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 즈베즈다 이적 "넌 내게 최고의 선수"…한국전 해트트릭 사나이의 극찬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황인범이 동유럽 최고 명문 츠르베나 즈베즈다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전 소속팀인 그리스 올림피아코스 팬들의 욕설 테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지난 시즌 그를 가르쳤던 스페인 출신 감독 만큼은 황인범을 최고의 선수로 인정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자에 대한 아름다운 헌사였다.
즈베즈다 구단은 지난 5일 "미드필더 황인범과 4년 계약을 체결했다"며 그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이적료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즈베즈다 구단은 550만 유로(약 78억원)를 올림피아코스에 3년간 나눠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금액은 구단 사상 최고 이적료인 것으로 드러났다. 즈베즈다가 그 만큼 황인범의 가치를 높게 매겼다는 얘기다. 지난 1991년 유러피언컵(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등 세르비아를 넘어 동유럽에서 가장 화려한 시절을 보낸 팀으로 잘 알려진 즈베즈다는 예전 만큼은 아니지만 최근에도 세르비아를 대표해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전에 꾸준히 출전할 만큼 명문 구단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3/24시즌에도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올라 맨체스터 시티와 2주 뒤 첫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황인범의 이적 소식은 세르비아 축구계에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세르비아 매체에 따르면 즈베즈다 구단 회장을 맡고 있는 즈베즈단 데르지치는 황인범 영입을 두고 "지난 30년 동안 구단 최고의 선수다"라며 아직 데뷔조차 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아울러 세르비아 매체 '레푸블리카'는 5일 "레드 스타의 새로운 미드필더는 평범한 축구선수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즈베즈다를 번역하면 '붉은 별'이 되기 때문에 서유럽에선 오래 전부터 즈베즈다를 '레드 스타 베오그라드'로 부르곤 한다.
레푸블리카는 "황인범은 매우 흥미로운 전기를 가졌으며, 팬들의 관심을 끌 것이다. 그는 팀 역사상 가장 비싼 신입생이다. 그는 대전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대전 역사상 최연소 득점자로 활약했고, MLS에서 밴쿠버 소속으로 입지를 굳혔다. 이후 루빈 카잔을 거쳐 서울로 돌아왔고, 올림피아코스에서 즈베즈다에 도착했다"라며 황인범의 축구 선수 경력을 전했다.
즈베즈다는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축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스타플레이어들의 산실이었다. 장거리 프리킥으로 이름을 날린 시니사 미하일로비치, 동유럽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일본 J리그 구단 감독 생활을 오래 했던 드라간 스토이코비치, AC밀란에서 주전 스트라이커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데얀 사비체비치 등이 바로 즈베즈다를 거쳐 대성했다.
별들이 쏟아져 나온 곳에 황인범이 유니폼을 입고 뛰는 셈이다.
황인범은 올림피아코스에도 적지 않게 기여를 했다. 이적료 없이 올림피아코스에 그냥 입단한 그는 결국 1년 만에 8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발생시키며 새 둥지를 찾았다. 2022/23시즌엔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을 만큼 고전했던 올림피아코스의 희망이 됐다. 올림피아코스 입장에선 축구로, 돈으로 적지 않게 남는 장사를 했다.
그러나 팬들은 우여곡절 끝에 올림피아코스 떠나는 황인범의 작별 인사에 욕설로 응대해 충격을 주고 있다.
황인범은 즈베즈다 이적이 확정되자 SNS를 통해 "올림피아코스 팬들에게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하다. 여러분들에게 받은 사랑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지난 시즌 내게 보내준 응원과 사랑을 생각하면 지금 내게 쏟아지는 비난은 아무 것도 아니다. 동료들,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에게도 감사하다. 리그 우승과 유로파리그에서의 성공을 응원한다"며 예의를 갖춰 작별 인사를 남겼다.
하지만 팬들은 마지막까지 그를 비난하기 바빴다. "다시는 올림피아코스에 돌아오지 마라", "배신자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가 없다"는 식의 악플로 황인범의 정성에 먹칠을 했다. 황인범이 이적하는 과정에서 올림피아코스를 무시했다는 그리스 언론의 견해만 듣고 감정적인 언사를 쏟아낸 것이다.
