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해외활동 시작한 전경련…내부 쇄신은 시간 더 걸릴 듯
갓 취임한 류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이 오는 12일 폴란드 방문을 시작으로 한미재계회의, 한일재계회의 등 전경련 주도의 굵직한 경제외교를 이끈다. 전경련이 한미·한일재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미국,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2019년 이후 4년만이다.
6일 재계는 시간이 걸리는 전경련 내부 조직 쇄신에 앞서 류 회장이 풍부한 국제무대 경험을 살려 연말까지 이어지는 폴란드, 미국, 일본 민간 경제외교 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경제단체 '맏형' 역할을 해내는데 집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류 회장의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지는 폴란드다. 오는 12~15일 전경련이 조직한 '폴란드 크리니차 포럼 민관 합동 한국사절단'을 이끌고 폴란드를 방문해 방위산업, 원전 등과 관련한 민간 경제외교에 나선다. 크리니차 경제포럼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명예 후원하는 대규모 국제회의다.
우리 기업들은 방산, 인프라, 원전 및 에너지 등 핵심 분야에서 폴란드 정부 및 경제계 인사들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특히 합동사절단의 이번 폴란드 방문이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의 폴란드 국빈 방문 당시 동행한 경제사절단의 후속조치여서 류 회장은 좀 더 진전되고 구체화된 협력 내용들을 안고 와야하는 숙제를 받았다.
빠르면 다음달, 늦어도 11월 초에는 워싱턴에서 한미재계회의도 열린다. 전경련과 미국 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민간 경제협력 논의기구인 한미재계회의는 전경련이 탄탄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자신 있게 추진하는 핵심 경제외교 행사 중 하나다.
매년 9~11월 서울, 워싱턴에서 교대로 회의를 개최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2020~2021년 화상회의로 대체하면서 전경련은 4년만에 처음으로 사절단을 이끌고 워싱턴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게 됐다. 한미재계회의 때 다룬 의제를 양국간 정부 협의를 거쳐 현실화 한 사례들이 많은 만큼 류 회장은 우리 기업들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법·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등 주요 현안들로 인한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류 회장은 현재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연말에는 전경련과 일본 경단련이 공동으로 양국 간 상호이해, 우의증진, 경제협력을 논의하는 민간 고위 경제인 협력채널인 한일재계회의가 도쿄에서 열린다. 이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2020~2021년 대면 회의 개최가 중단됐다가 지난해 7월 서울에서 회의가 재개됐다. 당시 처음으로 국내 4대그룹 인사가 모두 참여하고 재계회의 후 일본측 대표단이 대통령, 총리, 기재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잇달아 면담하는 등 한일 경제관계 회복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 회복에 힘을 실어 주고 있어 연말 도쿄에서 열리는 회의에는 한·일 미래파트너십 기금,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에 진전된 논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지금 전경련이 안고 있는 문제는 조직 쇄신 및 회원사 확대 작업에 아직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 류 회장이 취임했지만, 아직 조직의 실무를 책임지는 상근 부회장 자리가 공석이다. 부회장으로 내정된 김창범 전 인도네시아 대사가 이달 중순께 전경련에 합류한 이후에나 본격적인 전경련 조직 재편이 가능한 상황이다.
먼저 명칭 변경 작업부터 마쳐야 한다. 전경련은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을 통합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아직 산업자원부가 승인을 하지 않아 전경련이란 명칭을 그대로 쓰고 있다. 개명과 동시에 조직 쇄신 작업도 해야 한다. 쇄신 작업이 이뤄져야 회원사 확대 및 새 회원사의 회비 납부 등 실질적인 전경련 운영 관련 숙제도 풀 수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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