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름값이 2222만원”… 게임 속 ‘희귀 닉네임’ 거래 열풍

김지윤 2023. 9. 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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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들 사이에서 캐릭터의 중요한 외형이자 본인의 정체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희귀 닉네임' 사고팔기 열풍이 한창이다.

예쁘고 희귀한 닉네임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지금도 수십 개의 품목이 올라와 있을 만큼 거래가 활성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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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 사이에서 거래… 재테크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자기 만족 넘어 일종의 투자 개념”

게이머들 사이에서 캐릭터의 중요한 외형이자 본인의 정체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희귀 닉네임’ 사고팔기 열풍이 한창이다. 게임 속 닉네임은 두 글자 혹은 받침이 없는 단어, 연예인 이름, 고유 명사 등의 희귀 조건에 따라 값이 몇 배가 되어 평가된다. 이용자들끼리는 예전부터 암암리에 거래되곤 했지만, 최근 게임 닉네임이 현실 세계의 골동품처럼 하나의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희귀 닉네임은 이용자들 사이에서 ‘레어닉’으로 불린다. 흔하지 않다는 의미가 있는 ‘레어(rare)’와 별명인 ‘닉네임(nickname)’의 합성어다. 일부 사이트에선 명사, 글자 수, 필수 포함 글자 등을 조합해 닉네임을 추천하는 ‘닉네임 생성기’를 운영할 만큼 게이머들 사이에서 이는 중대한 고려사항이다. 예쁘고 희귀한 닉네임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지금도 수십 개의 품목이 올라와 있을 만큼 거래가 활성화돼 있다.

한 중고 사이트에서 닉네임을 거래한 게이머 A씨는 “나는 여러 게임에서 닉네임을 사고판 경험이 있다. 게임을 하다가 예쁜 닉네임을 보면 샀다가 다시 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격은 스스로 기준을 세워서 판매한다. 일종의 재테크 겸 자기만족으로 거래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게이머 B씨는 “게임을 하다 보면 닉네임을 교환하자는 이용자를 보곤 한다. 이처럼 개인적으로 느끼는 소소한 행복이 닉네임 거래의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메이플스토리 닉네임 거래 이벤트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넥슨은 이러한 ‘닉네임 거래’ 현상을 영리하게 대처했다. 넥슨은 지난달 31일부터 자사 인기 PC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닉네임 경매장인 ‘뉴네임 옥션’을 운영하고 있다. 뉴네임 옥션은 자신의 닉네임을 경매로 판매하는 신규 시스템이다. 판매자가 최소 입찰 금액을 설정해 경매장에 올리면 구매자들은 현금 재화로 활용 가능한 ‘메이플 포인트’로 이를 입찰할 수 있다. 넥슨은 거래 수수료 30%를 가져간다.

해당 시스템은 이용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는다. 그간 지하 세계에 머물던 닉네임 매매 행위를 보다 안전한 거래 시스템을 통해 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뉴네임 옥션은 개장 당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닉네임이 등장했다. 일례로 메이플스토리 게임 대표 직업명이자 교주를 뜻하는 닉네임 ‘비숍’은 현금가 2222만원에 낙찰됐다. 한 유명 인터넷방송인은 세계적인 e스포츠 선수 이상혁의 닉네임인 ‘페이커’를 469만원에 거래하기도 했다.

이 같은 닉네임 매매 행위는 메이플스토리뿐 아니라 ‘리그 오브 레전드’ ‘서든어택’ ‘오버워치’ 등 인기 온라인게임에서 직·간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동양대 김정태 교수는 “사용자들은 희귀 닉네임을 갖는 것에 자기만족을 넘어 투자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면서 “게이머들은 현실 속 명품은 닳지만 장수 게임에서의 닉네임은 불변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5~10년 후에는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장수 게임에는 구매력이 있는 플레이어가 많다. 충분히 소비한 후 그 이상의 가치를 얻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김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바뀐 젊은 층의 소비 패턴을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은 갖고야 말겠다’는 욕구가 굉장히 강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랑할 수 있는 닉네임을 가지고 게임 방송을 하는 등 부가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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