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없지만 변별력 있다…9월 모평 국어·영어 다소 어려워
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전 마지막 모의평가인 9월 모의평가가 치러졌다. 교육 당국 방침대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은 출제되지 않았지만 ‘쉬운 시험’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다만 수학은 킬러문항이 사라지면서 최상위권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날 전국 2139개 고교 및 485개 지정 학원에서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됐다. 이번 모의평가는 정부의 킬러문항 배제 방침이 적용된 첫 시험으로 어떤 문제가 출제될지 관심을 모았다. 앞서 6월 모의평가 이후 킬러문항 배제 방침이 내려지면서 9월 모의평가는 올해 출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시험이 됐다.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킬러문항은 배제했고,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출제했다”고 밝혔다.
국어 “6평보다 어렵고 수능과 비슷”
국어는 킬러문항 없이 변별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EBS 현장교사단은 이번 시험에 대해 6월 모의평가보다 어렵고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최서희 중동고 교사는 “주어진 정보의 양에 비해 과한 추론을 요구하는 등의 킬러문항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킬러문항은 없었지만 초정밀 저울과 압전효과를 다룬 11번 문항, 신분제도를 다룬 16번 문항 등을 어려운 문항으로 꼽았다. 킬러문항과 어려운 문항의 차이에 대해 김성길 인천 영흥고 교사는 “킬러문항은 배경지식이나 문제풀이 기술이 있어야 접근할 수 있는 문항”이라며“이번에는 지문에 충분한 정보가 있었고 그것을 분석하고 적용시키는 부분에서 변별력을 갖췄다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지문의 난도를 높이는 대신 보기의 정교함을 높였다는 것이다.
입시업계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종로학원은 “6월에 비해 고난도 킬러문항은 배제됐다. 선택지 등에서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했다. 메가스터디는 “사실상 독서의 모든 지문이 EBS와 간접적으로 연계됐다고 볼 수 있다”며 “6번과 11번은 수험생들의 이해력과 사고력을 변별력 있게 측정한 문항”이라고 평가했다.
수학 “6평과 비슷” vs “최상위권 변별 어려워”
교사들은 킬러문항이 없어지면서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따랐다면 모든 문항에 도전할 수 있다고 봤다. 과거 3개 이상 개념을 복잡하게 종합해야 풀 수 있었던 문항 대신, 하나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풀 수 있게 출제됐다는 것이다. 항상 킬러문항으로 꼽히는 수학 22번, 23번 문항에 대해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학교 교육과정과 EBS 연계 교재로 충분히 학습했다면 도전해볼 수 있다.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없는 문항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수학의 변별력에 대해서는 교사들과 입시업계 반응이 엇갈린다. 심주석 교사는 ”상위권을 변별하기 위한 문항은 지난 수능과 비교해 적어지거나 많아지지 않았다”며 “킬러문항이 없다고 쉬운 문항이나 중난도 문항이 많아지지 않았고, 기존의 문항 분포가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종로학원은 “고난도 문제가 6월에 비해 매우 쉽게 출제돼 최상위권 변별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만점자와 동점자가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일부 계산과정이 복잡한 문제가 있어 중상위권 변별력은 유지할 것으로 봤다. 메가스터디는 “평이했다. 공통과목은 6월보다 쉽게 느껴지겠지만 기존 출제된 문항 순서와 유형 변화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어, 낯선 어휘·소재 없지만 오답 매력적
과도하게 추상적 표현이나 낯선 소재를 다루는 등의 킬러문항은 없었다. 김보라 삼각산고 교사는 “이전 시험에서는 법적인 내용이 출제됐는데, settlement라는 단어를 (학생들에게 익숙한)'정착'이 아닌 '합의금'으로 해석해야 했다”며 “이런 식의 너무 전문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낯선 소재를 출제하는 대신 선택지를 정교하게 만드는 식으로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봤다. 김 교사는 “지문을 다 읽어본 후 답이 바로 보이는 게 아니라 더 생각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다”며 “더 생각하고 전체적으로 생각해서 적절한 선지를 찾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입시업계에서도 지문은 평이했지만 선택지에 매력적 오답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는 “독해 후 답을 찾는 과정에서 생각을 요구하거나 매력적 오답이 포함된 문제가 많아 체감 난이도가 낮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사단은 수험생에게 흔들리지 말고 기출 문제를 위주로 학습하라고 조언했다. 최서희 교사는 “지난 수능과 난이도에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크게 불안해하지 말고 기출에 대비하면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주석 교사는 “6월 모의평가에 비해 문항 순서 배치 등의 변화가 있다. 문항 순서만으로 어려운 문항이라고 속단하지 말라”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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