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도 해야지"…애들 줄었는데, 학원 3만개 늘어난 아이러니
#경기도 광명에 사는 직장인 정모(37)씨의 초등학교 3학년짜리 아들은 학원을 5개 다닌다. 영어, 수학은 기본이고 바이올린과 줄넘기, 과학실험을 배우는 데 월 200만원 이상이 들어간다. 아이는 학교가 끝난 뒤 매일 3시간 정도 학원에 머물다가 집에 온다. 정씨는 “친구도 사귀고, 악기나 운동 등 여러 가지 활동을 미리 배워보라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고교를 다니는 김모(17)군은 지난 여름방학 동안 기존에 다니던 국·영·수·과탐 학원에다가 과외 2개를 추가했다. 9월 모의고사를 앞두고 1~2등급을 왔다 갔다 하는 국어와 수학 점수를 잡기 위해서다. 김군은 “반 애들이 방학 때마다 족집게 과외를 받고 와 한두 등급씩 뛰곤 해 위기감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저출산에도 학원 수 매년 증가…사교육비 26조
5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연평균 전국 교습학원 및 교습소·공부방 수는 2019년 8만8157개에서 ▶2020년 9만3295개 ▶2021년 10만851개 ▶2022년 10만9488개로 증가했다. 가장 최신 자료인 올해 6월엔 11만6681개를 기록했다. 초·중·고교 사교육비 총액은 2020년 19조3532억원에서 지난해 25조9538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같은 기간 교육인구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학령인구(만6~21세)가 2019년 807만4000명에서 ▶2020년 788만8000명 ▶2021년 770만명 ▶2022년 748만2000명 ▶2023년 725만9000명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과 정반대의 흐름이다.
자녀 수 줄어드니 사교육 수요↑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과외가 성하게 되는 때는 부모가 그걸 뒷받침할 만큼의 재력이 있을 때다. 아무리 어렵다 해도 가구당 아이 수가 워낙 줄었고, 국민 1인당 소득이 높아지면서 부모가 그 정도 사교육 시킬 여력들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열이 높아지면서 학원은 세분화됐다. 입시 과정을 예로 들면 학년별·대학별·전공별로 커리큘럼이 나뉘고, 대형 강의보다는 소규모 그룹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 피아노·태권도에 국한돼 있던 예체능이나 취미·교양 학원도 다양화됐다. 임미령 대표는 “요즘 젊은 엄마들은 문화적인 욕구가 크다 보니 어린 아이들한테 승마·골프까지 가르친다. 사립 유치원·학교에서도 특별활동을 늘리는 기조”라고 설명했다.
맞벌이 부부 돌봄공백·교육 제도 변화 요인 복합적 작용
또 다른 측면으로는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돌봄공백을 메우기 위해 학원을 이용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실제 온라인 맘 카페에선 ‘맞벌이 아이 케어 방법’을 묻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1일에도 ‘맞벌이라 칼퇴근을 해도 오후 6시 40분이 돼야 집 도착인데 초등학교 1학년 아이 케어는 어떻게 해야 하냐’는 게시글이 올라오자 ‘방과후수업을 시키고 셔틀 있는 학원에 보내야 할 것 같다’ ‘일단 돌봄 교실에 보내고 미술학원이나 태권도 학원을 보내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 글들이 이어졌다.
일각에선 사교육 증가가 교육 제도 변화로 인해 촉발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학생부에 방과후활동을 기재하지 못하게 했고, 최근 대학 입시에선 학교 활동 비중이 높은 수시가 줄고 정시가 늘었다. 학교 교육 과정이 입시에 반영되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학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그간 초등학교~중학교 1학년까지 시험을 없애버렸던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교육이라는 게 평가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하는 건데 그 평가를 아예 없애버리자 학원에 가야만 내 수준을 알 수 있는 구조로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 변화를 통해 사교육비를 줄여나갈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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