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2030 행원 '줄이탈'…'부산행'에 흔들리는 '꿈의 직장'

김효숙 2023. 9. 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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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후 132명 중도 퇴직
이전 가시화에 '엑소더스' 확산
금융 취준생 '희망봉'은 '옛말'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전경. ⓒKDB산업은행

KDB산업은행에서 최근 3년 동안에만 130명이 넘는 20~30대 행원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이전이 강행되자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엑소더스가 가속화하면서, 이른바 꿈의 직장으로 불리던 산은의 명성도 퇴색되는 분위기다.

부산행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이런 움직임이 한층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내부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져만 가는 모양새다.

6일 산업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산은에서 168명의 직원이 중도 퇴직했다.

연령별로 보면 이 기간 자리를 뜬 20~30대 행원만 132명으로 전체의 78.6%를 차지했다. 20대 이하가 68명, 30대가 64명이었다. 반면 40대는 26명, 50대 이상은 10명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퇴사 인원이 확연히 줄었다.

또 최근으로 올수록 퇴사자가 늘어나는 흐름이다. 산은의 20~30대 퇴직자수는 202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각각 한 자릿수에 그쳤다. 그러다 2022년 하반기에 20대 19명, 30대 24명으로 불어났다. 올해 상반기에도 20대 17명, 30대 13명이 짐을 쌌다.

산은을 떠나는 젊은 행원들이 늘고 있는 건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7월 120대 국정과제에 산은의 부산 이전을 포함하면서부터다. 이같은 부산행이 가시화되면서 이탈이 확산되는 형국이다. 이에 산은은 모든 기능과 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안을 금융당국에 보고한 상태다. 서울 여의도에 최소 인력 100명만을 남기고 나머지 인원은 전부 이동하겠다는 방침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울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젊은층 직원을 중심으로 퇴직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산은의 지방 이전 계획안을 연말까지 승인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어서다. 이를 기점으로 줄퇴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은은 금융권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최상위 선호 직장으로 꼽혀 왔다. 국책은행인 만큼 안정적인 일자리인데다, 연봉도 남부럽지 않아서다. 산은 직원들의 평균보수는 지난해에도 1억432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부의 압박이 계속되면서 내홍은 점점 깊어만 가고 있다. 산은 노동조합과 직원들은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산은 노조가 실시한 내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임직원의 98.5%는 부산 이전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설문기간을 통해 실시한 산업은행 고객·협업기관의 부산이전 찬반 여부도 83.8%가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산은 노조는 부산이전에 따른 실질적 손해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역설한다. 부산 이전 시 산은 자체로는 7조원, 국가 경제로는 15조50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주장이다.

산은 노조는 한국재무학회 등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결과, 산은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향후 10년간 7조39억원의 기관 손실이 예상된다고 설명한다. 이전으로 인해 6조4337억원의 수익이 감소하고, 비용은 4702억원 증가할 것이란 예측이다.

국책은행인 만큼 국가 경제적 차원 손실도 15조4781억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국가균형발전 등 사측이 주장하는 본점 이전 효과는 동남권에 편중될 것이라는 게 재무학회의 해석이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산은 퇴사자가 이례적으로 급증한 사유는 본점 이전 추진 때문"이라며 "강석훈 회장은 지난 기자 간담회에서 퇴사자 급증 사유로공공기관의 낮은 임금과 경직된 조직문화 등을 꼽은 바 있으나, 실제 퇴사자들은 본점 이전에 대한 불안함을 주된 퇴사 사유로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들은 본점 이전 시 기관의 경쟁력 하락이 불보듯 뻔하고, 이는 장기적으로는 은행의 존폐의 문제에 까지 이를 것이라 걱정하고 있다. 이에 경력 삭감 등을 감수하고서라도 민간 금융기관 및 타 공공기관으로 이직하고 있는 것"이라며 "숙련된 인력의 퇴사러쉬는 결국 산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수익성 악화로 인한 정책금융 역량 저하, 정부 배당금 감소 등 국가 경제의 관점에서 큰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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