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가격표시 의무화’ 명동 살릴까

임유정 2023. 9. 6.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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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명동 일대 가격표시 의무지역 지정
명동 상권만 집중 단속, 불합리하단 의견도
서울 중구 명동의 가격표시가 안 된 한 음식점의 광고물 모습.ⓒ뉴시스

서울 명동 일대 외식업계에서 ‘가격표시 의무화’에 대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명동 상권에 위치했다는 이유 만으로 음식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비판을 감수 해야만 했다는 볼멘 소리도 있다.

한편으론 ‘바가지 물가’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동시에,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주징으로 갈리는 분위기다.

지난 8월 서울 중구는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해 명동 일대를 가격표시 의무 지역으로 지정해 9월 한 달간 유예기간을 거쳐 10월1일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도점검을 병행해 미이행한 가게를 적발하면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현재 명동은 엔데믹 전환 이후 올해 6월 96만1000여명이 방문하는 등 차츰 대표 관광지로서의 명성을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명동 일대의 ‘바가지요금’이 지적되며 이미지가 실추할 상황에 놓이자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가격표시 의무제를 추진하게 됐다.

외식업계는 이번 정책을 놓고 기대감이 크다. ‘외국인 관광 1번지’로 불리고 있는 만큼, 한국 전반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고 투명한 쇼핑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관광객이 믿고 찾을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도 크다.

그간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국내 방문자들 사이에서도 노점 음식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어묵 꼬치 1개는 2000원, 군만두 3개에 5000원, 오징어구이 1마리 1만2000원 등으로 주변 시장이나 식당보다도 1.5~2배가량 비싸게 판매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신용카드 대신 현금이나 은행 계좌이체로만 결제를 유도한 것도 논란이 됐다. 전통시장에서도 카드를 받는데, 명동 노점 대부분 현금이나 은행 계좌이체로만 결제를 유도하고 가격을 표시하지 않은 노점이 많아 ‘K-바가지’ 오명을 쓰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이번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이 국내 여행을 재개하게 된 것은 위축된 외식업계에 단비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지금 기회를 한 몫 챙길 시점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으로 관리해 나가야 될 때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부르는 게 값’인 방식은 사라져야 된다고”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 매장의 카드 사용 불가 문제, 해외 고객 응대 직원 채용 문제 등도 빠르게 개선돼 K-푸드를 넘어 K-외식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형성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가격표시 의무제는 외식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중구 명동의 모습.ⓒ뉴시스

다만 일각에서는 명동 상인을 대상으로 가혹하게 압박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상인들은 원자재 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도로 점용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데, 무리해서 가격 인하를 압박한다는 것이다. 시장 논리를 거스른다는 지적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명동은 과거에나 장사도 잘 되고 했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전보다 이용객이 크게 줄어든 데다, 중국인 관광객도 한중관계 악화 이후 거의 오지 않아 어려움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격 마저 제한을 두면 상인들 모두 힘들 수밖에 없을 듯 하다”고 말했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가격 인하 품목이 제한적이고 노점이 제외돼 시민들이 체감하기는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수십 개의 노점이 좁게 붙어있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관광지의 특성상 이용객이 가격을 비교해가며 싼 가게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이에 대해 서울 중구청은 노점상들이 받는 가격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물가안정법 시행령에 따르면 바가지 행태는 ‘가격 미표시’로 인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 가능하지만 가격을 표시했다면 과태료 처분이 어렵다.

표시된 가격보다 초과 징수할 경우 불법이지만, 상품을 비싸게 판매하는 것은 법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거리 가게 운영 규정’에 따르면 노점 상인들을 관리하면서 가격 조정을 요구할 권한도 없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가격 표시 의무제는 실효성에 의문도 있지만 가격을 전반적으로 낮추도록 강제하는데 목적이 있는게 아니라, 가격표가 없으면 얼마냐 물었을 때 '부르는게 값'이라고 마음대로 더 비싸게 부르고 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명동을 넘어 다른 관광 명소로 ‘가격표시 의무제’가 넓어진다면 소비자 알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음과 동시에 투명한 경쟁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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