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국힘 관계자 녹취 보도 논란..."이준석, 까불어봤자 3개월짜리"
[곽우신 기자]
▲ <더탐사>가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 녹취록 |
ⓒ 더탐사 |
"애초에 싸움을 하려고 작정하고 온 사람들이었구나."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입당 전 당 관계자와 통화한 내용이 공개되자, 이준석 전 대표가 보인 반응이다. 앞서 인터넷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관계자와 통화한 음성을 보도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는 5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게 조작이면 <더탐사>는 문을 닫고, 사실이면 그냥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앞으로 윤핵관 성(형)님들, 욕 안 하겠다"라고 적었다.
이어서 올린 다른 게시물에서도 "3개월 내에 당 대표 끌어내리려고 입당한 사람들이니 애초에 수많은 비상식이 작동했겠지"라며 "익명 인터뷰로 당대표 음해하고, 유튜버들 꼬셔가지고 악마화 방송하고, 이제 와서 다 어떤 기작(機作)이었는지 이해가 가네"라고 꼬집었다.
"이준석, 아무리 까불어봤자 3개월짜리"
이번에 공개된 녹취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입당 전부터 이준석 전 대표에게 상당한 반감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해당 녹취록에서 "많은 의원과 또 원외 당협위원장이나 당원들이 빨리 들어와서 국힘(국민의힘)을 접수해서, 이게 지금 이준석이 아무리 까불어봤자 3개월짜리이다. 3개월짜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국힘에 좀 많이 입당해갖고 당원을 100만 명 이상 좀 만들어주셔 갖고"라며 "국힘에 지도부 다 소환해. 바꿔버려. 전부"라고 이야기했다. "일단 당원을 왕창 늘려가지고 국힘 내부를 갖다 뒤엎어 엎은 다음에 3개월 안에 '쇼부' 난다"라며 "그래서 (대통령) 후보 되면 비대위원장이 돼갖고 당대표부터 전부 해임할 수 있다"라고도 말했다.
즉,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입당 전부터 다수의 인사와 새로 가입하는 당원들을 바탕으로 이준석 지도부를 끌어 내리고, 본인의 당으로 재편할 구상을 가졌던 것으로 해석된다.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때, 들어가서 다 먹어주는 것"이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국힘은 없는 거다. 바꿔버리는 거다, 이 당을"이라며 "이름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라고 밝혔다.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윤석열 대통령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3.8.16 |
ⓒ 사진공동취재단 |
실제 윤 대통령이 입당 시점을 놓고부터 이준석 당시 대표와 갈등이 있었고, 입당 이후에도 두 사람이 몇 차례 반목했던 과정을 되짚어보면 이 역시 윤 대통령 그림 중 일부였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이준석 전 대표가 사실상 축출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거쳐 새 지도부로 재편된 과정 역시 미리 계획에 있던 셈이다.
녹취록에 의하면, "만약에 이놈 XX들 가서 '개판'치면 당 완전히 '뽀개' 버리고"라는 말도 나온다. 당 관계자가 "지지하는 의원들 한 50명 되더구먼, 데리고 나와버리시라"라고 하자, 윤 대통령은 "데리고 나오고"라고 호응한다. 당 장악이 여의치 않으면, 자신을 지지하는 현역 의원들과 분당-신당 창당 시나리오도 언급한 셈이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신평 변호사발 신당설이 불거졌던 점과 이어지는 부분이다.
"대통령 자리 자체가 귀찮다... 민주당보다 국힘 더 싫다"
윤 대통령은 "저는 정권교체하러 나온 사람이지 대통령 하러 나온 사람이 아니다"라며 "저는 대통령도, 저는 그런 자리 자체가 귀찮다, 솔직한 얘기가"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거는 어쨌든 엎어줘야 되고"라며 "그리고 국힘에 이걸 할 놈이 없다"라고도 말했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목적이, 대통령 자리에 대한 본인의 소명의식이나 비전이 아니라 '정권 교체' 자체에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입당을 하더라도, 그거는 그야말로 정권교체를 하기 위한 거지, 국힘의 보수 당원이 되기 위해서 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제3지대' 정당을 만드는 데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불신에도 불구하고 입당 필요성을 여러 번 밝혔다. 그는 "이 정권의 연장을 막기 위해서는 어찌 됐든 국힘하고 다 손을 잡아야 된다"라며 "국힘에서 후보를 다 뽑고 나서 다시 제3의 지대에서 국힘과 원샷 경선을 하는 거 있잖아, 그것도 굉장히 위험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거 잘못되면 그냥 민주당 정권에다가 떡 주는 것밖에 안 된다"라는 주장이었다.
윤 대통령은 "저도 왜 이상적인 것, 왜 신당을 만들고 이런 생각을 왜 안 하겠느냐?"라며 "현실적으로 이 정권을 갖다가 뒤집으려고 하고, 교체를 하려고 하면, 어찌 됐든 경선은 해야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은 하려고 그러면은 국힘이라는 당이 좋아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아예 1차부터 들어가서 뛰겠다라고 하는, 그것도 설득력이 있다"라며 "밖에서 국힘이라는게 어디 쥐약 먹은 놈들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아무리 국힘이 밉더라도… 국힘이 아무리 미워도 국힘을 갖다가 플랫폼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을 하셔야 된다"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국힘 싫어하는 거 제가 100배 알고, 저는 선생님보다 국힘 더 싫어한다. 제가요, 민주당보다 국힘 더 싫어한다"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선 공작 게이트' 대응 긴급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남소연 |
6일 오전까지 용산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은 해당 보도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대선 공작 게이트' 대응 긴급 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이 시기에 그런 보도를 했다는 자체가 김만배-신학림의 대선 공작을 물타기 하려고 하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라며 "그리고 그 사안은 저희 당에 입당하기 전에 사적인 발언에 가까운 이야기를 이렇게 보도하는 것이 극히 부적절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과 정부, 대통령실의 협조가 잘 되고, 또 같은 방향으로 국정운영 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분열의 의도가 있다"라며 "특히 선거를 앞두고 이런 시기에, 대선 공작이 밝혀져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굳이 이 시기에, 입당하기 전에 사적인 대화에 가까운 그런 것을 보도한 것에 대해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과 전화한 관계자는 지난 8월 KBS 보도에 등장했던 인사와 동일인으로 추정된다. KBS는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지난 1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건희 여사 팬클럽 회장 출신인 강신업 변호사의 출마를 자제시키기 위해 관련 인사에게 전화를 한 사실을 보도했다.
<시민언론 더탐사>는 당시 통화 내용 중 KBS가 보도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확보해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 중 발언이 구설에 오르는 소위 '바이든-날리면' 사태가 났을 당시, 강승규 수석이 MBC 앞에 관제데모를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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