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올리브유 쇼크'…급기야 병마다 경보기 달았다, 무슨일
세계 올리브유 생산의 약 50%를 차지하는 스페인에서 올리브유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올여름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올리브 생산이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이에 '금값'이 된 올리브유를 훔치는 사고가 빈발하자 현지 올리브유 생산 공장과 슈퍼마켓엔 비상이 걸렸다.
6일 뉴스위크와 현지 매체를 종합하면 스페인 내 올리브유 가격은 연일 치솟아 과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리터(L)당 4유로(약 5700원) 수준이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많은 슈퍼마켓에서 리터당 10유로(약 1만4000원)에 팔리고 있다. 현지에선 몸값이 오른 올리브유를 '황금의 액체'로 부르고 있다.
올리브유가 평소 2.5배 이상 가격이 치솟자 스페인 각지에서 올리브유 도난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주 스페인 남부 코르도바 시(市)에 있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공장은 5만6000리터 상당의 올리브유를 도둑 맞았고, 남부 안달루시아의 해안 도시 말라가의 한 공장도 7000리터를 도둑맞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상점에서 올리브유 절도범이 기승을 부리자 업주들은 경계 강화에 나섰다. 뉴스위크는 "올리브유 병에 체인이나 경보기를 붙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면서 "통상 물건값이 20% 오르면 절도율이 5배 늘어난다"고 전했다.
올리브 가격이 치솟은 건 극심한 가뭄 때문이다. 원래 올리브 꽃이 피는 봄에 비가 내려야 열매가 제대로 맺힌다. 그러나 올해 봄 가뭄이 워낙 심했던 데다 여름 내내 40도 이상 폭염이 이어진 탓에 꽃이 말라 죽고 나무 자체도 쇠약해졌다. 이런 현상이 올리브 생산에 악영향을 줬다고 뉴스위크가 전했다.
앞서 스페인 남부는 지난 6월부터 기온이 44도가 넘는 등 때이른 폭염에 시달렸다. 스페인 기상청에 따르면 보통 여름 폭염은 7월과 8월 찾아오지만, 지난 12년간 6월의 폭염 빈도는 3배가 됐다. 지난해에도 40도를 넘는 폭염 탓에 스페인에서 500명 이상이 온열 질환으로 숨졌다.
스페인 폭염 탓에 생산 절반 '뚝'…튀르키예 "3개월간 수출 금지"
올해도 반복된 폭염으로 스페인 올리브 생산은 직격탄을 맞았다. 2022~2023년 스페인의 올리브 생산량은 약 66만t으로 지난 15년간 평균 생산량의 절반에 그쳤다. 지난 시즌(2020~2021년)과 비교하면 56% 감소한 수치다.
생산뿐 아니라 소비도 줄었다. 소비자들이 비싸진 올리브유 대신 해바라기유 등 대체품을 찾은 결과다. 스페인 식용유 정제업자 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스페인 내 올리브유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감소했다.
스페인 올리브의 '나비 효과'는 튀르키예까지 미쳤다. 이날 튀르키예 정부는 자국에서 생산한 올리브유 수출을 오는 11월까지 3개월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내수용 올리브유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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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폭우 반복되는 극한 기후
올리브유 가격 상승을 해결하려면 결국 비가 내려야 한다. 루이스 플라나스 농수산식품부 장관은 현지 언론에 "올리브유 값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앞으로 4주간 비가 계속 내려야 한다"면서 "올리브유 가격 안정은 이번 가을~겨울 강우량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후 변화로 인해 바다와 대기가 따뜻해지면서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는 '극한 현상'이 더 빈번하고 강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까지 극심한 더위와 가뭄이 이어지던 스페인에 이번에는 물난리가 났다. 42년만에 기록적인 폭우로 6일 기준 최소 4명이 숨졌다. 이처럼 연일 비가 내리고 있지만, 이번 가뭄 해소에는 아직 역부족이라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한편 프랑스·영국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가을이 무색하게 35~36도까지 기온이 오르는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통상 8월 중순에는 초가을 날씨가 찾아오는 프랑스와 영국이 때늦은 9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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