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마약 경찰

한승주 2023. 9. 6.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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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에서 누군가 건넨 마약이 섞인 음료를 마신 젊은 여성이 추락사한다.

마침내 주성철이 현직 경찰관, 그것도 마약수사대 팀장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느낌을 받게 된다.

마약 사범을 소탕해야 하는 경찰이 마약을 빼돌려 유통했다니.

일부는 해당 경찰관이 단순 참석자가 아니라 모임에 마약을 가져와 직접 나눠줬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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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논설위원


클럽에서 누군가 건넨 마약이 섞인 음료를 마신 젊은 여성이 추락사한다. 경찰은 사건의 배후로 일본 야쿠자를 추적하다 주성철이라는 의문의 존재를 알게 된다. 야쿠자와 손을 잡고 마약을 밀수하던 주성철은 원료를 몰래 빼돌려 직접 마약을 제조해 유통하고 있다. 그를 잡아야 한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 영화 ‘범죄 도시3’의 주요 줄거리다. 관객들은 열혈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와 함께 주성철의 정체를 쫓아간다. 마침내 주성철이 현직 경찰관, 그것도 마약수사대 팀장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느낌을 받게 된다. 마약 사범을 소탕해야 하는 경찰이 마약을 빼돌려 유통했다니.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 아닌가.

그러나 최근 경찰관 추락 사건은 어쩌면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당시 현장에는 최소 15명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 엑스터시, 케타민, 코카인 등 마약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해당 경찰관이 단순 참석자가 아니라 모임에 마약을 가져와 직접 나눠줬다고 진술했다. 경찰관의 휴대전화에서 마약을 직접 구입한 정황도 파악됐다. 케타민을 검색한 이력이 있고, 엑스터시를 뜻하는 은어 ‘캔디’를 언급하면서 구매를 시도했다. 이들은 올해 초부터 거의 매주 모여 마약을 했다. 그런데도 경찰 내부에선 낌새를 알아채지 못했다. 아직 경찰관의 부검 결과가 나온 건 아니라서 단정할 수는 없다. 경찰 한 개인의 일탈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엄중한 상황에서 현직 경찰이 마약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석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이다.

우리나라는 2016년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상실했다. 지난 5년 사이 10대 마약사범이 4배나 늘어났다. 주로 젊은 층에게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5일 청소년 마약범죄가 폭증하고 있다며 대대적인 예방활동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내부 조직도 건사 못하는데 누가 경찰의 말을 들으려 할까. 경찰의 자정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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