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월드컵 우승' 스페인 감독 전격 경질…'강제 키스' 스페인축구협회장 옹호 의심

김현기 기자 2023. 9. 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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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이 선수와의 '강제 키스 논란'으로 전세계 축구팬들의 지탄을 받으며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직무 정지를 받은 가운데, 그를 사실상 옹호한 것으로 알려진 호르헤 빌다 스페인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이 전격 경질됐다.

스페인축구협회는 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빌다 감독의 퇴진을 발표했다.

해임 사유 설명을 직접적으로 하진 않았으며 "스페인 여자축구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끈 핵심이다. 여자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우승, 그리고 FIFA 랭킹 2위로 이끈 것에 감사한다"는 촌평만 남겼다.

예상밖 월드컵 우승을 달성하고도 돌아온 것은 해임인 셈이다. 물론 빌다 감독은 지난 달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개최된 여자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정상에 올려놓기 전 홍역을 치렀다. 스페인 여자대표팀 선수 15명이 그의 지도 방식에 반기를 들며 사실상 항명한 것이다. 다만 당시 스페인축구협회가 벤치 손을 들어주면서 빌다 감독은 계속 대표팀을 이끌었고, 15명 중 3명만 남기는 대수술에도 여자 월드컵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렇게 대반전 드라마를 통해 해피 엔딩으로 끝나며 2~4년 더 스페인 여자대표팀을 이끌 것 같았던 빌다 감독의 신분은 '강제 키스 사건'으로 인해 다시 뒤집혀 경질이라는 결과로 다가왔다.


빌다 감독이 사퇴를 거부하며 버티고 있는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을 사실상 옹호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어서다. 

지난달 말 FIFA 징계를 받은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은 이어 스페인 검찰 조사 대상이 되면서 점점 궁지에 몰리는 상태다.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지난달 29일(한국시간) "스페인 검찰은 월드컵 결승전에서 제니퍼 에르모소한테 키스를 한 루비알레스 회장 성추행 사건에 대해 예비조사를 시작했다"라고 보도했다.

스페인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 20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사상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여자대표팀 사상 첫 우승이기에 선수들은 엄청난 기쁨을 한껏 누렸다. 하지만 이번 우승의 기쁨은 시상식에서의 루비알레스 회장이 저지른 행동으로 논란이 커지며, 그가 일으킨 파문에 더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월드컵 챔피언이 된 스페인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곧바로 시상식을 진행했는데, 이때 단상 위에 있던 루비알레스 회장이 에르모소와 포옹하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잡고 곧바로 입을 맞췄다. 루비알레스의 행동은 상대방 동의가 없었다면 엄연한 성추행이다. 


이후 라커룸에서 에르모소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한 라이브 중 당시 상황과 관련된 질문에 미소를 지었음에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라고 밝히며 그의 행동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당초 루비알레스 회장은 충분히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이었음에도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라디오 마르카와 인터뷰를 통해 "에르모소와 키스? 다들 바보 같은 소리를 한다"라며 별다른 뜻이 없었다며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사자인 에르모소도 라이브 당시와 달리 당시 상황을 해명하며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에르모소는 스페인축구협회를 통해 입장을 내비치며 "친밀함의 표현이었다. 월드컵 우승으로 엄청난 기쁨이 몰려왔고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회장과의 관계엔 문제가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에르모스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동에 대한 비판 여론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많은 인사들과 언론들이 루비알레스 회장을 비난했으며, 미켈 이세타 스페인 문화체육부 장관도 "내겐 받아들일 수 없는 거 같다. 우린 평등, 권리, 여성 존중의 시대에서 살고 있다"라며 "우리 모두 태도와 행동에 조심해야 한다. 선수를 축하하기 위해 입술에 입을 맞추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비난과 사퇴 요구가 빗발치자 루비알레스는 결국 자신의 행동을 사과했다. 그는 사과 영상을 통해 "확실히 내가 실수를 했다. 순간적인 감정으로 어떠한 악의도 없이 즉흥적으로 일어났다. 당연한 일이라고 봤지만, 밖에선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상처받은 사람이 있기에 사과해야 한다"라며 "이를 통해 배워야 하고, 중요한 기관의 회장인 만큼 더욱 조심할 것이다"라며 반성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여자 축구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이자 우리 스페인이 두 번째로 우승한 월드컵인데, 이 사건이 축하 행사에 영향을 미쳤기에 슬프다"라며 자신의 실수로 스페인 여자축구대표팀의 성과가 일부 얼룩진 것에 대해 사과했다.

