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6z∙삼성∙방시혁 700억 꽂았다…韓연쇄창업가의 블록체인 IP 도전 [팩플]
한국인 33세 창업가의 블록체인 구상에 구글 딥마인드·아마존 출신이 모였고, 아직 수면 아래의 회사에 700억원이 꽂혔다.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투자사인 안드리센 호로위츠(a16z)가 투자를 주도했고, 삼성·해시드 외에 방시혁 하이브 의장, 데이비드 본더만 TPG캐피털 의장도 떡잎을 감별해 개인적으로 투자했다. 스타트업 ‘스토리 프로토콜’(Story Protocol) 얘기다.
스토리 프로토콜은 블록체인으로 콘텐트 지식재산권(IP) 시장을 혁신하겠다며 미국에서 설립됐다. ‘딥러닝의 겨울’을 걷어낸 알파고·챗GPT처럼, ‘크립토의 겨울’을 뚫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슨 일이야
6일 스토리 프로토콜은 a16z 등으로부터 5400만 달러(약 71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a16z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어비앤비 등에 초기 투자해 큰 성공을 거둔 벤처캐피탈(VC)로 유명하다. 이번 투자에는 블록체인 기업 엔데버와 해시드, 삼성전자의 VC 자회사인 삼성넥스트, 싱가포르 투자사 인시그니아벤처파트너스, 패리스 힐튼의 11:11미디어 등이 참여했다.
이 회사는 2016년 영미권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창업했던 이승윤(33) 대표의 재창업이다. 래디쉬는 2021년 카카오에 5000억원에 인수됐다. 스토리 프로토콜 창업팀은 구글·아마존 등 빅테크·인공지능(AI) 기업과 하모니 프로토콜, 대퍼랩스 같은 블록체인 기업 출신들로 구성됐다.
뭘 하는 회사길래
스토리 프로토콜은 ‘스토리 저작권’의 새로운 관리∙활용∙보상 규칙을 블록체인 기술로 재정의하겠다는 회사다. 현재의 IP 제도는 영화∙드라마∙웹툰 같은 개별 창작물의 IP를 통채로 관리할 수는 있으나, 그 근간이 되는 ‘스토리’의 복잡성은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인터넷에서 팬픽∙팬아트∙리믹스 같은 2차 창작물이 파생돼 빠르게 확산하지만, 1·2차 창작자들이 그 보상을 제대로 거두기 어려운 현재의 구조를 블록체인으로 혁신하겠다는 것
회사는 “스토리를 캐릭터∙관계∙스토리라인 등으로 레고처럼 쪼개 그 저작권을 블록체인 시스템에 등록하고, 팬이나 2차 창작자들이 이에 기반한 속편이나 새로운 스토리를 자신의 IP로 추가 등록할 수 있으며, 이를 새로운 상업적 창작물로 만들면 수익 배분도 가능한 구조”라고 회사 소개서에 설명했다.
예컨대, 마블이 어벤저스의 캐릭터·줄거리를 스토리 프로토콜에 등록하고 팬이 ‘어벤져스:엔드게임’의 새로운 결말을 창작해 등록해, 마블이 이에 기반한 새로운 영화를 만든다면, 해당 팬에게 수익이 배분되는 식이다.
스토리 프로토콜의 플랫폼이 확산한다면, 기존 저작권자와 2차 창작자가 변호사를 대동해 별도로 수익 분배 계약서를 작성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IP 수익화가 진행된다. 저작권자가 자신의 IP를 등록할 때 미리 사용 한도와 수익 배분 조건 등을 계약 조건으로 설정해두면,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계약’이 이뤄지는 원리다. 회사는 이를 ‘글로벌하고 확장 가능한 IP 저장소를 통한 IP 생성의 민주화’라고 표현했다.
이승윤 대표는 “생성 AI로 창작 활동이 더 풍부해지고 있는 지금, 블록체인 기술로 IP 출처를 투명하게 추적하고 공정하게 수익을 배분할 수 있다”라며 “크리에이터에게 새로운 기회를, 기존 IP 보유자에게는 이용자 참여를 유도해 IP를 발전시킬 새로운 방법을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스리람 크리슈난 a16z 크립토 파트너는 “스토리 프로토콜은 창의력이 인터넷 시대의 속도에 맞게 발휘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아티스트, 팬, 개발자를 위한 IP의 미래를 혁신할 것”이라고 투자 이유를 설명했다.
이걸 알아야
콘텐트 팬덤을 IP 사업에 활용하고 싶은 엔터테인먼트 및 게임 업계도 이 회사의 사업 모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앨런 라우 왓패드 창업자, 김창원 타파스 창업자, 정경인 블랙레이블(YG엔터테인먼트 관계사) 대표 등이 개인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제이슨 자오 스토리 프로토콜 공동창업자는 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스토리 프로토콜을 통해 팬들에게 IP 개발에 참여할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준다면, 콘텐트 확장 효과는 놀랍도록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발자, 기업, 개인들이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개 버전을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왜 중요해
크립토(암호화폐)의 겨울이 지속되고 있는 지금, ‘토큰의 가치’가 아닌 ‘블록체인 기술 활용’에 집중한 스타트업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각종 코인 가격의 널뛰기 여파로, 차세대 인터넷인 웹3나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은 과대평가 및 거품 논란에 휩싸여 있다.
자오 공동창업자는 “토큰의 가치가 아닌, 블록체인 기술의 좋은 활용 사례를 만드는 데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AI가 그 기술 자체보다도 AI 추천·챗봇 등 대중이 반응하는 시장을 찾아낸 이후 투자가 집중된 것처럼, 블록체인 기술도 기존 산업에 녹아 들어 IP 시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겠다는 의미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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