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금리 절정 눈앞…예금·채권 '막차' 타야

이민우 2023. 9. 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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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매수 나선 개인투자자들…올해 벌써 25兆
4~5%대 정기예금도 주목…은행 재유치 경쟁↑
"금리 인하는 몰라도 더 올리긴 힘들어"

시중 부동자금이 다시 예금·채권 등 안전자산을 노크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한국은행 등 각국 중앙은행이 현재 금리 수준을 당분간 계속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확대되면서 금리 절정기에 다다랐다는 판단에서다. 은행을 비롯한 예금취급기관에서도 4~5%대 예금상품이 속속 재등장하는 만큼 안전자산 투자 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 4일까지 25조3845억원어치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전체 순매수 규모 20조6113억원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지난달에만 3조173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통상 은행을 제외하고는 '큰 손'으로 꼽히는 종금·금고(6808억원), 기금·공제(1조4763억원), 보험사(2조2416억원)보다도 순매수 규모가 크다.

국내 상장된 한국과 미국 장기 국채 상장지수펀드(ETF)에도 투자심리가 쏠렸다. 개인투자자들은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를 올해 들어 161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 3월 상장 직후 전날까지 종가 기준 12%가량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매수세가 이어졌다. 'KBSTAR KIS국고채30년 Enhanced'도 이달 들어 5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들의 채권 투자 열풍은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긴축 기조에 따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기 시작한 시점이다. 특히 최근 들어 금리가 정점에 달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거세졌다. 금리가 절정인 시기에 투자해야 이자 수익을 최대로 낼 수 있고, 금리가 내리면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자본차익도 챙길 수 있다.

전통의 안전자산인 예금도 투자자들이 선호하고 있다. 최근 들어 지난해 전개됐던 '역(逆)머니무브' 현상도 재발할 조짐이 보인다. 이미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정기예금 잔액은 844조9671억원으로 한 달 새 11조9859억원 증가했다. 앞서 7월에도 정기예금 잔액이 전월 대비 10조7070억원 늘어난 바 있다.

특히 은행채 금리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고, 지난해 고금리 시기 유치한 정기예금의 만기가 도래하는 시점이 시작되면서 각 예금취급기관에서도 4~5%대의 상품이 속속 재등장하고 있는 상태다. 시중은행에서도 SC제일은행이 연 4.10%의 예금상품을 내놨고, DGB대구은행 DGB함께예금(연 4.05%)과 iM스마트예금(4.00%), sh수협은행 sh첫만남우대예금(4.02%), BNK부산은행 더특판정기예금(4.00%) 등이 등장했다.

2금융권에선 5%대 상품도 선보였다. 상호저축은행, 상호금융권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고금리 수신 확보에 열을 올린 만큼 이를 재유치하기 위한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일례로 구의광장새마을금고는 최근 최고 연 5.53%(만기 12개월)를 제공하는 ‘MG더뱅킹 정기예금’을 내놓기도 했다.

안전자산의 인기가 다시 치솟고 있는 데는 현재의 기준금리가 더 오르지는 않겠지만, 인하를 기대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단 관측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각)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회의에서 "해야 한다면 금리를 더 올릴 준비가 돼 있고, 목표 수준까지 물가가 떨어진다는 자신감이 들 때까지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위원 6명이 기준금리를 3.75%로 25bp(1bp=0.01%)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중은행 자산관리(WM) 담당 관계자는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이 더 오르지는 않겠지만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단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라면서 "안정적인 투자성향을 가진 고객 중에선 자산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정기예금이나 채권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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