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폭행에 저항하다 손톱으로 상처 낸 부인… 헌재 "檢 기소유예 처분 취소"

최석진 2023. 9. 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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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폭행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저항하는 과정에서 손톱으로 남편의 팔에 상처를 낸 부인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자신은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을 뿐 남편을 폭행한 사실이 없고, 설사 남편을 뿌리치는 과정에서 상처가 났다고 해도 정당방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 행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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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폭행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저항하는 과정에서 손톱으로 남편의 팔에 상처를 낸 부인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충분히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돼 위법성이 조각될 여지가 있는 데도 검사가 이에 대한 판단 없이 혐의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기소유에 처분을 내린 것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이유다.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남편에 대한 폭행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문모씨가 인천지검 검사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문씨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문씨는 2021년 1월 인천의 집에서 남편과 다투던 중 남편의 팔을 할퀴어 다치게 했다.

남편이 팔에 손톱에 긁힌 것으로 보이는 경미한 상처를 입은 반면, 남편에게 차여 넘어지다 책상에 부딪힌 문씨는 전치 4주의 요추골절상을 입었다.

두 사람은 각각 112에 신고를 했고, 사건을 수사한 인천지검은 문씨와 상해 혐의를 받았던 남편에 대해 모두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검사는 문씨가 112에 신고하기 위해 남편 손에 있는 자신의 핸드폰을 빼앗는 과정에서 남편의 팔을 손톱으로 할퀴어 폭행했다고 봤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불기소 처분의 일종으로 형사처벌은 면할 수 있지만, 수사기관이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는 점을 근거로 민사 책임을 질 수 있고, 수사경력자료도 5∼10년간 보존된다.

문씨는 검찰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자신은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을 뿐 남편을 폭행한 사실이 없고, 설사 남편을 뿌리치는 과정에서 상처가 났다고 해도 정당방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 행사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 같은 문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남편의 팔에 상처가 난 경위에 대한 진술이 서로 엇갈렸지만, 수사기관이 확보한 당시 정황이 담긴 음성녹취 파일에 담겨 있는 남편의 일방적인 폭행 정황, '발로 차지 말라고', '오지마'라는 부인의 비명 소리 등에 비춰 문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녹취 파일 속 남편의 비명소리는 남편이 문씨를 끌고가는 과정에서 한 차례 확인될 뿐 문씨가 핸드폰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피해자(남편)의 상처는 청구인(문씨)의 주장처럼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끌려가는 도중에 피해자의 손을 떼어 내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헌재는 문씨의 행위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할 수 있음에도, 이에 대한 판단 없이 내린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청구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선제적이고 일방적인 위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함과 동시에 이를 벗어나기 위한 소극적인 유형력 행사로서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하다"라며 "그렇다면 피청구인(검사)으로서는 이 사건 당시의 상황을 보다 면밀히 살펴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행위나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밝혀봤어야 함에도 이에 대한 별다른 고려 없이 바로 청구인에게 폭행 혐의를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과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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