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지만 어른스러운 댄서들, '스우파'의 진짜 매력

이준목 2023. 9. 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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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2> , 댄서들의 진정성과 프로의식 돋보여

[이준목 기자]

현재 3회까지 방송된 Mnet(엠넷) 댄싱 서바이벌 <스트릿 우먼 파이터2>에서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으라면 '계급 미션-메인댄서 선정전' 리더 계급에서 격돌한 바다(베베)와 커스틴(잼리퍼블릭)의 최종대결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다이나믹 듀오의 'Smoke' 안무와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한 메인 댄서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쟁쟁한 여덟 크루의 리더들 중, 최후의 2인으로 생존한 바다와 커스틴은 시리즈 사상 최초로 3차 오디션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바다가 안무 채택에 이어 메인 댄서 자리까지 지켜내며 최후의 승자가 됐다.

창의적이면서도 섬세한 표현력으로 승부하는 바다와, 파워풀하고 시원시원한 카리스마가 돋보였던 커스틴은 각자 상반된 매력으로 시청자와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5일 방송에서 공개된 계급별 뮤직비디오에서도 리더 계급은 더욱 완성도 높아진 군무와 감각적인 연출로 파이트 저지(심사위원)들에게 가장 많은 극찬을 받았다. 부리더-미들-루키 등 다른 각 계급에서 모두 멤버들간의 크고작은 갈등이나 신경전이 묘사던 것과 달리, 유일하게 리더 계급에서만큼은 이러한 장면들이 일절 등장하지 않았다. 춤에 대한 자존심과 개성이 누구보다 강한 리더들인만큼 어쩌면 가장 살벌한 싸움 구경을 기대했을 이들의 예상을 뒤집은 결과였고, 그래서 오히려 더 보기 편했다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이번 계급 미션에서 리더 계급이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방송이나 경쟁을 의식한 계산보다 순수하게 '댄서로서의 자존심'에 충실하고자 했던 리더들의 용기 덕분이었다. 다른 계급에서 댄서들은 하나같이 '가장 좋은 안무'를 고르기보다는 전략적으로 자신이 메인댄서가 되기 위하여 '빼앗기 쉬운 안무'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이들도 살아남기 위하여 주어진 게임의 룰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장 최고의 무대를 연출하는 게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 프로그램의 취지를 봤을 때 좋게 보이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리더 계급에서도 안무 선정 투표 당시 미나명(딥앤댑)이 "안무를 뺏을 자신이 있는 거냐. 내가 메인댄서가 되면 다른 사람의 안무를 가져다 쓸 수도 있는 것"이라며 바다의 안무가 선정될 것이 유력해지자 다른 리더들을 흔드는 장면이 등장하기는 했다. 그러나 리더들은 고심 끝에 자신에게 쉽고 유리해보이는 안무보다, 어렵더라도 객관적으로 가장 멋있고 완성도가 높았던 바다의 안무에 표를 던진다. 배틀 전문인 울플러의 리더 할로가 어쩌면 본인이 메인댄서가 될 확률이 낮음을 알면서도 "난 멋없는건 안해"라고 일갈하며 기꺼이 바다의 안무를 지지하는 모습은, 다른 계급과는 차별화된 리더들의 품격을 잘 보여준 장면으로 꼽힌다.

바다가 속한 베베는 본인을 제외하면 나이와 댄서경력에도 차이가 큰 어린 동생들과 출전했다는 점에서 시즌1의 아이키와 훅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바다의 '원맨팀'이 될 수 있다는 예상과 달리, 베베는 노리스펙 배틀과 계급 미션 배틀에서 연이어 3위에 오르며 저력을 과시했고, 리더인 바다 역시 매 미션마다 군계일학의 활약을 보여주며 일당백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계급 미션에서 메인 안무와 댄서 자리를 획득한 바다는, 안무 티칭과 뮤비 촬영에서도 현재 K팝을 대표하는 안무가답게 철저한 준비성을 보여주며 각 크루의 리더이자 베테랑 댄서들을 능숙하게 리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메인 댄서 결정전에서 바다와 명승부를 펼쳤던 커스틴은, 아쉬운 석패에도 불구하고 웃으며 패배를 승복하고 진심으로 바다를 축하해주는 성숙한 모습으로, 시청자들로부터 압도적인 실력만큼이나 매너도 훌륭하다는 찬사를 받았다.

전원 외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크게 부각이 되지않았지만, 잼리퍼블릭은 출전 크루중 베베와 함께 평균연령이 가장 낮은 팀이었다. 하지만 리더 커스틴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로얄패밀리'의 간판 댄서답게 타 크루의 지속적인 도발이나 신경전에도 침착하고 여유롭게 대처하며 크루원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는 모습이 돋보인다. 

계급미션 뮤비에서 클라이맥스 파트를 센터에서 함께 이끈 것은 바다와 커스틴의 퍼포먼스였다. 메인댄서 결정전까지는 '최대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두 댄서가, 뮤비에서는 '최고의 파트너'로 거듭난 모습은 시청자들에 색다른 전율과 감동을 선사했다.

