)은 "임금 체불의 이유를 경제적 이유와 비경제적 이유에서 찾을 수 있는데, 한국의 경우 해외에 비해 비경제적 이유가 더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가 있다"며 고용허가제 한국의 이주노동자가 착취의 대상이 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음을 지적했다.
▲ 농업노동자차볊철폐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는 노동자 |
ⓒ 이건희 |
정부는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문제는 어제의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노사균형을 핑계로 제도개선을 하지 못하는 동안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액은 연간 1200억 원에 육박하는 등 피해만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내년 외국인력 도입규모를 역대 최대인 12만 명으로 발표하면서 인력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토론회 참가자들은 '아무런 대책없이 도입 규모만 늘린다면 임금체불을 비롯한 외국인노동자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용허가제는 임금체불, 사업장변경, 주거환경 문제에서 오랜기간 갈등을 겪고 있다. 세 가지 문제 모두 이주노동자에게 중요한 문제지만, 적어도 사업장변경 제한과 열악한 주거환경을 감수하면서 노동하는 데 임금은 제대로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임금체불은 이주노동자와 가족들의 생존의 문제가 달려 있고 사회적 갈등 비용이 증가하는데 영향을 끼친다. 발제자의 말처럼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근로시간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하고, 대지급금과 체불보증보험 사각지대가 해소될 필요가 있고 피해 구제 기간 동안 체류연장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과연 무리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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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파이팅챈스' 블로그에 함께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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