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외인구단’ 혜성·동탁·엄지의 목소리를 만났다
베테랑 성우들이 말하는 녹음 비하인드
이현세 작가의 ‘공포의 외인구단’이 지난 1일 KBS 라디오 극장을 통해 오디오 드라마로 돌아왔다. 목소리 주연을 맡은 남도형 성우(오혜성 역), 채안석 성우(마동탁 역), 김희진 성우(최엄지 역)를 드라마 방송 전 차례로 만났다.
남 성우는 “성우 생활 18년 동안 공개 오디션에 참여한 건 이번이 세 번째였다”고 말했다. 성우 공개 오디션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대부분은 성우가 직접 지원하기보다는 제작 관계자들에게 연락을 받아 오디션을 치른다. 지난 4월 열린 공개 오디션에는 총 56명의 성우가 참여했다.
남 성우도 치열한 경쟁을 예상해 처음에는 오혜성 역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는 “평소 재치 있고 까불거리는 역할을 많이 했다. 공포의 외인구단을 처음에 영화로 접해서 오혜성은 강렬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혜성이 다혈질에 우울해 보여도 실은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는 캐릭터 소개를 보고 욕심이 났다”고 말했다.
남 성우 말처럼 원작에서 오혜성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집념이 강하다. 사랑에서도 마찬가지인 그는 엄지가 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 남 성우는 “혜성에게는 세상이 엄지 그리고 나머지다. 그래서 엄지를 특별하게 대해야 하는데 갑자기 상냥한 말투를 쓸 수는 없어서 미묘한 차이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혜성이 왜 이렇게 바보같이 구나 싶었다. 그런데 끝날 무렵에는 ‘사랑의 과정이나 결과를 따지지 않고 온전히 임하는 게 진정한 사랑’이라는 게 혜성이 전하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혜성이 상처와 우울로 가득한 인물이라면 마동탁은 큰 굴곡 없이 자란 천상천하 유아독존 캐릭터다. 항상 자신감 넘치던 그는 혜성을 만난 뒤로 알 수 없는 열등감을 느낀다. 채 성우는 “동탁의 가장 큰 특징은 강한 겉모습과 달리 내면에 불안이 공존한다는 양면성”이라며 “동탁은 혜성으로부터 느끼는 불안감을 엄지에게 드러낸다. 예를 들면 엄지에게 혜성을 보러 가라고 하면서도 엄마임을 잊지 말라며 구속하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엄지는 혜성과 동탁 사이에서 누구도 선택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김 성우는 “엄지는 현재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우유부단하고 유약해 보이지만 사실은 솔직하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녹음하면서 한순간도 숨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 꽉 막힌 소리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힘을 빼고 절제해서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영화판에서 오혜성을 연기했던 배우 최재성이 손병호 감독역을 맡았다. 김 성우는 “배우가 라디오 드라마에 참여한다 해서 조금은 걱정했는데, 연습 때 첫 대사를 하는 순간 성우들이 깜짝 놀라 서로 바라봤다. 목소리 톤이나 대사의 느낌이 손 감독 그 자체였다”며 기회가 되면 다른 작품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추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주연 성우들은 주인공들 말고도 숨은 주역이 많다고 했다. 특히 아나운서와 캐스터 역을 맡은 이현주 성우와 박기욱 성우를 꼽았다. 채 성우는 “아나운서와 캐스터가 야구장에서 모든 선수의 행동을 말로 설명했다. 경기 장면에서 주연보다도 대사가 많았다”며 웃음 지었다.
원작 속 야구 경기의 긴박한 장면을 소리로만 표현하기는 쉽지 않았다. 채 성우는 “호흡을 최대한 활용했다. 똑같이 배트를 휘두를 때도 자신감이 없을 때와 ‘이번에야말로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할 때의 호흡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팬이라고 밝힌 남 성우는 “야구장에서 선수와 가까운 자리는 호흡이 다 들린다. 현장의 느낌을 잘 알고 있어서 연기에도 자신이 있었다”며 “연기할 때 혜성이가 어떤 자세인지 숙이는 각도, 표정과 눈빛까지 머릿속에 그려졌다”고 말했다.
야구의 계절, 가을이 왔다. 서부구단처럼, 또 유성구단처럼 모든 구단이 1승을 위해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다. 남 성우는 “야구의 계절에 듣기 딱 맞다. 이 작품을 만화, 영화, 드라마 세 버전을 모두 봤는데 오디오 드라마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가리라 자신한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 성우는 작품의 레트로한 분위기를 큰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청취자들이 방송을 들으며 80년대 감성과 향수에 젖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40년 전 작품이라 요즘 감성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촌스럽더라도 그 시절 감성을 온전히 즐겨주시라”며 작품을 재밌게 즐기는 방법을 전수했다.
채 성우는 “코로나19 이후 오디오 콘텐츠가 관심을 받고 있는데, 단순한 관심으로 끝나지 않을 만큼 좋은 작품”이라며 “공포의 외인구단뿐만 아니라 KBS의 모든 오디오 콘텐츠가 웰메이드 작품이니 많은 관심과 기대 바란다”고 말했다.
KBS 라디오 드라마 ‘공포의 외인구단’은 총 21부작이다. 9월 한 달간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 1시에 방송된다. 다시듣기는 KBS KONG과 팟빵에서 제공한다. 10월부터는 유튜브에서 디지털 원화와 함께 오디오 웹툰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정고운 인턴기자, 서혜원 인턴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타워팰리스 산다” 속여 여친 전 재산 약 9억 뜯은 30대
- “더 글로리, 실제와 똑같아”…김히어라, 일진 의혹에 사과
- 줄에 폰 매달아 아랫집女 촬영한 60대…경찰 사칭도
- 알바 구하러 갔다 성폭행 당한 10대女…끝내 극단선택
- 이다영, 김연경 셀카 올리며 “사과하면 비밀 지켜줄게”
- 내홍 딛고 시동 거는 부산국제영화제…올해는 주윤발 온다
- 남고생이 담임 여교사 교실에서 5분여간 폭행해 실신
- 개 소음에 쪽지 썼더니…“전투기만큼 시끄러울까?” 반박
- 카페 금연 테라스서 줄담배…女주인 말리자 ‘커피 테러’
- “32개월 아기, 식당 테이블에 손가락 긁혀…배상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