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 엮여있는데…금융사 회장단·금감원장 '불편한 출장'

이호연 2023. 9. 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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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해외 출장에 또 다시 금융사 회장들이 대거 동행한다.

우리나라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출장이라고는 하지만, 최근 금감원의 재조사로 다시 불거진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연관된 최고경영자(CEO)들까지 이 원장과 동행하는 건 예민한 시기에 적절치 못한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사에서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등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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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이어 두 번째 글로벌 IR 개최
신한·우리·NH證·미래에셋 등 동행
원종규(왼쪽부터) 코리안리재보험 대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최훈 싱가포르 대사,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가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투자셜명회 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미래에셋증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해외 출장에 또 다시 금융사 회장들이 대거 동행한다. 대형 금융그룹 회장부터 시작해 증권사와 보험사 등까지 포함된 대형 K-금융 사절단이다.

우리나라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출장이라고는 하지만, 최근 금감원의 재조사로 다시 불거진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연관된 최고경영자(CEO)들까지 이 원장과 동행하는 건 예민한 시기에 적절치 못한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이 원장은 내주 금융사 CEO들과 함께 런던 투자설명회(IR) 출장길에 오른다. 이 원장은 스위스 바젤 규제 회의에 참석한 뒤 이후 영국 런던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에서 글로벌 IR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지난 5월 싱가포르에 이어 열린 두 번째 IR이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현지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바이 코리아’를 독려할 전망이다. 금융사에서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등이 참여한다.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서울시와 부산시도 함께한다. 10여명의 취재진도 따라간다.

앞서 5월에는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외에도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원종규 코리안리재보험 대표이사 등이 참석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감독당국 수장이 직접 나서는 만큼,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금융산업의 건전성을 알리고 규제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일부 금융사들은 행사 참석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했다는 후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싱가포르 출장 때는 국내 금융사들이 폐쇄적인 동남아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느끼는 만큼, 이 원장이 진입 및 규제 완화 등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한국 금융시장을 알려 투자 매력도를 높이기 위한 취지에서 환영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감독 기관장이 해외 IR을 주관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가운데 피감기관과 행사에 동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라임・옵티머스 펀드 불완전 판매 관련 KB증권·대신증권·NH투자증권의 CEO 제재 수위를 놓고 고심중이다. NH투자증권의 정 사장의 경우 금감원으로부터 옵티머스 펀드 사태로 문책경고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싱가포르에 이어 런던 IR에도 참석하는 미래에셋은 최근 금감원의 라임 펀드 재조사와 관련돼 조사를 받고 있는 곳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단성한)는 지난 달 31일 서울 중구 미래에셋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라임 펀드가 대규모 환매 중단 직전인 2019년 8월부터 9월 사이 유력 인사나 특정 기업에 자금을 돌려주는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특히 미래에셋은 이 원장의 매제가 임원으로 재직 중인 곳이기도 하다. 미래에셋은 국내에서 영국 현지 시장 점유율이 가장 크다는 이유로 이번 행사에서 핵심 역할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얽힌 금융사가 명단에 재차 오르며 잡음이 불거져 나오는 상황이다.

행사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표면상으로는 금융사 해외 진출 지원 사격이지만, 5월 IR 행사 내용은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는 아쉬움이다. 개회사에서 밝힌 글로벌 투자자들의 편의성 제고나 외환시장 접근성 방안 수준으로는 해외 투심을 붙잡기 역부족이라는 평”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와 앞다퉈 글로벌 IR행사를 주관하는 행보는 실효성 있는 성과보다 현 정부의 ‘세일즈 외교’에 발맞추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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