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전력' 선수들 준비는 끝났다…클린스만 감독 역량 '진짜 시험대'
김명석 2023. 9. 6. 07:03
선수들의 준비는 끝났다. 남은 건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의 몫이다.
출범 첫 승에 도전하는 클린스만호가 유럽 원정길에 올랐다. 축구 대표팀은 오는 8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웨일스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웨일스와 A매치 평가전을 치르기 위해 웨일스 카디프에 소집됐다. 유럽파 등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은 곧바로 웨일스로 향했고, K리거들도 지난 4일 출국길에 올라 결전지에 입성했다.
대중의 관심도가 큰 A매치지만, 꽤 부정적인 분위기 속에 치러야 하는 경기이기도 하다. 클린스만 감독의 이른바 재택·외유 논란 등과 맞물려 비판 여론이 거센 탓이다. 대표팀 구성 과정에서도 많은 잡음이 일었다. 경기 감각이나 컨디션이 떨어진 선수들을 뽑거나, 현장에서 직접 플레이를 확인하지 않은 선수를 선발한 탓이다. 이 과정에서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마저 생략해 팬심은 매우 싸늘해진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번 A매치에 대한 기대가 큰 건 클린스만 감독이 아닌 대표팀 선수들 때문이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부상으로 빠진 일부 선수가 있긴 하지만, 다른 주축 선수들의 면면과 최근 활약상만 보면 ‘역대급 전력’이라는 평가가 과하지 않다. 핵심은 유럽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의 눈부신 상승세다.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지난 주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해트트릭(3골) 기세를 안고 이번 대표팀에 소집됐다. 소집 직전 번리전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해 약 1년 만에 EPL 무대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지난 6월 A매치에선 스포츠 탈장 수술 여파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으나, 이번 대표팀엔 최상의 컨디션으로 뛸 수 있다.
이제 세계적인 명문 바이에른 뮌헨 소속이 된 김민재도 수비진 최후방을 책임진다. 뮌헨 이적 직후부터 김민재는 핵심 수비수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독일 분데스리가 3경기 연속으로 선발로 출전했고, 소집 직전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전에선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 현지 매체로부터 ‘김민재는 벽이었다’는 극찬까지 받았다. 김민재 역시 지난 6월엔 기초군사훈련을 위한 훈련소 입소로 A매치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번 웨일스전은 반년 만의 대표팀 복귀전이다.
부상 우려가 있었던 황희찬(울버햄프턴)과 조규성(미트윌란)은 다행히 소속팀에서 복귀전을 치른 뒤 대표팀에 합류했다. 황희찬은 벌써 EPL에서 2골을 터뜨리며 그 어느 때보다도 가파른 상승세로 시즌을 출발했다. 조규성도 덴마크 리그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하는 등 이적 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며 대표팀 최전방을 지킬 전망이다.
이밖에 이재성(마인츠05)도 분데스리가 개막 2경기 만에 마수걸이 골을 터뜨렸다. 홍현석(KAA 헨트)도 대표팀 소집 직전 벨기에 리그에서 멀티 골을 터뜨리는 등 리그 2골·2도움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일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일부 유럽파도 있지만, 유럽파들의 전반적인 상승곡선은 뚜렷하다.
더구나 이번 A매치 평가전은 앞선 네 경기와 달리 유럽에서 열린다. 유럽파 선수들의 이동 거리와 시차 적응 등에 대한 부담이 사라졌다. 유럽파들 모두 이번 시즌, 그리고 최근 소속팀에서 보여주고 있는 상승세를 고스란히 대표팀에서 이어갈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이제 중요한 건 클린스만 감독의 역할이다. 저마다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선수들을 전술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대표팀 주축을 이루고 있는 유럽파 대부분의 컨디션이 좋고, 전장도 유럽이라는 점은 부임 후 네 경기째 무승(2무 2패)에 그치고 있는 클린스만호엔 무기가 될 수 있다. 최근 자신을 향한 비판 여론을 조금이나마 잠재울 수 있는 건 결국 좋은 경기력과 승리뿐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력이나 결과가 좋지 못할 경우다. 역대급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선수들을 제대로 활용조차 못한다면, 클린스만 감독은 근무태만 논란을 넘어 사령탑으로서 역량 자체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 부임 후 여전히 무승에 그치고 있는 데다 그간 여러 논란까지 더하면 클린스만 감독은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된다. 이는 아시안컵을 불과 4개월 앞둔 한국축구의 전체적인 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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