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이어 휑한 국회서 촛불 든다…"野본인들 잔치? 정말 궁금"
국회 대정부질문이 끝난 5일 저녁 7시,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당원·지지자 700~800명이 모여 ‘윤석열 정권 폭정 저지 민주주의 회복 촛불 문화제’를 개최했다. 단식 엿새째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계단 한켠에서 걸어내려오자 참석자들은 “이재명, 이재명”을 연호했다. 사회자로 마이크를 잡은 이경 부대변인과 연단에 선 박찬대 최고위원 등 친(親)이재명계 인사는 연신 “이재명 힘내라” 구호를 외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국회 사무처 직원마저 퇴근한 국회 안에 참석자가 아닌 일반 시민은 드물었다. 민주당 조직국이 전날(4일) 전국 17개 시도당에 날짜를 지정해주면서 “200명 이상씩 지원”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배포한 이유이기도 하다.
촛불문화제는 이 대표 단식을 응원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단식 이틀째인 지난 1일 처음 열렸고, 전날(4일)에 이어 이날이 세번째였다. 6일엔 본청 앞 촛불문화제 대신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영화 ‘봉오동 전투’를 단체 관람한다. 민주당 의원들과 당원·지지자가 집결하는 내부 캠페인 성격이 강하다.
뒷말도 나온다. 국회 직원·보좌관만 글을 올릴 수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지난 4일 민주당을 향해 “왜 국회 내에서 촛불집회를 하는 건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누가 본다고? 그냥 본인들만의 잔치인가?”라며 “왜 180석이나 있는데 촛불을 들고 단식을 하는가”라고 꼬집었다.
실제 촛불문화제를 보면 민주당 내부 행사를 넘어 친명(親明) 캠페인 측면이 강하다. 지난 1일과 4일 박광온 원내대표가 연설을 위해 나설 때면 여기저기서 “물러가라!” “내려와!” 등 야유가 쏟아졌다. 박 원내대표 연설 중에도 강성 지지자들은 “이재명 이재명”을 외쳐 이를 방해했고, 지켜보던 한 당직자는 “왜 아무도 말리지 않나, 이게 당내 투쟁 대회인가”라고 안타까워했다. 어느 보좌관은 “의원과 보좌진을 제외하면 참석자 절반은 내년 총선 출마 희망자, 나머지 절반은 개딸”이라고 평가했다.
비슷한 의문은 이 대표 단식 투쟁에도 따라붙는다. “진짜 목적이 뭐냐”는 의구심이다. 이 대표가 단식의 첫번째 요구 사항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죄’를 내걸자, 당내에선 “이뤄질 수 없는 요구란 걸 모두가 알지 않나”(보좌관), “출구 없는 게임을 시작했다”(수도권 초선)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진작 “이 대표 단식은 친명계 의원들의 내부 결속과 충성 경쟁만 낳았다”(신주호 상근부대변인)고 비판했다.
실제 이날 이 대표의 단식 농성장은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물론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원외 인사까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방문자들이 길게 줄 서 있는 탓에, 민주당 중진 의원조차 이 대표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이 대표는 지지 방문을 한 동료 의원을 향해선 유독 지역구에 관심을 나타냈다. 경기 고양병의 홍정민 의원에게 “어느 동네에 계신지도 얘기 좀 하고 그래요”라고 말했고, 국회 정무위원장인 백혜련 의원을 소개하면서는 “수원에 계신 분”이라고 했다. 평택갑 지역구의 시의원 등이 천막을 찾아오자 이 대표는 이들과 인사를 나누는 해당 지역구 현역 홍기원 의원을 가리켜 “경쟁자 아니야? 경쟁자 같아. 되든 말든”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런 모습은 여러 ‘친명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검찰 조사를 앞둔 시점에서 돌입한 단식 투쟁은 실제로 당내 결집 효과를 내는 걸로 평가된다. 친명계 김용민 의원은 지난 4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 대표 단식으로) 당이 하나로 뭉쳐지는 그런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을 하는데 실제로 그런 현상이 의원들 여론에서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도 5일 같은 방송서 “당대표가 목숨 걸고 단식하는 상황에서 ‘체포동의안이 오면 가결해야 된다’고 대놓고 얘기하기가 굉장히 야박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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