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숲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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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살아내기 바쁜 일상의 속도를 마음이 따라가지 못할 때가 있다.
나는 그럴 때마다 가까운 숲으로 발걸음을 옮겨 사색에 잠기곤 한다.
숲은 나무, 꽃, 풀벌레, 작은 씨앗까지 생명이 가진 수천 개의 시간이 한데 어울려 있는 신비한 공간이다.
지나친 경쟁과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으로 피로감이 잔뜩 쌓인 마음을 어쩌지 못할 때 나는 인위의 시간에서 벗어나 숲의 시간 속에서 안정과 위로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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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살아내기 바쁜 일상의 속도를 마음이 따라가지 못할 때가 있다. 나는 그럴 때마다 가까운 숲으로 발걸음을 옮겨 사색에 잠기곤 한다. 마음이 지치는 건 삶을 음미하고 사유하는 시간이 부족해서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음악을 듣거나 독서를 하며 하루의 여백을 채우는 것도 즐겁지만 내가 종종 숲을 향하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나와 다른 생태계 속 삶을 관찰하는 재미와 나만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게 아니라는 모종의 위안을 얻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집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집 근처에는 출발점에서 도착점까지 2시간가량 이어지는 산책 코스가 있다. 산책길은 눈 감으면 풍경 곳곳을 그릴 수 있을 만큼 익숙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조금씩 달라져 있다. 내가 꿈을 좇아 분주하게 일을 하고 주변 사람들을 돌보며 알차게 하루를 살아가는 동안 꽃과 나무는 중력을 거슬러 수직으로 자라고 힘을 얻기 위해 태양을 찾는다. 거미는 산들바람에 휘청거리면서도 얇디얇은 거미줄을 치고, 어미 박새는 쉬지 않고 먹이를 물어다 아기 새의 생존을 돕는다. 숲은 나무, 꽃, 풀벌레, 작은 씨앗까지 생명이 가진 수천 개의 시간이 한데 어울려 있는 신비한 공간이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이 각자의 시간 속에서 그만의 방식대로 있는 힘껏 살아가고 있다. 한참을 걷다 서다를 반복하며 숲에 동화되면 바짝 굳은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린다. 나도 그들처럼 차근차근 주어진 삶을 일궈 나가면 된다는 용기가 생긴다.
우리 사회가 성공과 실패, 승자독식의 논리만이 존재하는 요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지나친 경쟁과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으로 피로감이 잔뜩 쌓인 마음을 어쩌지 못할 때 나는 인위의 시간에서 벗어나 숲의 시간 속에서 안정과 위로를 얻는다. 어느덧 9월, 숲이 형형색색 다채로운 빛깔로 물들 준비를 하고 있다. 여전히 살아내기 바쁜 세상을 마주하며 가을이 당도한 숲의 시간을 어느 때보다 기다리고 있다.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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