사건이 점점 커지면서 FIFA도 해당 사건에 대해 조사하기로 나서자 루비알레스 회장은 곧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였고 관련 보도도 나왔다.

FIFA는 "FIFA 징계위원회는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발생한 사건을 근거로 스페인축구협회 회장 루이스 루비알레스에게 사건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해당 사건은 FIFA 징계 규정 13조 1, 2항을 위반하는 행위일 수 있다"라며 "FIFA 징계위원회는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내려진 후에 징계 절차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루비알레스 조사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FIFA까지 조사에 나서면서 사건이 커지가 스페인 '카데나 세르'는 "8월 24일부터 FIFA의 조사가 시작된 후 루비알레스 회장은 25일에 사임을 발표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데나 세르의 보도와 달리 루비알레스는 자신에 대한 여러 논란과 주장들이 사회적 암살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임을 단호하게 거부해 파문을 일으켰다.


BBC는 "루비알레스 회장은 지난 여자월드컵 결승전 이후 보여준 행동에도 사임을 거부했다. 그는 협회가 소집한 임시총회에서 '나는 사임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으며, '사회적 암살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루비알레스는 자신의 행동이 에르모소를 위로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것은 자발적인 키스였다. 상호적이고 행복하며 합의된 키스였다. 그것이 핵심이다. 합의된 사실만으로 내가 이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며 사과를 번복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그를 반대하는 진영도 단체 행동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루비알레스 회장이 억울함을 표하면서 사임을 거부하자 스페인 여자 축구대표팀에서 빌다 감독을 제외한 대표팀 코칭스태프 11명이 총 사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항의를 표했다.

다만 빌다 감독은 "부적절하고 용납할 수 없다"라며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을 비판하면서도 사임은 거부해 "'강제 키스'에 문제가 없는 거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사건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스페인 검찰까지 나서서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성추행 혐의가 있는지 예비조사를 시작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스페인 검찰은 루비알레스 회장에 대한 성추행 조사를 개시했다"라며 "그들은 6건의 고소장을 접수했으나 수사에 앞서 고소장을 기다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조치는 에르모소가 최근 '내 동의가 없었고, 충동적이고 성차별적이며 부적절한 행동의 희생자'라고 성명서를 발표한 이후에 이뤄졌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까지 나서면서 사건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징계 절차를 예고한 FIFA는 지난달 26일 "호르헤 이반 팔라시오 징계위원장은 징계 규정 51조에 근거해 이날부터 축구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루비알레스 회장의 권한을 잠정적으로 정지한다"라고 밝히면서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FIFA는 "이번 조치는 스페인뿐만 아니라 국제적 활동에도 적용된다"라며 "오늘부로 발효돼 징계 절차가 진행되는 90일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FIFA는 루비알레스 회장이 기습적으로 입을 맞춘 자국 여자 선수 제니퍼 에르모소에게 당분간 접근하지 못하도록 추가 명령을 내린 것은 물론이고 제3자를 통한 접촉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알렸다.

FIFA가 징계를 내린 데 이어 검찰도 조사에 나서자 루비알레스 회장의 어머니 앙헬레스 베자르는 아들이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며 교회에 들어가 단식 투쟁에 들어가면서 눈길을 끌었다.

그런 상황에서 루비알레스 회장이 지난달 말 빌다 감독의 연임을 선언하자 문제가 발생했다. 최근 직무정지로 쫓겨난 루비알레스 회장 후임으로 페트로 로차 회장 대행이 선임됐고 로차 대행은 곧장 빌다 감독의 해임부터 진행했다.

로차 대행은 부임하자마자 "이번 사태로 스페인 축구와 스페인 사회는 물론 스포츠로서 축구 자체에 가해진 피해는 막대하다"며 루비알레스 (회장은) 스페인축구협회나 스페인 사회가 지지하는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은 아니"라며 스페인축구협회를 대신해 사과했다.

그리고 빌다 감독을 즉각 경질했다.

후임엔 지난달 말 사표를 던진 코치 15명 중 1982년생 몬세라트 토메 코치로 낙점됐다. 최초로 여성 지도자가 스페인 여자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사진=스페인축구협회,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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