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편가르기?'…민주당, 체포안 기명투표 논란 이어 '동조 단식' 충성경쟁

김찬주 2023. 9. 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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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측, 함께한 인사들 따로 기록
참여 의원들, SNS에 속속 인증 남겨
非明 반발에 親明 "세력 결집 아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 투쟁 5일차인 지난 4일 국회본청 앞에 설치된 천막을 찾은 이해찬 상임고문이 이재명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무기한 단식에 나선 이재명 대표를 찾아 동참 사실을 알리며 마치 '충성경쟁'을 벌이는 듯한 모습이다. 이 대표 측은 단식 동참이나 격려차 방문한 인사들을 별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체포동의안 기명 투표를 제안하자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 색출' 비판이 일었는데, 이번에는 단식 동참 여부로 민주당 내 편가르기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6일 야권에 따르면 이 대표가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국회본청 앞 천막에는 이날까지 서영교·정청래·박찬대 최고위원에 이어 윤영덕·신정훈·서영석·윤재갑·백혜련·소병철·민형배·양이원영·김병주·문정복 의원 등이 이 대표와 함께 일일 단식에 동참했다.

참여한 의원들은 각자 자신의 SNS에 "이재명 대표 지킴이 제1호 단식을 했다" "이 대표의 곁을 지켰다" "동조 단식을 진행했다" "끝나고 자리를 떠나고 나니 더 걱정된다"는 등의 글을 남겼다.

이같은 움직임은 이 대표와 친명(친이재명)계의 직·간접적 동참 압박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단식 5일차인 지난 4일부터 페이스북에 "많은 분들께서 단식천막을 찾아와주셨다" "단식으로 느끼는 고통이 있다 해도 우리 모두 지치지 말자" "단식천막에는 우리네 사는 이야기가 참 많이 오간다"는 등 자신의 단식 진행 상황과 심경을 꾸준히 알리고 있다.

친명계 서영교 최고위원은 전날(5일) 오전 YTN라디오 '뉴스킹'에 출연해 "내가 오늘 단식을 한다"고 알린 뒤 "의원들 단체 메신저 대화방에 물어보니 동조단식을 함께하겠다는 분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최강욱 의원도 같은 날 라디오에서 "의원들 중에도 텔레그램 등에서 '대표를 외롭게 버려두지 말자. 함께 옆자리를 지켜주자'고 제안한 분이 있었다"며 "또 '언제부터 언제까지는 내가 지키겠다'고 (하던 동참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친명계는 단식 동참 행렬 증가 추세를 '자발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비명(비이재명)계에서는 이들이 동조 단식을 부추기고 있다고 본다.

민주당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가서 (찾아) 뵙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하나, 마음이 전혀 내키지 않는 걸 짐짓 아닌 척 하고 싶지 않다. 더구나 단식을 응원하고 부추기는 주위 분들의 언동을 보면 아예 절망적"이라며 "민주당 의원으로서 매우 마음이 불편하며 난감하고 착잡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친명계는 이 의원을 향해 '민주당 정체성'을 거론하며 즉각 반박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의원이 민주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으로 들린다"며 "이상민 의원,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양이원영 의원은 우 의원의 게시글을 그대로 공유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상민 의원, 나가도 너무 나갔다"고 합세했다.

논란이 일 조짐을 보이자 이 대표 측은 이번 무기한 단식이 지지층 결집이나 편가르기는 아니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대표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6일 MBC라디오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지금 단식 자체가 민주당의 지지도나 이 대표에 대한 결집 확장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진행한 단식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당시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언했다. ⓒ데일리안 DB

하지만 민주당 내 '편가르기' 논란은 계속돼 왔다. 불과 1개월 전 김은경 혁신위원회의 '체포동의안 기명투표' 제안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되면 누가 체포안에 가·부결 표를 던졌는지 알 수 있다. 이른바 '수박 색출'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비명계는 이 대표가 검찰의 대장·위례동 개발특혜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등에 직면해 있는 만큼, 스스로 공언한대로 체포동의안을 가결해달라고 호소한 뒤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스스로 출석해 '사법 리스크'를 해소할 것을 촉구해왔다.

당시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가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을 스스로 포기하기로 선언했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기명투표를 해서 누가 했는지 누가 수박인지, 그 때 체포동의안에 찬성을 던지는 사람들은 다 수박으로 낙인찍을 텐데 그렇게 되면 국민이 뭐라고 보겠나"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편 민주당은 전날(5일) 제3차 촛불문화제를 국회본청 앞에서 진행했다. 이 대표는 이날 촛불문화제 종료 후 단식 천막에 들어와 옆에 있던 윤영덕 의원에게 "동조 단식하는 의원님들 명단을 누가 관리하느냐"라며 "오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명단 관리를 잘 해달라고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농성장에 방문한 인사들 명단은 취합하고 있지만, 단식에 동조한 인사는 최고위원을 제외하고선 취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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