반면 방송에서 바다-커스틴과는 실력과 매너 모두 대조적인 모습으로 연출된 라트리스(잼리퍼블릭)와 레드릭(마네퀸), 리아킴(원밀리언)과 미나명의 라이벌 구도는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부리더 계급에서 안무 선정과 메인댄서 자리를 놓고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라트리스와 레드릭은, 뮤비 촬영에서도 아슬아슬한 긴장관계를 이어가는 것으로 묘사된다.

라트리스는 뛰어난 춤실력과는 별개로, 안무가이자 메인댄서라는 타이틀에 걸맞지않게 리더십과 책임감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안무 제작과 뮤비 촬영에서는 황당하게도 같은 계급댄서들이 아닌 자신의 크루 리더인 커스틴의 도움에 의존하여 디렉팅을 진행, 다른 댄서들이 불편해하기도 했다. 

한편 K팝 대표 안무가 중 한 명인 레드릭은 "놀러왔나" "피지컬로 때우려고 한다" " 라트리스가 망쳐놓은 것에 비하면 뮤비는 잘나왔다" 등의 뒷담화를 늘어놓는 모습으로 '악편(악마의 편집)' 논란에 휘말렸다. 레드릭이 안무선정과 메인댄서 경쟁에서 모두 간발의 차이로 라트리스에게 밀려 억울할 수 있다고는 해도, 상대를 존중하지 않고 폄하하거나 감정조절을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반복돼 보기 불편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또한 라트리스는 뮤비 촬영과 평가가 끝난후 메인댄서 자격으로 레드릭을 '워스트 댄서'로 선정하여 복수한다. 촬영 내내 라트리스를 많이 도와줬다고 생각했던 레드릭은 황당해하며 라트리스에게 "양심이 있냐"고 쏘아붙였다. 공교롭게도 두 댄서가 속한 크루인 마네퀸과 잼리퍼블릭은 3차미션은 K팝 데스매치 미션에서도 다시 맞붙게되며 지긋지긋한 악연을 이어가게 됐다.

원밀리언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리아킴과 미나명은 1세대 레전드 댄서라는 화려한 명성에 걸맞지 않게 <스우파2>에서는 나란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 이들이 이끄는 크루인 원밀리언과 딥앤댑의 성적도 저조하다. 두 크루는 첫 미션인 노리스펙 댄스배틀에서 나란히 하위권에 그쳤다. 계급 미션에서는 해당 크루에 특화된 코래오그래피의 강자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단 한 명의 메인댄서나 안무도 배출하지 못했다.

리더들 개인의 활약도 지지부진하다. 미나명은 계급 미션에서 리더 계급의 워스트 댄서로 지목당했다. 리아킴은 경력이 까마득한 후배 댄서들에 비하여 안무 숙지가 한참 느리고 실수를 거듭하는 모습이 부각된다.

이어진 3차미션 'K팝 데스매치' 역시 안무창작미션이었지만, 미션곡 선정을 놓고 사전대결에서 경쟁크루들과 곡이 겹친 딥앤댑과 원밀리언은 댄서들 자체 투표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고 나란히 방출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서로 으르렁대던 원밀리언과 딥앤댑이 미션곡 방출 후, 동병상련의 신세가 되어 서로를 마주보며 함께 허탈하고 짠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 초반 '센 언니'들의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보여줄 것 같던 분위기와는 달리, 어느새 동네북에 가까운 개그 캐릭터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번 <스우파2>에서 가장 호평받고 있는 바다와 커스틴은 둘다 나이로보면 여덟 크루의 리더들을 통틀어 가장 어린 영보스(Young Boss)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경험과 나이에서 더 앞선 베테랑 댄서들을 능가하는 기량과 성숙한 리더십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한 이들은 경쟁자들처럼 불필요하게 상대 크루를 도발하는 멘트를 하거나 신경전을 벌이지도 않는다. 대신 무대 자체에 집중하고 춤을 즐기는 프로의식이 더 부각된다. 그 덕분에 엠넷 서바이벌 특유의 자극적인 연출이나 악편, 방송에 과몰입하는 일부 누리꾼들의 악플도 현명하게 피해갈 수 있었다. 

다만 이것은 단지 출연자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만 달린 것은 아니다. 돌이켜보면 <스우파1>에서도 자극적인 편집은 많았지만, 결국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억지스러운 갈등구도가 아니라 춤을 향한 댄서들의 진정성과 프로의식이었다.

경쟁은 결국 프로그램 안에서 끝나지만, 방송을 통하여 각인된 댄서들의 이미지와 캐릭터는 이후로도 두고두고 오래 남는다. 앞으로 <스우파2>에서 지켜봐야할 부분이나 연출의 초점도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 시청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자극적인 갈등구도나 빌런 만들기보다는, 다채로운 매력과 개성이 넘쳐나는 댄서들의 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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