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상장사 실적 제자리걸음…中 침체, 반도체 회복 지연 여파

손선희 2023. 9. 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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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추정 기관 3곳 이상인 상장사 260개 분석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합계 대비 1.7% 증가에 그쳐
불황 길어지며 상저하고 전망 빗나가…내년에도 어렵다 우울한 예상

올해 3분기 국내 주요 상장사의 실적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3분기부터 실적이 본격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중국의 경기 침체와 반도체 업황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턴어라운드 시기도 늦어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와 비교해 상반기 실적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상저하고'는커녕 기업들의 불황이 자칫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중국 부동산발 경기 침체 우려 커져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실적 추정 기관 3곳 이상인 상장사 260개를 대상으로 취합한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총 45조3819억원이다. 이들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합계(44조6321억원)와 비교하면 불과 1.7% 증가하는데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국내 주요 기업이 좀처럼 실적 반등을 이루지 못하는 원인으로는 중국의 경기 침체와 수출 부진, 그리고 IT 수요 위주의 반도체 불황 장기화가 꼽힌다. 코로나19 사태로 기나긴 봉쇄 끝에 중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하자 국내 수출 기업들도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에는 중국 부동산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된 모습이다. 여기에 정치적으로도 한·미·일 협력 강화에 따라 상대적으로 한·중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대(對)중 수출 비중이 큰 기업에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지난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중 수출 규모는 601억8000달러(이하 누적 기준)로, 지난해 동기(813억8000달러) 대비 26.1% 감소했다. 앞으로도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우려가 큰 상황에서 당분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이사는 "중장기적으로 과다 부채와 주택 공급 과잉 해소 과정에서 중국 성장률은 3~4% 수준으로의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중국 정부는 아직까지 '경제 구조개혁'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경기 부양을 통한 처방에 소극적"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3개 분기 연속 상장사 영업이익 1위 지킬 듯

IT 수요 부진으로 반도체 재고 소진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점도 상장사 실적에 악재로 작용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대기업의 3분기 실적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연초에만 해도 삼성전자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5조원대를 웃돌았다. 그러나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집계된 증권가의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조9666억원에 불과하다. KB증권은 올해 1월에 내놨던 리포트에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을 5조8000억원으로 예상했지만, 이달 중순께 발표한 리포트에서는 그보다 절반 이하로 내려앉은 2조3000억원으로 낮춰잡았다. 메리츠증권도 지난 1월 리포트에서는 5조5000억원을 예상했다가 최근에는 1조9000억원까지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미국 엔비디아의 호실적을 계기로 들썩이는 가운데서도 삼성전자 실적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기존 모바일이나 PC 등 IT 수요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에 주로 활용되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점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D램 중심의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크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D램 비트(Bit) 성장률은 6.4%로, 기존 전망치(7.0%)보다 오히려 하향됐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PC, 데이터센터 등 기존 수요의 반등은 아직 요원하다"며 "중국 스마트폰 수요 부진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전체 수요의 유의미한 반등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바일 및 PC는 세트(완제품) 수요 개선 여부가 중요한 시점이며, 서버 D램의 경우 연말까지는 데이터센터의 재고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중국 경기 침체와 글로벌 IT 수요 회복이 더딘 탓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실적 회복도 늦춰지는 모양새다. 연초 전망과 달리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이 2조원대에 그칠 것으로 보이면서, 현대차가 이번에도 '영업익 1위' 타이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에프앤가이드 추정치에 따르면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3조4477억원으로 삼성전자보다 높다. 현대차는 지난 1, 2분기 연속으로 국내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 1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1조7507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돼 이번 집계에 포함된 전체 상장사 중 꼴찌를 차지했다.

4분기에는 회복 vs 낙관적 전망일 뿐

다만 증권사들은 4분기에는 분위기가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43조74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조5428억원)의 세 배 수준이다. 역시나 반도체 업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4조3960억원으로 현대차(3조4558억원)보다 높아 왕좌를 탈환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4분기에도 759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나, 전 분기 대비 적자폭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2개월 연속 반도체 단가와 물량이 전월 대비 개선되면서 반도체 업황 회복이 반영됐다"며 "수출 경기는 2분기 저점을 통과해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역시 증권가의 낙관적인 전망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대한상의가 최근 발간한 '최근 중국 경제 동향과 우리 기업의 영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의 79%는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해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최근 중국 경기 부진의 원인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과 같은 장기적 구조조정의 과정이라는 관측도 있어서 긴 호흡으로 대응 방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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