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위조상품 피해국 ‘세계 8위’…"정부가 피해 예방 지원을"

대전=정일웅 2023. 9. 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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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위조상품 거래규모 541조원
전체 국제 무역의 2.5% 비중 차지
20년새 413조원·0.65%P 상승
韓 위조상품 거래 비중 2%
지재연 "IP 침해 피해로 매출 22조원 감소 등 추산"
피해업종도 광범위하게 확산 추세

국제 무역에서 위조상품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위조상품의 유통은 지식재산 기반의 글로벌 경제에 큰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특히 한국은 위조상품 거래 피해국 순위에서 상위 10위에 포진해 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무역서 위조상품 2.5% 달해= 6일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국제 무역에서 발생한 위조상품 거래 규모는 총 541조원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체 국제 무역 규모의 2.5% 비중을 차지한다.

2000년 국제 무역을 통해 거래된 위조상품 규모가 128조원에 1.85% 비중을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20년 사이 국제 무역을 통한 위조상품 거래가 금액으로는 413조원 늘고 비율로는 0.65%포인트 높아진 셈이다.

2011~2019년 국제 무역에서 위조상품의 유통 상위 품목에는 신발·의류·가죽제품·전자기기 등이 부동의 1~4위에 올랐다. 다만 이들 상품은 2011년 87%에서 2016년 이후 60% 수준으로 유통 비중이 감소하는 추이를 보인다.

이는 위조상품이 다변화되는 과정에서 엿볼 수 있는 특징으로, 과거 명품 등 사치품을 중심으로 거래되던 위조상품이 현재는 불특정 다수가 소비하는 일반적 상품으로 유통 품목을 늘린 영향이 크다는 것이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의 설명이다.

최근 국제 무역에서 위조상품 거래는 국제우편과 특송을 통해 주로 이뤄지는 점도 특징이다. 실제 작은 크기(소형)에 10개 미만의 품목을 국제우편과 특송으로 거래한 위조상품의 비중은 전체 위조상품 거래량의 61%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韓, 위조상품 피해국 7~8위= 국제 무역을 통한 위조상품 거래가 늘면서, 국가별 피해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위조상품 피해는 혁신과 창의성에 의존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유명 브랜드의 원산지 국가)에 집중되는 양상이 뚜렷하다.

세관에서 적발한 위조상품 거래 건수를 기준으로 할 경우에는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등의 순으로 피해 규모가 큰 것으로 집계된다. 피해 유형은 위조상품으로 지식재산권을 침해받은 기업의 매출 감소, 일자리 상실, 정부 세입 누수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도 한류 열풍 등의 영향으로 위조상품 거래가 늘면서 피해 규모 역시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피해 규모에 따른 국가별 순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2014~2016년 위조상품 피해국 조사에서 처음으로 10위권에 들었다. 당시 한국의 피해국 순위는 7위로, 전체 위조상품 거래현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달했다.

그나마 2017~2019년 한국은 위조상품 거래 피해국 순위가 8위로 개선됐고, 전체 위조상품 거래현황 비중도 2%로 낮아졌다. 하지만 최근의 한류 열풍 분위기를 고려할 때 앞으로의 상황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시열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분쟁연구팀장은 “국내에서 글로벌 위조상품 유통에 따른 피해를 집계한 공식 통계는 없다”면서도 “일각에선 국내 기업이 위조상품 유통(지재권 침해)으로 입은 피해가 매출액 감소 22조원, 일자리 손실 3만1753명, 정부 세입 누수(법인세 및 개별소득세 감소분의 합) 4169억원으로 추산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국가(지역)별 세관적발 기준 위조상품 운송수단 순위 및 비중 현황 그래프. 출처=한국지식재산연구원

◆“피해 예방에 정부 지원 필요”= 위조상품 거래 증가와 관련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허청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해외 진출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K-브랜드 위조상품 전시회·세미나'를 가졌다. 이 자리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한정 의원실과 특허청이 공동으로 개최하고,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 주관했다. 해외에서 K-브랜드 위조상품이 유통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 세미나 개최의 취지다.

특히 이 자리에는 국회와 정부, 식품산업협회·음악콘텐츠협회·화장품협회 등 관계자가 참석해 분야별 산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업계 관계자는 “위조 상품 피해 업종이 과거 패션과 전자제품 등에 집중됐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캐릭터·완구, 의약품 등으로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양상”이라며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직접 나서 위조상품 거래에 따른 산업계의 피해 예방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동현 특허청 차장은 “세미나를 통해 국내 수출기업에 위조상품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실감했다”며 “특허청은 관련 대책을 마련해 신속하게 추진, 국내 기업의 수출 걸림돌을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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