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서 안 가""무조건 해외로"…황금연휴에도 내수는 빨간불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 맞벌이 무자녀)족’ 박원형(42)씨는 명절 연휴마다 아내와 유럽 여행을 간다. 이번 추석 연휴는 회사에서 진즉 오는 10월 2일을 자체 휴일로 정한 덕분에 스위스 여행 항공권을 끊었다. 애초부터 국내 여행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박씨는 “연휴가 5일 넘게 이어질 때는 무조건 해외로 나간다”며 “국내 물가가 많이 올라서 해외로 나갈 게 아니라면 차라리 집에서 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추석을 포함한 9월 28일~10월 3일(6일) ‘황금연휴’ 기간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이 예년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 모처럼 맞는 장기 연휴라서다. 정부는 ‘만년 적자’ 신세인 여행 수지를 비롯해 국내 소비(내수)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6일 하나투어·모두투어·참좋은여행 등 여행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떠나는 해외여행 상품의 일평균 예약률이 여름 휴가 성수기인 ‘7말 8초’ 예약률보다 높다. 일본 도쿄·오사카, 태국 방콕, 필리핀 세부 등 인기 해외여행 상품은 일부 매진됐다. 장기 연휴인 만큼 미주·유럽 같은 장거리 노선 상품도 인기다. 대한항공은 국제선 수요가 많은 하와이·괌·발리 등 14개 노선을 약 50편 증편했다.
추석 연휴 해외여행객 증가는 이미 예고됐다. 한국조폐공사가 국회 양경숙(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여권 발급량은 367만권이었다. 1년 전 같은 기간(103만권)의 3.5배 수준이다. 여권 발급량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 465만권에서 2020년 104만권, 2021년 67만권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며 연말까지 282만권으로 늘었다.
정부가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며 황금연휴를 마련한 건 내수 확대를 위해서다. 수출·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내수는 마지막으로 기댈 경제 버팀목으로 꼽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임시공휴일을 하루 지정할 경우 소비가 2조4000억원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해외 소비만 많이 늘어날 경우 경상 수지가 악화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출국자 수는 993만1000명이다. 국내에 들른 외국인 관광객(443만명)보다 해외로 나간 내국인 관광객이 두배 이상 많았다. 상반기 여행수지 적자는 58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서비스 수지 적자(119억3000만 달러)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여행수지 적자는 2020년 29억2000만 달러를 기록한 뒤 적자 폭을 불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56억6000만 달러) 수준으로 돌아갔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완화에 따른 ‘보복 소비’ 효과가 여행에 관해선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클 것”이라며 “절대 소비 규모는 내수가 크지만, 안 나갔어도 될 해외 소비가 (황금연휴 때문에) 늘어난 만큼 서비스 수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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