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시청’ 다이어트에 도움된다 VS 안된다 [별별심리]
◇먹방과 식욕의 관계… 연구 결과조차 엇갈려
먹방 시청이 프로그램의 한 종류가 된 후, 이 방송이 실제로 시청자의 행동에 변화를 유발할지가 초유의 관심사가 됐다. 관련 연구가 쏟아졌다. 결과는 역시나 식욕을 높인다는 것과 높이지 않는다는 게 모두 혼재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 연구 결과, 방송으로 음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을 높이는 뇌의 신진대사가 24% 늘어났고, 영국 리버풀대 연구팀 연구에서는 정크푸드 먹방을 본 어린이는 영상을 보지 않은 어린이보다 평균 26% 더 높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먹방이 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그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뇌가 먹으면서 행복했던 경험을 기억해 내 다시 기분이 좋아지고 싶은 회로가 돌아가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해석했다. 이 연구 결과들만 보면 분명히 먹방은 식욕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반대되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덴마크 오르후스대 연구팀 연구 결과, 음식 이미지를 반복해서 보면 오히려 포만감이 생겨 배고픔을 어느 정도 잊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싱가포르 난양공대 연구 결과 다른 사람이 맛있게 사탕을 먹는 먹방을 보게 했더니 먹는 것과 전혀 관련이 없는 영상인 세탁기에 동전을 넣는 영상을 시청한 사람보다 사탕을 덜 먹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연구팀 모두 음식을 보면서 이미 먹었다고 생각하게 돼 음식에 대한 욕구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먹방 짧게 즐긴다면 의지가 식욕 조절해
전문가들은 먹방을 보기 전 개개인의 심리가 큰 작용을 미치는 것으로 봤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똑같은 상황에 놓이더라도 개개인 의지에 따라 다른 행동 결과가 나타날 수 있어 연구 결과가 일괄적으로 나오지 않은 것"이라며 "자제력이 뛰어나거나, 소식하는 게 습관·훈련이 된 사람이면 먹방을 보고 자신이 먹은 듯 대리 만족을 할 가능성이 크고, 다이어트 의지가 크지 않거나, 행동 모방심리가 큰 사람은 먹방을 보고 식욕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 뇌에는 상대방의 행동을 보고, 그 행동을 직접 할 때와 똑같이 활성화하게 되는 신경세포가 있다. '나는 소식한다'가 전제로 강하게 깔린 사람은, 다른 사람이 음식을 먹으며 행복한 모습을 보고 자신도 행복해져 음식을 먹지 않아도 만족하게 된다. 그러나 행동 전제가 깔려있지 않은 사람은, 음식을 먹는 행동도 따라 하게 되는 것이다.
◇장기적으론 살찔 가능성 커
다만, 결론적으로 먹방을 장기간 즐기면 살이 찔 가능성이 크다. 앞선 연구는 모두 한 번의 먹방이 미치는 결과를 보여줬다. 전남대 식품영양학부 정복미 교수팀이 장기간 먹방 시청을 했을 때 체지방률과 식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지 800여 명 성인을 대상으로 확인했다. 그 결과, 주당 먹방 시간이 7시간 미만인 사람보다 14시간 이상인 사람의 체질량지수(BMI)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당 먹방 시청 시간 7시간 이상인 남성과 14시간 이상인 여성의 평균 BMI는 과체중 상태였다. 정복미 교수는 "오랜 시간 먹방을 시청하면 결국 식욕이 올라가고 음식을 주문해서 먹게 되고 식습관이 나빠지고 따라서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연구에서 먹방 시청 시간이 긴 사람일수록 채소류보다 분식류, 육류, 과자류 선호도가 높았고, 아침 식사를 안 했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가능성이 큰 등 식습관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먹방 시청, 식욕 증진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먹방 시청이 식욕 증진으로 이어지지 않고 대리만족에 그치려면, 무엇보다 자신은 소식을 한다는 의지를 명확히 세우는 게 중요하다. 그게 잘 안된다면 아예 안 보는 게 낫고, 봐야 한다면 한 번 먹방을 볼 때 애매하게 보기 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량 이상 먹는 것을 보는 걸 추천한다. 실제로 앞서 소개한 먹방 시청이 대리만족을 끌어내 다이어트를 도울 수 있다고 결론지은 연구 모두, 먹방의 양이 중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덴마크 연구팀은 실험군에게 같은 이미지의 음식을 30번이나 보여줬고, 싱가포르 연구팀도 먹방 동영상을 실험군에게 30회 시청하도록 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특성을 심리학 이론인 '습관화(Habituation)'로 설명했다. 어떤 것에 반복 노출되면 오히려 해당 물질에 욕구가 줄어든다는 이론이다. 습관화의 위력은 생각보다 강한데, 보지 않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갈망 욕구를 줄일 수 있다. 미국 카네기 멜런대 연구팀이 실험에 참여한 두 그룹에게 각각 초콜릿 30개와 3개를 먹는 상상을 하도록 했더니, 실제로 초콜릿을 나눠줬을 때 30개 먹는 것을 상상한 집단은 초콜릿을 평균 단 3개만 먹었고 3개를 먹도록 상상한 집단은 5개를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곽금주 교수는 "오히려 너무 많이 먹는 모습을 보면 더 먹기가 꺼려질 수 있다"며 "이런 감정을 이용하는 것은 도리어 다이어트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먹방을 보는 동안 먹방에서 나오는 음식과 다른 향을 맡는 것도 식욕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선 싱가포르 연구팀 연구에서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이 사탕 먹방을 보는 동안 초콜릿 향기를 맡도록 했더니, 아무 향도 맡지 않은 그룹보다 사탕을 덜 먹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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