다만 그를 지난해 가르쳤던 스페인 출신 미첼 감독 만큼은 황인범의 인사에 뜨거운 감사를 전하며 그의 새 축구인생이 잘 풀리기를 고대했다.
미첼 감독은 지난 1990 이탈리아 월드컵 한국-스페인전에서 스페인 공격수로 출전한 뒤 해트트릭을 뽑아내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무대에서 처음 내준 해트트릭이었다.
그런 인연이 30여년 지나 황인범이라는 선수를 통해 다시 한국과 연결된 것이다.
미첼 감독은 영문으로 "내가 만나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다. 진지하고 하드워커다. 신뢰할 수 있는 선수"라며 "네게 고마움을 전한다. 감사와 포옹과 함께 행운을 빈다"라고 전했다.
미첼 감독은 지난 시즌 초반 올림피아코스에 온 뒤 황인범의 재능을 곧장 알아보고 중앙 미드필더 주전으로 썼다. 황인범은 그의 믿음 아래 그리스 1부리그 32경기에서 3골을 넣었다. 올림피아코스는 물론 그리스 1부리그에서 가장 많은 키패스를 뿌리는 최고의 미드필더로 단숨에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가 올림피아코스를 떠나고 또 다른 스페인 출신 감독인 데이고 마르티네스 감독이 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마르티네스 감독은 황인범을 2023/24시즌 프리시즌 한 경기 투입했을 뿐 이후 프리시즌 경기들과 공식전에 전혀 내보내지 않았다.
올림피아코스의 황인범에 대한 180도 달라진 푸대접엔 이적을 둘러싼 기싸움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
앞서 그리스 매체들은 황인범과 올림피아코스의 계약 상황에 대해 선수는 1년+2년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으며, 구단은 3년 계약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선수 측은 300만 유로(약 44억원)의 바이아웃 조항을 적용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구단은 1000만 유로(약 143억원) 수준의 이적료를 받아야만 선수를 이적시킬 것이라고 알려졌다. 이후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소식까지 나왔다.
일부 언론은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는 그가 연말까지 축구를 그만두는 것이다. 현재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는 것은 황인범이 이탈리아로 가지 못했다는 것으로 증명됐다. 올림피아코스는 1000만 유로를 요구했고, 아탈란타는 이적료 지불을 거절했다"라며 황인범과 개인 합의까지 성공했던 아탈란타가 이적료 지불을 거절하며 이미 이적이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고 밝혔다. 올림피아코스가 황인범을 실전에 투입하지 않고 훈련만 시키는 배경에도 이런 양측의 엇갈린 주장이 있었다.
황인범에 대해 아탈란타 이외에도 몬차(이탈리아), 프라이부르크, 묀헨글라트바흐,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이상 독일), 페네르바체, 갈라타사라이(이상 튀르키예) 등이 관심을 보였지만, 올림피아코스와의 분쟁 사실이 드러나면서 하나 둘씩 손을 뗐다.
황인범은 선수 생명에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간신히 해결책을 마련했다. 즈베즈다는 좋은 팀이지만 그가 원했던 최선의 답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쉬움과 서운함을 모두 털어내고 이적을 결심한 뒤 구단과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추악한 악플이었다.
하지만 그를 가르쳤던 스승 만큼은 수많은 욕설 속에서 황인범의 가치를 알아보고 인정했다. 최고의 선수였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황인범은 현재 위르겐 클린스만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에 소집된 상태다. 클린스만호는 오는 8일 오전 3시45분 영국 카디프 카디프시티 경기장에서 웨일스와 A매치 치르는 것에 이어 13일 오전 1시30분엔 영국 뉴캐슬 세인트제임스파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친선 경기를 벌인다. 두 경기를 통해 무뎌진 경기 감각을 끌어올린 뒤 즈베즈다에 돌아가서 다시 자신의 날개를 활짝 펼치는 일이 황인범 앞에 남아 있다.
월드컵에서 해트트릭을 폭발했던 스페인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 그를 인정했기 때문에 즈베즈다의 '붉은 별'이 될 가능성도 충분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즈베즈다, 황인범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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