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밤 물들일 ‘평화 콘서트’ 5년 만에 다시 유네스코 본부에서

한국의 메아리 주최로 열리는 15회째 콘서트
백건우 조수미 올랐던 무대, 올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하모니로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대강당에서 오는 22일 ‘평화’라는 이름의 콘서트(포스터)가 열린다. 한불문화교류단체 한국의 메아리(Echos de la coree·대표 이미아)가 주최하는 ‘제15회 평화 콘서트(concert pour la paix)’ 이야기다.

6일 부산에서 개최된 제22회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의 프랑스 대표로 참석하기 위해 입국한 이미아 대표는 “2018년 평화 콘서트 이후 유네스코 본부 대강당 무대로 돌아오기까지 꼬박 5년이 걸렸다. 하나님께서 ‘평화’를 메시지로 예비해두신 역사가 무엇일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에게선 오랫동안 기다려온 무대에 오른 예술가의 감격이 느껴졌다. 감격의 배경을 묻는 기자에게 그는 “하나님 은혜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국의 메아리는 2002년 설립 후 수백개의 행사를 치르며 전 세계에 한국 문화를 알려온 기관이다. 그중에서도 2008년부터 매년 한 차례 개최해 온 평화 콘서트는 프랑스는 물론 각국 외교사절단들에게 평화를 기원하는 품격 높은 예술 무대로 정평이 나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피아니스트 백건우, 성악가 조수미 임형주 등 그동안 무대에서 협연한 이들의 이름만으로도 웅장함이 느껴진다. 그동안 무대를 선보였던 공연 장소 중엔 마들렌대성당, 앵발리드, 샹제리제극장 등 파리를 대표하는 명소들이 있지만 유네스코 본부 대강당에는 다른 측면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이미아(왼쪽 두 번째) 한국의 메아리 대표가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 샹제리제극장에서 열린 '제14회 한불 친선 평화 콘서트: 평화를 위한 디바'에서 세계적 성악가 조수미(오른쪽 세 번째)를 비롯해 주요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의 메아리 제공

“유엔(UN)의 전문 기구로서 유네스코가 펼치는 다양한 활동 중 대중에게 알려진 건 ‘세계 문화 유산의 등록과 보호’일 겁니다. 인류 역사와 문화를 지키는 활동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엔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자연스레 전 세계에 우상이 더 공고하게 세워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 안에서 하나님께서 세우시는 예술인들이 ‘평화’의 메신저가 돼주는 무대를 펼쳐 보이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죠.”

백건우 조수미는 천주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무대를 준비하며 교제를 나누는 동안 그들이 이 대표와 나누는 대화에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는 대주제가 흐른다. 이 대표는 “두 분이 입을 모아 ‘이 대표가 준비하느라 수고했다’고 할 때 제가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하셨다. 기도해달라’고 하면 웃으며 기도하겠다고 화답한다”고 회상했다.

이미아(왼쪽 두 번째) 한국의 메아리 대표가 지난 2021년 12월 파리 샹제리제극장에서 열린 '제13회 한불 친선 평화 콘서트: 백건우와 친구들'에서 세계적 피아니스트 백건우(오른쪽 첫 번째), 김홍기 김도현 박진형와 함께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국의 메아리 제공

15회째를 맞은 콘서트에 내로라하는 세계적 예술인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팀을 이룬 예술단 ‘룩스 빛 아트 컴퍼니(김자형 대표)’를 무대에 올리게 된 과정도 뜻깊다. 이 대표는 “콘서트 출연진을 두고 고민하던 시기에 하나님께서 프랑스의 한 장애인 학교로 발걸음을 이끌었다”며 “거기서 만난 아이들을 통해 세상의 고정관념을 꺾고 하나님의 일하심을 깨닫게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세상의 시선에선 대중을 끌어모으는 세계적 예술가와 ‘티켓 파워’가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건 이번 무대를 통해 마음의 눈이 먼 자들을 깨우실 하나님”이라고 덧붙였다.

유네스코 회원국 외교사절단, 프랑스 문화예술, 정재계 인사 등 1400여명이 운집할 이번 콘서트에는 룩스 빛 아트 컴퍼니의 무용 공연과 3인의 테너(노현종 황세진 김태랑)가 준비하는 오페라 아리아 등이 무대를 수놓을 예정이다.

지난 7월 프랑스 스타디움 공연장에서 열린 블랙핑크의 월드 투어 콘서트에는 5만명 넘는 관객이 몰렸다. 파리지앵들이 만두, 떡볶이를 먹으며 데이트를 하고, 도심 한복판에 마련된 드라마 ‘오징어 게임’ 체험 팝업 스토어가 인산인해를 이루는 시대다. 이 대표는 “사람들에게 한국을 이야기하면 북한과 김정은부터 물어보던 시절을 지나 K-컬처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끄는 이 시대를 맞았다”고 했다.

1996년, 혈혈단신 프랑스 유학길에 올라 민간 문화 외교관으로 살아 온 그는 “문화 콘텐츠에 담긴 정서와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상상 이상의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하나님이 주신 선한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문화와 예술을 벗 삼아 살아가는 크리스천들의 숙명이자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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