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일대일로’ 탈퇴 가닥… 외교장관 방중은 中 체면 살리기

김지애 2023. 9. 6.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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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에서 발을 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탈리아는 2019년 G7 국가로선 처음이자 유일하게 중국과 일대일로 사업 협정을 맺었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 결정에 큰 우려를 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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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美·서방 압박 무시 못해”
G7 국가로 중국 고립전략 가담
탈퇴 시 경제적 불이익 최소화
조르자 멜로니(왼쪽)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 7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과 함께 기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탈리아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에서 발을 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주요 7개국(G7) 국가로서 대(對)중국 ‘디리스킹(위험 억제) 전략’을 추구하는 미국·서방의 대열에서 이탈할 수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정부가 ‘시진핑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서 원활하게 탈퇴하길 원하고 있다”며 “중국의 이탈리아 기업에 대한 경제적 보복이 가해지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3~4일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교장관을 중국 베이징으로 보내 양자회담을 갖도록 한 바 있다. 타야니 부총리는 중국 측과 순조롭게 일대일로를 탈퇴하되 중국이 반발하지 않게 반대급부로 경제 협력을 논의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그는 베이징 기자회견에서 “일대일로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키로 했다”고 언급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3년 발표한 일대일로는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육로와 해로로 연결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이탈리아는 2019년 G7 국가로선 처음이자 유일하게 중국과 일대일로 사업 협정을 맺었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 결정에 큰 우려를 표해왔다.

WSJ는 “서방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경제적·정치적·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본다”며 “중·러의 밀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지금 미국과 EU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줄이려 한다”고 부연했다.

미국은 지난 7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백악관 방문 당시를 포함해 이탈리아가 일대일로에서 탈퇴하도록 은근한 압박을 가해왔다.

이탈리아 내부적으로도 일대일로 협정 체결 후 중국 자본의 투자나 대중 수출 증가 등 경제적 이익은커녕 되레 무역적자 폭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만만찮았다.

이탈리아 정부는 아직 공식 탈퇴 결정을 내리지 않았지만, 주요 인사들은 개인 자격으로 탈퇴 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낸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 6월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도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고, 귀도 그로세토 국방장관은 “일대일로 참여 결정은 즉흥적이고 형편없는 행동”이라고 언급했다.

중국은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회원국으로 남기를 원한다고 밝혀왔지만, 최근 들어 탈퇴를 불가피한 결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일대일로 탈퇴가) 양국 관계에 해가 돼선 안 된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한편 왕이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베이징에서 열린 양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국은 전면적 전략 동반자로서 중국과 유럽의 관계 발전과 세계평화 안정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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