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CFD…증권사들은 왜 서비스 재개하나

황윤주 2023. 9. 6.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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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교보·메리츠·유안타·유진투자증권 서비스 시작
CFD로 개인도 공매도 가능…당국 규제로 거래 투명도 높아져
차익 양도세 11%로 주식 거래의 절반…고액 자산가 유치에 유리
기획_여의도 증권가, 파크원, LG트윈타워.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교보증권, 메리츠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이 지난 1일부터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를 재개했다. 라덕연 게이트 때 CFD가 주가조작 수단으로 활용돼 이미지가 나빠 대다수 증권사들이 서비스 재개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들은 그러나 CFD 상품의 장점을 고려하면 사업을 마냥 접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교보증권, 메리츠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이 CFD 서비스를 다시 시작했다. 이와 달리 NH투자증권은 전산 시스템을 정비해 10월 중 서비스를 재개할 예정이다. KB증권도 금융당국의 투자자 보호 방침에 따라 내부 전산을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 하나증권, DB금융투자, 키움증권 등도 서비스 제공을 결정했지만, 재개 시기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SK증권의 경우 지난 6월 CFD 사업을 철수했다. 삼성증권은 CFD 사업 재개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CFD 중단을 유지할 예정이며 CFD 사업과 관련해 어떠한 방향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CFD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 변동 가능성에 투자해 차액을 얻는 장외 파생상품이다. 지난 4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돼 서비스가 중단됐다. 앞으로 CFD 서비스는 금융당국의 규제에 따라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해 제공된다.

규제 강화에도 증권 업계가 CFD 사업을 이어가는 이유가 있다. CFD 자체만 보면 매력있는 상품이라는 판단에서다. 증권사들이 꼽은 가장 큰 장점은 공매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CFD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수·매도 포지션이 모두 가능한 상품"이라며 "공매도는 기관과 외국인의 전유물로 인식됐으나 CFD 거래를 통해 개인도 공매도 포지션을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절세 혜택도 자산가들을 끌어들일 유인책으로 꼽힌다. 현행법상 국내 한 종목에 10억원 이상 투자한 경우 대주주로 분류돼 양도차익의 22%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자나 배당소득 등 금융소득의 합계가 연간 2000만원 이상일 경우 최대 49.5%가 금융소득종합세 부과 대상이다.

그러나 CFD는 국내외 주식 관계없이 양도소득세 11%만 적용된다. 세율이 주식 투자의 절반 수준이다. 유가증권이 아니라 파생상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등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큰 손'들은 CFD 투자가 유리하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오래 전부터 자산가들의 절세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이런 기조는 앞으로 2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한 손익에 세금이 매기는 금융투자소득세가 2025년부터 도입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면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수익을 낸 사람은 20%의 세금을 내야 한다. 3억원이 넘는 수익에 대해서는 25%의 세금이 부과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자산관리(WM) 서비스가 탄탄한 대형 증권사와 달리 중소형 증권사는 고액 자산가를 위한 서비스로 CFD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CFD로 포지션을 갖고 있는 고객들의 수요를 고려해도 서비스 재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CFD 규제 강화도 증권사의 부담을 줄여주는 측면이 있다. 지난 1일부터 재개한 CFD는 주식 매매 실적을 실제 투자자 유형(개인, 기관, 외국인)에 따라 거래소 시스템에 반영한다. 신용융자 잔고와 마찬가지로 전체·종목별 CFD 잔고 공시가 이뤄지고,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에 CFD 취급 규모가 포함돼 자기자본의 100%까지 거래할 수 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CFD 거래가 투명해졌고, 거래가 가능한 개인 전문 투자자 요건도 까다로워졌다"며 "투자 이해도가 높은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리스크는 오히려 낮아진 셈"이라고 말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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