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누가 이런 그림을... 흉내도 못내겠네

진재중 2023. 9. 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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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본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고랭지 배추밭과 함께 색다른 풍경

[진재중 기자]

거친 자갈밭과 급경사, 세찬바람으로 사람이 터를 잡고 살기에는 버거웠던 산 정상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이고 있다. 농부는 고랭지채소 농사를 위해서, 관광객은 팔랑개비 돌아가는 어릴 적 꿈을 찾아서. 멀리서 보면 팔랑개비처럼 도는 풍력발전기가 있어 위로를 해준다. 매봉산 바람의 언덕이다.
 
 배추밭과 풍력발전기
ⓒ 진재중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의 매봉산에 바람이 불면 거대한 하얀색 바람개비가 돌아간다. 풍력발전기다. 백두대간의 능선에 풍력발전기가 도열하듯 줄지어 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사시사철 바람이 부는 산을 빗대어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을 명명했다.
 
 백두대간 허리에 늘어만 가는 풍력발전기
ⓒ 진재중
고지대에 매서운 추위를 몰고 왔던 바람을 활용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했다. 매봉산에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선 것은 천혜의 자연환경 때문이다. '바람의 언덕'이라고 불리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이 지역은 바람이 강해 사람이 터를 잡기에는 어려운 지역이다. 매봉산의 연평균 풍속은 초속 8.3m. 대관령 바람보다 더 강하다. 초속 3~4m면 풍력발전기 날개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초속 5m가 넘으면 발전이 가능하다.
 
 한폭의 서양화를 연상케하는 배추밭과 풍력발전기
ⓒ 진재중
 
현재 매봉산풍력발전단지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는 총 17기다. 여기에 백두대간 허리인 가덕산과 삿갓봉에 약 50여 기 이상이 가동중에 있고 건설중인 풍력발전기는 그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잘 가꾸어진 숲속에 하나, 둘씩 하얀색 기둥이 늘고 있다. 보존과 발전이라는 자연적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대전에서 여행온 김덕수(55)씨는 "바람의 언덕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친환경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은 좋은데 저 멀리 산자락에 서 있는 풍력발전기를 보니 환경을 훼손한다는 인상을 주네요, 친환경에너지를 생산하기위해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데 산림을 훼손하지 않을까 염려도 됩니다" 하고 아쉬워했다.
   
 태백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 진재중
 
높이 1303m 매봉산은 백두산에서 뻗어 내려온 산맥이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으로 나누어지는 분수령이기도 하다. 백두산에서 금강산, 설악산, 진부령, 오대산, 대관령, 두타산으로 이어지다가 매봉산 아래 삼수령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다.
서쪽은 금대봉, 천의봉, 함백산, 태백산으로 이어져 지리산, 해남 땅끝가지 이어지는 백두대간(白頭大幹)이고 동쪽은 백병산, 민산, 밀월산으로 이어져 부산의 용두산으로 뻗어나가는 낙동정맥(洛東正脈)이다.
 
 동으로는 낙동정맥, 서로는 백두대간으로 갈라지는 삼수령 정상인, 매봉산
ⓒ 진재중
 
매봉산 바람의 언덕은 강릉 암반데기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좀 거칠면서 다듬어지지 않아 자연스러움을 더해주고 쉴세없이 돌아가는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모습이 동심을 자극한다.

매봉산, 바람의 언덕은 배추생산지로 유명하다. 면적 40만평에서 수확되는 배추는 약 5400톤이다. 농민들은 배추를 재배해 연간 40억 원의 소득을 올린다. 4~5월에 파종해 7월 초에서~8월 중순까지 출하한다.

대관령 암반데기보다 한 달 정도 빠르다. 매봉산 산자락을 가득 채운 초록색 배추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하얀 풍력발전기와 파란 하늘의 조화로운 풍경을 보려면 7~8월이 가장 좋은 시기다.  
 
 강릉 암반데기
ⓒ 진재중
 
 구름과 배추밭과 풍력발전기가 조화를 이룬다
ⓒ 진재중
 
태백시의 주요 고랭지 재배단지가 조성된 것은 1960년대다. 산림녹화 사업의 일환이었다. 당시에는 난방 연료가 넉넉하지 못해 화전민들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다량의 땔감이 필요했다. 전국의 산이 민둥산이 되었고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 산림녹화사업이 진행되었다. 개간한 매봉산에 흩어져 살던 화전민 정착해 일대를 밭으로 개간하였다. 
 
 배추밭과 풍력발전기가 이채롭다
ⓒ 진재중
 
매봉산 풍력발전단지는 여행지로도 인기 만점이다. 고산준령이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전망, 산기슭부터 정상 부근까지 펼쳐진 초록의 배추밭과 간간히 피어나는 야생화는 풍력발전기의 거대함과 어우러져 색다른 멋진 풍경을 펼쳐낸다.
제주에서 촬영온 고두삼(62)는 "제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형태의 산자락입니다. 마치 한폭의 그림을 도화지 위에 그려 놓은 것 같아요, 많이 담아 가고 싶습니다" 하고 즐거워 했다.
   
 야생화와 풍력발전기
ⓒ 진재중
 
최근에는 차박이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배추 수확이 끝난 자리에 '차박 성지'가 유행이다. 조각조각 붙여진 고랭지 밭과 풍력발전기의 조화가 한폭의 서양화를 연상케 한다.
해가 지고 난 후 밤하늘의 별은 낭만을 더해주고, 새벽의 황홀한 일출은 가슴을 뛰게 한다. 여기에 비 온 뒤 바람에 밀려오는 운해는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여기는 바람의 언덕이다.  
 
 미완성의 그림처럼 그려진 배추밭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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